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3 17:50

콘크리트 카우보이 극장전 (신작)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시놉시스는 정말 뻔했는데, 다 제쳐두고 그냥 이드리스 엘바의 얼굴 때문에 굳이 골랐던 영화. 근데 다 보고나니 굳이 안 봐도 되었을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마크맨>도 리암 니슨 얼굴 하나만 보고 골랐었잖아? 이쯤 되면 배우들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내 거지같은 촉에 문제가 있는 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어린 소년이, 한동안 떨어져살았던 아버지와 만나 그의 커뮤니티에 녹아들며 성장한다는 이야기. 제아무리 원작이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새로운 이야기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말과 함께 살아가는 현대의 카우보이 커뮤니티를 소재로 삼으며 변화구를 시도한다. 그렇다, 현대 도시의 외곽에서 자동차 대신 말을 타고 다니며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 뭔가 고전적인 동시에 새롭잖아? 낭만적이잖아? 소재 자체는 인정.

세상물정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들. 구역의 큰 손에게 당할 것을 염려하는 콜에게 스머시가 말한다. "사자는 코뿔소 같은 거 잡아먹느라 토끼 신경은 못 써" 근데 다쳐서 나약한 상태가 아닌 이상, 감히 사자가 코뿔소를 건드릴 수 있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토끼몰이 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사실 콜의 걱정은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누가 딱 보더라도 그 조직 두목이 눈치 다 깐 상태로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지던데 스머시 혼자 그걸 모름. 아니면 그냥 모른척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가출 성소년들이 그렇듯, 그들은 이른바 의리로 뭉쳐 무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사나 떼가 가득한 초원에 아무 것도 모르는 가젤 두 마리가 무리를 지었으니 이건 뭐 나 잡아잡숴지. 영화는 이들을 카우보이 커뮤니티의 둘레 안에 넣고 보호하려 한다. 젊은 세대를 나름의 규칙과 배려로 이끌어가려는 사람들. 말을 길들이고 또 타는 데에도 순서가 있듯, 인생에도 순리가 있다. 첫 술에 어찌 배부를 수 있겠는가. 영화 속의 카우보이 커뮤니티는 다소 상투적으로 묘사 됨에도 그걸 잘 보여 준다. 말 위에 바로 서려면 일단 마굿간 청소부터 해야하는 것이다.

미국 특유의 목가적인 풍경은 현대를 배경으로 뻔하되 잘 담아냈으면서, 콜과 스머시가 미친듯이 노는 장면들은 그냥 다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젊은 사람들이 노는 장면들은 왜 다 하나같이 똑같은 거냐. 큰 볼륨의 힙합 음악에, 일반 담배인지 대마인지 모를 매캐한 연기에, 어둔 공간을 번쩍이며 밝히는 조명에, 결정적으로 슬로우모션. 할리우드든 충무로든 전세계 영화인들이 다 짜기라도 했던 것인가. 요즘 젊은이들이 노는 장면을 그릴 땐 하나같이 다 이렇게 하자고? 음악과 조명은 그렇다치더라도 왜 맨날 슬로우모션 들어가는 건데?

영화는 성장과 더불어 결국,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또 귀결된다.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지도 잘 알겠고, 연기나 촬영 따위도 좋긴 한데 그 자체로 너무 뻔한 이야기라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되는 영화. 성장의 과정도 뭉툭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커뮤니티와 길거리 아웃사이더 친구 사이에서 방황하는 묘사도 너무 빤히 보여 도무지 흥미에 스파크가 안 붙더라. 차라리 영화관에서 봤으면 또 모르겠어, 거기엔 스페이스바의 유혹이 없으니까. 넷플릭스 통해 집에서 보는데 못해도 스페이스바 두 번은 눌렀던 것 같다. 이드리스 엘바 연기도 너무 재미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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