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4 13:01

미이라3 - 황제의 무덤, 2008 대여점 (구작)


3편까지 이집트 배경이었으면 질렸겠지. 그렇다고 미이라라는 소재를 버릴 수도 없고... 이에 제작진은 결단을 내린다. 그냥 빡쳐서 부활한 언데드면 다 미이라로 퉁치자는 것. 그럼 배경은 어디로 하지? 시리즈의 전통인 오리엔탈리즘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이번엔 아예 제대로 한 번 오리엔탈리즘 꼭꼭 뭉쳐보자! 진짜 그런 마음가짐이었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번 3편의 배경은 중국이다. 

옛날 이야기를 동화책 읽어주듯 전개되는 오프닝 전통. 근데 이번 3편은 그게 길어도 너무 길다. 서양권 관객들에게는 고대 이집트 보다 고대 중국의 이야기가 더 생소할 테니 조금 더 설명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길잖수... 덕분에 초장부터 지루하다. 한마디로 전개 졸라 느림. 뭔 영화 시작하고 10분 동안 내내 옛날 이야기만 하고 자빠졌어.

단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영화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부터. 에블린 역할이 레이첼 와이즈에서 마리아 벨로로 교체된 게 상상 이상으로 나쁘다. 물론 마리아 벨로는 꽤 좋은 배우다. 그러나 시리즈라는 게 으레 그렇듯, 기존 팬들은 갑작스레 바뀌어버린 주인공 얼굴에 적응 못하는 게 당연하잖아. 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다른 극중 인물들 모두 바뀐 얼굴의 여자 주인공을 마치 원래부터 그 얼굴이었다는 듯 철판 깔고 대하는 게 역시 심기에 거슬리고. 막말로 레이첼 와이즈의 고전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얼굴과 분위기로 먹고 살았던 시리즈였잖아. 그게 이집트의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던 거고. 물론 이번작의 배경은 중국이지만, 그럼에도 그 기조는 유지를 해줬어야지... 나의 레이첼 와이즈를 돌려놔...

평온하게 평범해진 삶에 적응하지 못한채 여전히 전쟁터를 그리워하는 남자와 여자 캐릭터. 웃긴 건 평온한 건 싫어하면서도 여전히 그 둘 사이는 뜨겁다는 것이다. 아들인 알렉스가 이제 대학생 된 모양이던데, 그럼 아무리 적게 잡아줘도 둘이 40대 후반 ~ 50대 초반인 거 아냐? 그러면서 뭔 틈만 나면 키스하고 분위기 잡고... 왕년의 미이라 사냥이 부부 관계에 꽤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아내의 얼굴이 새롭게 바뀌어서 그런 건가. 하여튼 또다른 문제는 브렌든 프레이저와 마리아 벨로 둘 다 동안 느낌에 가깝다는 것이다. 알렉스 역할 배우랑 부모 자식 간 케미가 그래서 잘 안 남. 부모 자식 사이가 아니라 그냥 막둥이 동생 돌보는 느낌. 아니, 근데 브렌든 프레이저 왜 이렇게 잘 생겼지? 1편2편에서도 멋졌지만 3편들어 나이먹고도 잘 생겼네. 더듬이 앞머리 느끼하면서도 너무 잘 어울려서 할 말이 없음.

제국주의의 깃발 아래 경쟁적으로 이집트 도굴하던 놈들이 이제는 중국까지 가서 땅파고 있다. 고고학자랍시고 옛 황제의 무덤 발굴할 때는 언제고,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드는 전투 감각. 알렉스 이 새끼도 오코넬 집안 사람이긴 오코넬 집안 사람이구나. 그리고 우리의 조나단은 상하이까지 가서 나이트클럽 운영. 나이트클럽 운영하는 거야 기존 조나단 캐릭터성에 비춰보면 썩 어울리는 행동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도 그 클럽 이름을 이모텝으로 짓는 건 좀 도 넘게 철없는 행동 아니냐? 곧바로 부활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자기 동생 찔러 죽였던 놈인데... 심지어 자기 본인도 존나 여러분 죽을 뻔 했고, 그 이모텝 때문에. 그런데도 나이트클럽 이름을 이모텝으로 짓다니... 아니면 정말로 자기가 이모텝을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현 중국에 강력한 통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옛 폭군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악당 양 장군의 등장. 이런 부분에서는 영화가 또 패기만땅이다. 미국 영화로써 남의 나라 이야기라 이건가? 현 독재자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면서 독재를 부추기는 인물을 악당으로 삼는 패기 하나만은 인정.

