2021/05/03 17:18

피넛 버터 팔콘 극장전 (신작)


길에서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된다. 각자의 최종 목적지가 어느 곳이든, 각자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또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든 간에 가야할 방향만 맞다면 그 모든 것들은 다 상관없는 것이다. 때문에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 로드무비는 필연적으로 그런 여정길의 속성을 100% 활용해야만 하는 장르다. <피넛 버터 팔콘>은 그걸 잘 했다. 

물론 영화는 종종 덜컹 거리기도 한다. 타일러가 여정을 떠나게 된 동기와 그를 뒤쫓는 무리들의 존재는 그 설정이 너무나 얄팍하게 느껴진다. 이어 친구가 된 타일러와 잭의 우정에 관한 묘사도 좀 전형적으로 여겨지고, 다 떠나서 이들 무리에 최종적으로 합류하게 되는 엘리너의 이야기 역시 좀 과장되어 있어 작위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넛 버터 팔콘>은 소소 하면서도 따스한 특유의 힘을 잃지 않았다. 타일러와 잭의 관계는 로드무비와 성장영화의 클리셰로써 이루어지지만 그게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져 그냥 그대로 '아무렴 어때'하며 두고 싶어진다. 뭔가... 특유의 그 소소함 역시 좋았다고 해야할까? 전개 중 총을 든 사내들이 쫓아오거나 뜬금없이 주인공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레슬링 경기 등 나름 영화적이라 할 만한 부분들도 많았지만 그외 대부분은 너무 차분해 귀여웠다. 타일러가 잭을 끌어주며 수영으로 강을 건너다가 새우잡이 배에 치일 뻔한 장면, 작은 모닥불 하나 피워두고 노닥거리는 장면 등에서는 정말로 그 둘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애초 '길'이 중요한 장르이니 어느 길을 어떻게 묘사하느냐 역시 관건이었을 텐데, 플로리다로 가는 미국 남부 배경의 여정 또한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그 남부의 풍경이 아주 심도 깊게 묘사되는 것은 아님. 흔히 우리가 미국 남부라고 하면 떠올릴 만한 전형성들을 때려박은 스타일인데, 짧은 런닝타임 내에서는 그게 또 효과적으로 느껴지더라고. 늪지대와 악어, 오래되어 더러운 모터 보트 등. 그러니까 영화가 꽤 요약을 잘 한 편인 것이다. 사실 타일러의 전사를 표현한 것 역시 꽤 좋았거든. 친했던 친형을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잃고 후회에 절어사는 캐릭터 설정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뻔한데, 여기서 그 전사까지 구체적으로 일일이 묘사하는 방식이었다면 정말 지루해 죽을 뻔했을 것이다. 근데 영화가 그런 부분들을 적절히 잘 오려냄.

영화의 맥 빠지는 마지막 결말은 분명 약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내내 그냥 따스해서 좋았다. 따뜻해서 기뻤다.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잭과 타일러, 그리고 엘리너가 앞으로 잘 살아갔으면-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주인공들의 미래에 행운을 빌며 극장 문을 열 수 있는 영화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뱀발 - 은근히 캐스팅 화려함. 잠깐 나오는 조연으로 토마스 헤이든 처치와 존 번탈 나옴. 특히 샤이아 라보프가 존 번탈과 껴안는 장면에선 <퓨리>의 그 두 미친놈이 떠올라 웃겼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