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0 14:14

존 윅, 2014 대여점 (구작)


아직까지도 신생 액션 시리즈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따져보니 이것도 벌써 7년 전 영화다. 곧 있으면 시리즈 10주년 맞이할 기세.

2편과 3편 리뷰는 여기여기.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액션이 엄청나게 훌륭한 영화란 생각은 안 들더라. 솔직히 요즘 이 정도 하는 영화들은 쎄고 쎘잖나. 액션의 물리적 양과 그 크기는 요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못 미치고, 동선 합과 아이디어라는 질적 측면에서 있어서도 아주 빼어나진 않다. 막말로 나이 든 주연배우의 노쇠함을 감추고자 노력한 티가 더 난다. 액션의 양과 질 모두 이어지는 속편들이 훨씬 더 낫다.

그럼에도 이 1편이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과 세계관 셋팅을 잘 해놨기 때문일 것이다. 존 윅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으로 강조되는 캐릭터다. 별다른 액션을 보여주지 않아도, 모두가 그에게 보이는 공포와 존경심 등으로 존 윅이라는 인물이 설명된다. 그 외엔 솔직히 말해 다 낡았지. 전직 만렙 킬러였는데 트루 러브 찾아 은퇴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설정 등 다 구태의연하지. 그러나 영화의 만화적인 컨셉이 이걸 다 상쇄시켜 버린다. 사실 이것도 하나 둘 따지기 시작하면 말 안 되는 거 천지거든? 세상에 왜 이리 킬러들이 많은 거냐고. 뭔 <해리 포터> 마법사 세계도 아니고 왜 일반 머글들은 킬러 세계의 존재를 모르는 건데? 근데 애초 영화가 취하는 노선이 노골적인 '만화적' 컨셉이다 보니 그냥 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된다. 이건 대단한 패기다.

건푸라는 신조어로 설명되는 액션은 분명 재밌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 양이 그리 많지는 않거든. 심지어 1편에서는 건푸 많이 쓰지도 않음. 그 러시아 깡패 두목의 싹수 노란 아들놈 죽이는 씬 봐라. 거기 액션이 어디있냐. 그냥 프레임 바깥에서 총 쏘는 걸로 다 도륙내는데. 그럼에도 그 장면과 영화 전체가 재밌는 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이미 관객들이 동화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소재나 묘사 다 올드한데, 담고 있는 감정 자체가 워낙 파워풀해서 이것도 아무 생각 안 듦. 존나 얄미운 새끼 줘패고 싶은 맘은 전세계 공통이니 말이다.

그리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액션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 세련된 촬영과 표현주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섹시한 조명이 나머지를 다 해준다. 여기에 막나가서 재밌는 설정 챱챱 시즈닝 해주니 안 재밌기가 더 어렵지. 아, 아까 노쇠 하다고 표현했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간지는 어쩔 수 없이 마구 돋아난다. 양복 입고 사람 죽이는 키아누 리브스 너무 섹시해. 비율은 또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액션성과 오락성으로는 뒤에 나오는 2편과 3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함. 허나 이 1편에서의 기초 공사가 없었다면 그건 다 불가능한 이야기였겠지. 다만 3편에서 살짝 절었으니, 너무 길게 늘이지 말고 적당히 4편쯤에서 시리즈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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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21/05/21 02:18 # 삭제 답글

    저는 이 작품이 예의적인 능청스러움으로 가득차있어서 매력을 느꼈었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강렬한 감정을 지닌 복수극이지만 그 감정 그대로 내치는 것도 아니고, 느끼하게 끈적대는 것도 아니었죠. 그렇게 재빠른 눈치와 능청스러움으로 긴장상태와 긴장완화를 오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언급하신데로 세계관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세계관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서 그게 큰의미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언급하셨듯이 곰곰히 따져보면 딱히 합리적인 것도, 현실적인 것도 아니고요. 단지 긴장 상태를 유연히 트랜지션하기 위해 세계관을 짜맞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해괴한 규칙과 사회상들이 구구절절한 설명을 배제한 채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고, 이야기를 계속 전진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초반부 신파나 중반에 질척한 묘사들이 있긴 하지만, 미덕겸으로 적당히 딱 놓고 끝낸 느낌이었습니다. 상투적이면서 너무 깔끔해서 존윅의 감정에 큰 공감을 하지 못했어요. 대인관계 어색해질 정도로 딱딱히 씹어 내뱉는 키아누의 말투 탓에 더 공감 안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즐겼어요. 후반 상황들이 주는 막장성 탓입니다. 어이없지만 멋진 장면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오락적인 감흥이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 CINEKOON 2021/05/24 14:00 #

    디테일 대신 말씀하신대로 그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매력발산한 영화,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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