예티의 등장은 그야말로 시바 충공깽. 예티가 등장하고, 악당 미이라가 4원소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리고 그게 많이 깬다. 허나 따지고 보면, 기존 1편과 2편에서의 이모텝이 지녔던 능력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똑같았잖아. 그런데도 왜 유독 3편의 이런 설정들만 더 열받게 느껴지는 걸까? 1편과 2편에는 일련의 분위기란 게 있었다. 애초부터 이모텝이 고대 이집트의 제사장이기도 했고, 오리엔탈리즘 뿜뿜이었어도 1편과 2편의 고대 이집트는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점철되어 있었거든. 그리고 이모텝의 염력과 물, 모래 조종 능력은 뭔가 그 그럴듯한 분위기와 이어져 자연스럽게 발현됐고. 그런게 3편에서는 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너무 뜬금없이 갑툭튀하는 설정들의 연속. 막말로 중국 황제랑 4원소 갖고 논다는 설정이랑 대체 뭔 상관이냐고... 그중에서도 예티는 진짜 최악이다. 설명은 커녕 농담조의 복선이라도 단 하나 없다가 갑자기 호출받고 급 출동. 뭐여, 시발... 피아식별 명확하고, 말도 통하고, 게다가 전투력도 최상급인 예티 스쿼드가 나온 순간부터 이미 개연성은 다 말아먹은 거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도 퀵실버 등장 시켜놓고 왜 클라이막스 전투에서는 안 써먹었는지 의아 했잖아. 딱 그런 거임. 그리고 미이라가 있다고 했지 예티까지 존재하는 세계관이란 말은 없었잖아. 빅풋도 있고 츄파카브라도 있고 다 있겠네... 씨발 킹기도라 된 황제로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머리가 세 개면 뭐하냐고, 에임이 하나도 안 맞는데.

조금 다른 소리지만, 바로 그래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왜 다크 유니버스에 공을 들였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럴듯한 수퍼히어로 캐릭터 판권도 없는 유니버설 입장에서야, 유니버스화 시키기에 꽤 좋은 아이템처럼 보였을 것이다. 3편의 퀄리티가 처참하기는 해도, 뭔가 매력적이긴 하거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이라나 예티, 기타 마법들 역시 실존하는 세계관이니 말이다. 존나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문제 근데 이걸 못 살려서 <드라큘라>와 리부트판 <미이라>로 연속 두 번이나 망하다니...

황제의 군대가 무역연합 배틀 드로이드 마냥 개그하는 순간 호러 역시 다 끝난 거. 또 제아무리 캐스팅을 이연걸로 해놨다고 해도 그렇지, 주인공이랑 미이라 황제랑 주먹다짐으로 맞다이 까게 만들면 어떡하냐... 이모텝은 다른 장면들이라도 있었지 여기 황제는 주인공이랑 맞붙는 장면이 딱 이거 하나인데. 그나저나 이연걸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옛 중국 배경의 영화에 또 황제로 나오네. 물론 순서로 따지면 <뮬란>보다 이쪽이 더 먼저지만.

개뜬금 로맨스. 뭐, 로맨스 할 수는 있는데 이것도 너무 뜬금 없잖냐. 그리고 이 여자애는 2,000년 이상 살았다고 하는데 하는 짓은 여전히 어린애 같네. 인간 관계 다 끊고 순수하게 지냈다고 하더라도 이런 레벨이라니... 하여튼 알렉스와 린 사이의 케미스트리는 거의 빵점. 

호러 요소는 애저녁에 싸그리 날아갔고, 미이라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상대로한 액션 장르로써도 그 매력이 다 휘발. 일단 미이라랑 싸우는 게 별로 없어... 첫 추격전도 그냥 자동차 타고 달린거고, 히말라야 협곡에서의 총격전도 다 한 황제를 추종하는 군인들과 싸운 거고... 제작자나 각본가 중 한 명이 진시황릉의 병마용 이미지 보고 '이거다!' 싶었던 것 같은데, 병마용 이미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뭔가 허약해보이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2편의 아누비스 군대 급 카리스마가 없다. 걔네 역시 당나라 군대 느낌이긴 했지만 좀 무섭다는 느낌은 있었거든. 하여튼 3편 병마용들은 다 흙으로 만들어진 놈들이라 더 쉽게 박살날 것 같은 모양새. 뭔가 뚱한 표정이 귀엽기까지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판타지 세계관을 너무 믿고 선빵 날리다가 그대로 고꾸라져버린 속편. 안일하다 못해 퇴화한 수준이다. 차라리 스티븐 소머즈가 계속 연출 했더라면 어땠을까. 최근 스티븐 소머즈의 필모그래피들 역시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리즈의 기조를 정립했던 그였다면 조금이라도 더 낫지 않았을까?

뱀발 - 한 황제를 추종하는 세력들 유니폼... 존나 씹덕스러워 웃김. 세상에 실존할지도 모르는 마법 황제를 부활시키려고 이토록 많은 성인들이 모여 의기투합을 했다니... 뭔 사단마크 마냥 직접 패치 만들어서 군복에 붙인 것도 귀엽고... 다른 의미에서 보면 씹덕망상 악당들의 결정체다. 2편의 이모텝 추종자들도 있기는 했지만 3편의 얘네는 아예 군복을 만들어 입었다는 게 개그.


덧글

  • rumic71 2021/06/04 13:16 # 답글

    그러고보니 영화 <진용>도 뭔가 미이라 시리즈랑 비슷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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