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발... 내 생애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없을 영화일 거라 생각해왔는데... 어쩔 수 없이 시리즈 전체를 정주행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겨서 결국 봐버렸다. 그러나 놀라웠던 건, 영화가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는 것.
호러 영화니까 점프 스케어로 일순간 시끌벅적하게 구는 거야 이해할 수 있지. 허나 재밌는 건,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은 모두 차분하고 고요한 편이란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연출로 살짝 넘어온 이후의 제임스 완은, 하나같이 시끄러웠지. 그런데 그 이전에 만든 호러 영화들은 다 진정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더불어 하위 장르로 하우스 호러를 택했는데, 배경이 되는 집의 안쪽에서 부터 누군가의 시점처럼 보이는 상태로 촬영 되었다는 점 등 역시도 특유의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는 편.
세상에서 제일 가는 겁쟁이라 그러더니, 어떻게 이 영화가 무섭지 않을 수 있었냐-고 내게 물을 수도 있겠다. 물론 무섭지 않았다고 큰소리 떵떵 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는내내 눈을 아예 안 가렸던 건 또 아님. 그리고 다행히 또 혼자 봤던 게 아니라서... 그러니까 내 말은, 걱정했던 것보다 무섭지는 않았단 소리. 차라리 <그것>이 더 무서웠던 것 같은데? 하여튼 걱정보다 덜 무서웠던 지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번째가 바로 귀신의 이미지였다. 앞에 숨바꼭질하다 박수치는 장면 등 분위기 고조 시키는 장면들은 무섭지. 근데 귀신이 본격적으로 첫 등장한 쇼트가... 그 쇼트가... 그 쇼트가 그냥 너무 웃겼다. 옷장 위에 머리 긴 여자 귀신이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으로 첫 등장 하는데, 그냥 그 자세와 표정 기타등등 모든 게 너무 웃겼다. 물론 웃으라고 그렇게 만든 쇼트는 아니겠지만... 그냥 나한테는 그게 너무 웃겼다고... 직후 그 앞에 서 있던 어린 소녀에게 그 귀신이 점프해 달려드는데, 그 꼴도 그냥 너무 웃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웃어서 이후 영화가 더 안 무서웠던 것 같음.
두번째 지점은 주인공들이 많았다는 것. 주인공 혼자 밤에 외딴 숲을 돌아다니거나, 혼자 귀신들린 대저택 어딘가를 배회하거나 했다면 존나 무서웠겠지. 근데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꽤 많은 편이더라고. 일단 피해자 가족부터가 여섯명 정도 되고, 여기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워렌 부부의 파티원들이 또 한 무더기 됨. 다같이 우르르 몰려 다니며 집 이곳 저곳을 싸돌아다니는 내용이다 보니 덜 무서웠던 것도 있었다. 그냥 그들 모습이 고스트버스터즈처럼 보이더라고. 물론 조금 더 진지한.
어쨌거나 걱정보다는 덜 무섭게,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분위기를 고조 시키는 방식이 좋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고. 근데 주제가 좀 깨는 측면은 있었음. 결국은 사랑, 또는 가족애 등이 가미된 주제인 건데 이게 영화의 분위기랑 잘 맞아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은 안 들더라. 이런 건 차라리 3편이 잘한 것 같음.
뱀발 - 아무리 생각해도 워렌 부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왜 그런 망측한 물건들을 집 한 구석에 보관 해놓는 거냐고. 그 집엔 자기 딸도 살고 있는데. 차라리 어디 외딴 곳에 창고 임대 해서 거기다 보관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어린 딸이 접근할지도 모르는 집 한 구석탱이에 그딴 신전을 만들어놓은 거야... 그런 것에 학을 떼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덧글
싸바 2021/06/21 04:28 # 삭제 답글
CINEKOON 2021/06/22 1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