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0 14:35

아들의 이름으로 극장전 (신작)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는 건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나 다루고 있는 소재인 5. 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에 대해서 폄하하려는 생각은 단 1도 없다. 그러나 <디워>가 그랬고, <화려한 휴가>가 그랬듯이 좋았던 의도 하나만으로 영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거잖나. 


스포의 이름으로!


대놓고 말하겠다. 영화적 퀄리티가 처참하다. 사실 이건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일단 '돈이 없었나 보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좁은 방부터 상담을 받는 병원 장면 등 모든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절박한 예산의 분위기가 뚝뚝 묻어나온다. 그 규모나 현실성이 부족하단 소리가 아니다. 그냥 화면이 너무 플랫하다. 도드라진 미술 소품이나 세트 디자인 따위가 없다. 물론 그런 반문도 있을 것이다. '그건 홍상수 영화도 마찬가지 아닌가?' 맞다. 그러나 홍상수의 영화들은 프레임의 그 납작함이 오히려 솔직해 보여 좋았다. 허나 <아들의 이름으로>는 그냥 '보는 맛' 자체가 너무 부족한 영화다. 편집은 종종 괴상하고 돌출되어 있으며, 촬영과 조명은 그 어떤 영화적 야심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아까 그런 소리를 한 거다.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다고. 영화라는 게 꼭 어떤 영화 기술적 야심이 있어야만 굴러갈 수 있는 매체는 아니니까. 그리고 저예산이라는 꼬리표가 꼭 나쁜 것도 아니지. 영화가 돈이 좀 없을 수도 있지 않나. 재미만 있다면 그런 것들이야 아무짝에도 상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야기적 재미가 너무 들쭉날쭉하다는 데에 있다. 정확히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그 해 5월에 의해 상처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여전히 사과 한 마디 없는 그 날의 책임자들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기는 하다. 그러나 결말까지 달려가는 데에 영화가 갈피를 못 잡는다. 영화 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주인공의 리암 니슨화. 여기에 타란티노 식의 복수심을 가미해 화끈한 액션 영화로 펼쳐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왕년의 가해자로서 피해자들의 지금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지는 인간 드라마로 풀어내고 싶었던 것인지 종종 그 의도가 헷갈린다. 주인공의 목표 자체가 그렇다. 주인공인 채근은 과거 자신이 죽인 운동권 학생의 유골을 발견해내려 하는 동시에 전두환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여기까지는 썩 잘 들어맞는 이야기적 구성이다. 근데 여기에 갑자기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과의 옅은 멜로 드라마가 스며 들어오고, 또 그 식당 주인의 손자가 연루된 학교 폭력 액션 요소가 흩뿌려진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채근은 그 종업원의 노망난 아버지도 만나 달래줘야 하거든. 그 밖 세부 요소로는 식당의 또다른 종업원 이야기와 과거사에 집착하는 뉴스 기자의 이야기도 들어옴. 그러니까 영화에 뭐가 너무 많다. 

어차피 주인공이 대리 기사이니, 차라리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처럼 갔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단선적이라 파워풀한 이야기 구조를 채택 했으면 어땠을까. 여러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럼에도 영화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안성기의 얼굴. 이제는 거의 신성하게 까지 보이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의 다른 단점들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그러니까 <아들의 이름으로>는 안성기의, 안성기에 의한, 안성기를 위한 영화인 것이다. 만약 그 자리에 안성기 말고 다른 배우가 들어가 있었다면 영화의 인상은 정말로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더불어 주인공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는 설정도 마음을 산다. 피해자들은 이미 너무나 깊은 절규를 너무나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이제는 가해자들도 나서 과거의 자신을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걸 영화 내에서 녹여내어 좋았다. 

근데 다 떠나서 영화적 퀄리티가 너무 아쉽다고... 애초 거기엔 욕심이 없었어~라고 하면 할 말 없기는 한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일 수록 최소한의 꾸밈은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 태생부터가 상업 예술인 매체니까. 제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포장지가 조선일보 신문지면 집어들기 좀 난감할 수 있잖나.

뱀발 - 아무리 가해자라고 해도 그렇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면 내 시아버지뻘인 건데 굳이 식당까지 찾아가 "저희 아버님이 5. 18 가해자였어요~"라고 구구절절 떠드는 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 물론 죗값 치르는 게 맞지만, 그래도 가족 될 뻔했던 사이인데 여기저기 쏘다니며 나불대는 게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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