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3 17:37

마크맨 극장전 (신작)


선전포고부터 해야겠다. 모든 요소들을 통틀어 이 영화에 새로움 따위는 없다. 그리고 애초에 나도 그런 것따위 기대하지 않았고. 나쁜 놈들로부터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쓸쓸한 여정에 나선 왕년의 사내 이야기인데 여기에 주연배우 얼굴이 리암 니슨이야. 그렇다면 이 영화에 새로움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죄악일지도 모른다. 고로 난 이 영화에 큰 욕심이 없었고, 바라는 것조차 많지 않았다. 그저 존나 뻔한 영화여도 존나 잘 버무려 존나 재밌게 만들었기만을 바랐을 뿐. 근데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던 거냐?

이야기와 설정의 전체 줄기를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뭔가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걸 추구 했어야만 했다. 하다못해 액션으로 비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도. <로건>의 울버린은 잃어가는 불멸을 방패삼아 자신의 육체를 깎아가면서 노련한 칼질로 상대들을 도륙냈다. 심지어 본격 액션 영화는 아니었지만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주인공조차 왕년의 남북 전쟁 참전 용사로서, 그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남자로서 한 아이를 보호해냈지. 그럼 이 영화의 주인공 짐은? 베트남전에 두 번이나 참전 했었고, 전직 해병대 출신으로서 출중한 사격수라며. 그렇다면 최소한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뭔가 색다른 액션을 보여주었어야지. 허나 <마크맨>은 거기에도 의욕이 없다. 노쇠한 주연배우 때문에 본격 다찌마리나 근거리 총격전 보다는 나름 장거리 저격으로 컨셉을 잡은 것까진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게 연출 되어 있는지는 아리송. 그냥 다 다른 영화들에서 이미 보았던 방식으로 표현된다.

아니면 차라리 액션 조금 포기하더라도 아예 감정적인 영화로 가든지. 노쇠한 왕년의 남자가 잃어버린 아내와 젊은 날의 실수들에 대한 후회 때문에 여정을 떠나고, 이 과정에서 한 소년과 유사부자 관계를 맺게 되어 삶이 변화되는 이야기. 그걸 아예 기깔나게 했으면 또 모르겠어. 그 과정도 다 뻔하고 상투적인데다 잘 와닿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 역시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과정이 너무 처진다. 얘네 나름 쫓기고 있는 상황 아니야? 내가 미국 땅은 잘 모르지만 지도 앱으로 검색해보니 멕시코 접경 지역에서 부터 시카고까지 자동차로 가면 30시간도 안 걸리던데? 물론 그 30시간 내내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은채 운전만 할 수는 없는 거겠지. 그러니까 적당히 쉬는 건 이해하는데... 주인공 할아버지와 멕시코 소년은 정말 잠과 식사를 살뜰히 챙긴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니, 두 분 지금 살인귀들한테 쫓기고 있는 상황 아니냐구요... 차 고장 났으니 고칠 때까지 기다리며 1박, 총 구하러 마을 들른 김에 모텔가서 또 1박, 나중에는 으슥한 곳에 모닥불 피운 채 또 1박... 많이 늙고 지치신 건 알겠는데 목숨 걸고 떠난 것치고는 너무 한가하잖아요... 이 정도면 추격전이 아니라 로드 트립이잖아요...

추격 이야기 나온 김에, 악당들이 주인공들을 쫓는 상황도 너무 웃기다. 21세기에 신용카드 사용 기록으로 추적하는 것쯤은 당연한데, 만약 주인공들이 신용카드를 안 쓰기 시작하면? 그럼 향후 전개를 어떻게 써야하는 거지? 영화는 존나 간단한 길을 택한다. 지도책 산 다음에 악당들이 볼 수 있도록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가면 됨. 그래도 혹여나 몰라볼 수 있으니,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빨간 펜으로 강조 표시해주기. .......주인공 할아버지, 이 정도면 왕년 찾으실 상황이 아니네요... 

리암 니슨은 키도 크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다. 최근 몇년간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액션 영화들만 찍어오셨기에, 액션 영화 은퇴작이라고 밝히신 이 영화에서 뭔가 대단한 모습을 기대했었다. 이른바 <로건> 같은 결말을 기대했던 거지. 최소한 주연 배우의 기존 이미지에 관한 마무리 만큼은 제대로 지어줄 것으로. 허나 이 영화는 그게 전혀 안 됐다. 이 정도면 리암 니슨 옹도 이골이 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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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GA 2021/05/05 10:43 # 답글

    액션 영화 은퇴작이라서 저도 로건 같은 영화를 기대했는데... 엉망인 듯 하군요.
  • CINEKOON 2021/05/09 14:31 #

    재밌는 게, 진짜 액션 은퇴작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미 계약이 완료되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하는 액션 영화가 앞으로도 대략 3,4개 정도는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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