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8 17:24

위드아웃 리모스 극장전 (신작)


넷플릭스처럼 매달마다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존 프라임 가끔씩 봤거든? 근데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제대로 본 오리지널 작품이 <더 보이즈> 시즌 1이랑 <사운드 오브 메탈> 뿐이었음. 그게 아까워서 였을까, 이번에 아마존 오리지널로 새로 나온 <위드아웃 리모스>는 그래서 더 꼭 봐야할 것 같았다. 근데 이게 톰 클랜시 소설 원작이었네. 팝컬쳐와 서브컬쳐를 통틀어 내가 거의 유일하게 관련 지식이 전무한 작품군이 딱 이 쪽이거든. 톰 클랜시 소설은 커녕 관련해서 만든 게임이랑 영화 다 제대로 경험해본 게 없음. 아, 엄밀히 따지면 <긴급명령>이나 <붉은 10월>, <썸 오브 올 피어스> 같은 영화들은 그게 톰 클랜시 소설 원작인 걸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본 경우. 하여튼 톰 클랜시라는 이름값은 내게 안 통한다는 소리.


위드 스포일러!


일단 초중반까지는 꽤 재미있는 영화다. 존나 뻔하긴 한데 딱 눈 감아줄 수 있는 수준의 상투성. 주인공의 전투 능력을 소개하는 오프닝과 곧 죽을 것이 뻔해 보이는 그의 임산부 아내 소개까지 모두가 다 전형적이다. 그러나 영화가 그걸 꽤 잘 묘사해서 괜찮음. 특히 타이틀 롤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의 연기가 돋보이는데, 존나 뻔한 복수극 설정이었지만 그의 몰입하게 만드는 감정 연기 덕택에 나도 살짝 눈물이 날 뻔 했었다. 사실 복수극은 동기 셋팅이 거의 전부라 봐야 한다. 복수의 동기를 제대로 납득시켜줘야 관객들도 빡친 마음으로 악당 처단에 쌍심지를 켜게 되지. 그걸 영화가 잘 해냈고, 그 중에서도 마이클 B 조던이 수훈갑이었다는 말. 그러니까 포석은 꽤 잘 깔아둔 영화인 셈이다.

허나 영화는 중반부부터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러시아를 주 타겟으로 삼길래 21세기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첩보 액션 영화인데 보다보면 결국 또 주적은 미국 내부에 있는 전개로 가겠지-라는 생각이었거든? 근데 맞더라고. 허나 여기까지는 이해 가능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또 러시아를 적으로 깔면 진부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잖아. 그러니까 다른 포스트 9/11 액션 영화들과 마찬가지의 기조로 이 영화가 전개되는 건 상관 없었다고. 

가장 큰 뒷통수는 역시 최후 흑막의 정체다. 가이 피어스를 또 이렇게 썼다. 이거 너무 뻔한 캐스팅이잖아... <사바하>의 유지태 캐스팅 같은 거잖아, 이제... 이 양반은 <아이언맨3>에서도, <블러드샷>에서도 모두 이런 역할 했었잖아. 아닌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최종 흑막인 캐릭터 말야. 근데 이 영화는 그걸 또 갖다 썼다, 염치도 없지. 오히려 가이 피어스가 초반부터 또 나오길래 이번엔 아니겠지 하며 봤었는데 결국 또 최종 보스였음. 여기서 얼빠지고, 그 허망하고도 약소한 최후에는 또 어이 털리고.

액션도 너무 답답하다. 연출자인 스테파노 솔리마는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를 만든 이력이 있다. 그 영화 속 액션에서는 적어도 이런 느낌 못 받았었거든? 근데 <위드아웃 리모스>의 액션은 엄청 답답하고 갑갑함. 특히 러시아의 그 건물 내부에서 벌이는 액션들, 이건 통째로 다 재미없더라고. 특히 주인공이 적들은 다 죽이는데 정작 적들은 주인공 하나 못 막는 묘사... 21세기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아직도 이런 묘사를 하나 싶었던 부분. 주인공이 말도 안 되게 강하다 보니 긴장감이 하나도 안 생긴다. 마지막에 그 건물에서 달아나는 트릭마저도 너무 뻔했고.

명색이 액션 영화이면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액션 장면은 하나도 없다. 아, 그나마 꼽자면 그거 하나 있네.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진압 하려는 간수들 다 줘패는 장면 그거 하나. 그것도 사실 액션이 훌륭했다기 보다는 그 진압팀이 들어오기 직전까지 마이클 B 조던이 내뿜는 아우라가 너무 좋았던 거... 에라이, 이거 그냥 마이클 B 조던이 캐리한 영화구만.

본편이 끝나고 쿠키 영상까지 있는데, 이게 거의 <아이언맨> 같은 영화였더라고. 우리들끼리의 팀을 만들자- 이러면서 끝나는 영화라... 근데 과연 다음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까? 그래도 아마존이면 만들겠지...? 제프 베조스야말로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의 현실판이니 말이다. 그것도 실화맞잖아

덧글

  • 로그온티어 2021/05/17 02:41 # 삭제 답글

    저는 레인보우식스란 게임을 오래 했었고, 많은 대원들을 거기서 잃었어요.(?)
    그래서 저는 보는 내내 PTSD가 발동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상황은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보다보니 저는 오히려 그 느린 액션이 뻔해도 긴장감있게 보았습니다.
    + 한편으로 계단 액션은 묘하게 [아토믹 블론드] 떠오르기도...

    다만, 이 영화의 스릴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상투성과 현실적으로 통용될 만한 메세지가 흐릿한 게 원인인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액션씬들은 영화에 현장감과 리얼리즘으로 메웠어야 통용될만한 액션들인데, 이미 시나리오도 연출방식도 메세지도 전부 헐리웃의 18번(애창곡)이잖아요.

    그래서 저처럼 PTSD(?) 먹은 게이머가 아닌 이상 그런 걸 느낄 수가 없는 거죠. 그래도 마이클 B 조던은 멋졌습니다. 레인보우식스와, 곧있을... 톰클랜시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마이클B조던이 함께한다면 저는 꾸준히 보러갈 것 같아요.
  • CINEKOON 2021/05/24 13:58 #

    마이클 B 조던은 정말 멋지죠. 사실 따지고 보면 필모그래피가 아직 긴 배우는 아닌데, 그 사이에 알찬 영화들로 자신의 커리어를 멋지게 다듬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가이 피어스는 왜 캐스팅한 건지... 이제 이 양반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무조건 흑막처럼 보인단 말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