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이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멀어져가던 부녀 사이의 봉합을 다루었다면, 이번 속편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딸과 그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그리고 이젠 이게 진짜 선사시대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답게 여전히 가족 드라마인 것. 다만 2편에서는 거기에 속칭 깨시민들의 선민 의식이나 여성 연대 등의 뉘앙스가 컵케이크 위의 체리처럼 올라가 있음.
전편도 딱 이랬다. 이야기나 다루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굉장히 뻔하면서 진부한데, 영화를 꾸미고 있는 시각적 아이디어가 좋고 또 곳곳에 심어둔 유머들이 나에게 어느 정도 좀 통했던 느낌. 생각해보면 확실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에 비해서 드림웍스의 유머가 좀 더 내 취향인 것 같긴 하다. 전편에서 은근히 장모가 죽기를 바라던 사위 주인공의 미소가 존나 웃겼었는데, 이번 속편에서도 그런 게 좀 있음. 때문에 여전히 상투적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싫지 않았다. 적어도 세 번은 찐텐으로 웃었으니 그걸로 됐다-라는 생각.
여전히 수렵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크루즈 가족은 어느 면에서 봐도 그들보다 훨씬 나아보이는 베터맨 가족을 만난다. 그들은 이미 농업생활을 넘어섰고, 더 이상 보온을 위해서만이 아닌 미적 감각과 개성의 발휘를 위해 옷을 짜 입는다. 말 그대로 '베터맨'들인 것. 하여튼 이렇게 어느 면모로 보나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두 가족이 만났다. 그러다보니 여기서 부터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뻔하다. 21세기 지금의 우리들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각종 발명품들이 베터맨 가족의 손에 의해 선사시대 버전으로 재창조 되어 전시되고, 여기에 크루즈 가족을 대하는 베터맨 가족의 선민 의식이 드러나는 거지. 전자에서 그나마 재밌었던 건 TV를 창문으로 치환한 것 정도고, 후자에서 확실히 센스있게 여겨졌던 건 베터맨 부인이 크루즈 가족 은근히 말로 멕였던 거. 아, 베터맨이 그루드에게 가스라이팅 시전한 것도 함께 언급해야 하겠다.
소소한 재미는 분명 있는 작품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시각적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총천연색으로 점철된 베터맨 가족의 집은 그 자체로 알록달록한 재미를 주고, 중반부에 벌어지는 이프와 던의 탈선 아닌 탈선 장면에서의 각종 고증은 밥 말아먹은고대 생물체들도 스크린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현웃 터진 장면들이 은근히 있었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원숭이 부족들 언어 동시 통역 장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구창 터지는 설정은 진짜 잘한 것 같다.
그럼에도 후반부의 모든 전개들이 통째로 뻔했던 건 분명히 아쉽게 느껴진다. 유머는 잘 짜놓고 다른 데에선 별다른 노력을 안 한 느낌. 물론 기술적 성취도는 훌륭하지만... 돌이켜보면 드림웍스는 이미 <슈렉>과 <쿵푸팬더>를 통해 이야기의 신선함과 그에 따라오는 유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었다. 유머는 좀 부족했지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대신 메시지가 훌륭한 작품이었고. 그에 비교하면 이번 <크루즈 패밀리 - 뉴 에이지>는 다소 실망스럽다. 물론 이미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를 보며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웃었으니 마냥 나쁘게 생각되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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