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4 12:31

미이라2, 2001 대여점 (구작)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편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속편의 규모는 더 커졌다. 그래서 재미는? 물론 있음. 다만 좀 더 쏟아 부은 제작비에 비해서는 1편과 또이또이. 그래서 그런 점만 그냥 보면 가성비가 좀 떨어진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게 어디냐... 전편에 비해 한없이 추락하는 속편들이 할리우드 영화 역사에 얼마나 많았던가. 썩어도 준치라고, 이 정도면 꽤 잘 선방한 편이긴 한 거지.

미이라라는 소재 때문에 공간적 배경을 이집트 외의 다른 곳으로 옮기긴 어려웠을 것이다. 때문에 옛날 이 영화 처음 봤을 적엔 이모텝 말고 다른 미이라 악당이 더 많이 나올 줄 알았다. 고대 이집트에서 억울하게, 또는 빡친 상태로 미이라 된 인물이 어디 이모텝 뿐이겠나? 그래서 다른 악당이 메인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결국 속편이 선택한 것은 이모텝의 재부활. 아니, 이미 부활한 적 있는데 또 부활한 거니까 재재부활이라고 해야 맞는 건가. 부활이 취미인 쪽은 오히려 이 쪽인 것 같다.

하여튼 최종 보스 격으로 스콜피온 킹이 상정되어 있기는 한데, 그래도 극 전반을 제대로된 악당으로서 이끌어가는 건 여전히 이모텝이다. 이모텝이 진짜로 다 한다. 물론 추종자들을 부리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주인공 부부의 아들 알렉스를 납치해 끌고 다녔고, 부하 미이라들도 제때제때 적절하게 생산해내고, 타이밍 봐서 에블린도 죽인 뒤에, 종국에는 스콜피온 킹까지도 부활시켜내지 않나. 이 정도면 그냥 악당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공이 많다. 주인공인 릭과 거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캐릭터로 보아야할 것. 막말로 막판에 어정쩡하게 등장해서 어정쩡하게 죽은 스콜피온 킹보다 훨씬 낫지.

전편에 비해 모험의 결이 좀 더 다양해졌다는 점이 포인트. 판타지 섞인 존재들이 도심가에 나타나 추격전을 벌이거나 깽판 치는 전개를 좋아하는데, 초반부 런던 시내 추격씬이 딱 그렇다. 2층 버스를 활용한 액션 설계가 재미있고, 다소 쓸데없어 보이기는 해도 런던 브릿지 도개교 설정으로 아슬아슬하게 끝나는 결과도 좋음. 여기에 다섯명으로 구성된 주인공 파티가 비행선에 올라 오밀조밀하게 시간 보내는 거, 그리고 이후 이모텝의 워터파크 쑈를 피해 도망 다니는 장면,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정글 배경으로의 변주 등 역시도 훌륭함. 1편이 내내 모래사장에서만 싸우는 느낌이었다면 확실히 2편에는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순정마초로서의 이모텝 캐릭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 이번엔 아예 아낙수나문의 현신인 밀라 네이스란 악녀 캐릭터까지 등장 시킨다. 부활 직후 썩어버린 피부로 밀라와 키스하는 이모텝의 모습이 압권. 이것 역시 어린 시절의 나에게 선명히 남겨진 순간인데,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진짜 사랑하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내게 남긴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로맨틱 요소들의 결말이 존나 비극적이라는 점도 충격이었음. 이모텝이 죽을 위기에 빠졌을 때 그냥 냅다 도망치는 아낙수나문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순정남 이모텝의 결연한 표정과 선택. 아, 진짜 그냥 대충 만든 할리우드 액션 영화 쯤으로 치부하기엔 이 영화가 선명하게 남긴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다. 한때 케이블의 영화 채널에서 질리도록 틀어줬기 때문에 살짝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하여튼 그 자체로는 재미있는 영화.

CG가 구리기로 유명하고 실제로 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스콜피온 킹의 위용 만큼은 쩐다. 솔직히 디자인 졸라 잘했다고 생각함. 반인반수의 전갈 베이스 생명체라니... 게다가 이모텝과는 달리 그 어떤 의사소통도 불가능. 그냥 살생을 위해 태어난 킬링 머신에 가까운데, 그 설정이 이모텝과 묘하게 상충되어 재미있다. 물론 그 와중 스콜피온 킹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이모텝의 모습 역시 압권이고. 어쨌거나 드웨인 존슨은 진짜 젊어보이더라... 근데 이미지만 놓고 보면 지금이 훨씬 나음. 그 때나 지금이나 얼굴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닌데, 뭔가 지금은 여유가 넘쳐보이는 반면 스콜피온 킹으로서의 그 모습은 좀 급해보인다. 아, 애초에 그런 캐릭터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아누비스의 군대는 세계 정복할 수준 못되는 좆밥 군대 같다. 죽어도 죽어도 끊임없이 부활하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무적이지만, 어쨌거나 한 놈 한 놈의 전투력이 너무 허접함. 칼에 스치면 바로 모래먼지 행이던데,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상황이니 그 당시 총기류와 대포류 만으로도 충분히 제압가능할 듯. 세계 정복 성공하더라도 존나 힘들게 가까스로 할 것 같다. 다만 그 점 빼면 디자인은 맘에 듦. 

그래도 맘에 안 드는 것. 에블린 캐릭터의 전생 설정은 왜 넣은 건지 잘 모르겠다. 막판에 아낙수나문과 걸 파이트 시키려고 그냥 넣은 설정인 걸까? 릭의 메자이 설정과 더불어 너무나도 운명적인 관점으로 흐르는 설정이라 개인적으로는 불호. 레이첼 와이즈 그만큼 더 오래, 더 많이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말이다. 

핑백

  • DID U MISS ME ? : 미이라3 - 황제의 무덤, 2008 2021-06-04 13:01:31 #

    ... 배우랑 부모 자식 간 케미가 그래서 잘 안 남. 부모 자식 사이가 아니라 그냥 막둥이 동생 돌보는 느낌. 아니, 근데 브렌든 프레이저 왜 이렇게 잘 생겼지? 1편과 2편에서도 멋졌지만 3편들어 나이먹고도 잘 생겼네. 더듬이 앞머리 느끼하면서도 너무 잘 어울려서 할 말이 없음. 제국주의의 깃발 아래 경쟁적으로 이집트 도굴하던 놈 ... more

  • DID U MISS ME ? : 블랙 위도우 2021-07-10 17:03:54 #

    ... 도 레드룸의 다른 위도우들과 더 피터지게 싸우면 어땠을까... 스칼렛 요한슨은 언제나 좋고, 오랜만에 본 레이첼 바이스도 반가웠다. 마침 최근 <미이라> 시리즈를 다시 정주행 했던 터라 더 반가웠음. 데이비드 하버는 <헬보이>의 악몽을 가까스로 지워나가는 것 같아 다행이었고... 여기에 레이 윈스턴도 멋지 ... more

덧글

  • nenga 2021/06/04 23:42 # 답글

    레이첼 와이즈한테 이집트 의상을 입히기 위해
    전생설정을 넣은 게 아닐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