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0 10:28

컨저링3 - 악마가 시켰다 극장전 (신작)


뭐, 좋아하기는 커녕 요즘 들어 처음으로 정주행하기 시작한 시리즈지만 그 사이 미운 정이라도 붙었던 건지 여러모로 이번 3편이 걱정스러웠다. 종종 3편은 시리즈의 무덤이 되지 않나. 특히 호러 영화 같은 경우, 3편이나 4편부터 B급 비디오용 영화 퀄리티로 전락하기 쉬워서... 심지어 이번에 감독도 바뀌었잖아. 그리고 그 감독의 전작인 <요로나의 저주>도 검색해보니 그리 평이 좋질 못하더라고. 여러모로 망할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웃기게도 나는 이번 3편이 시리즈 중에 제일 재밌더라.


스포가 시켰다!


1편이 진성 하우스 호러였고, 2편이 거기에 살짝 반전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미스테리물로의 변주를 시도했었다면, 이번 3편은 그 미스테리물로써의 비중을 늘려 본격 추적물 또는 형사물처럼 보이게끔 셋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게 나의 취향을 잘 저격했다. 호러 영화는 싫어하지만 형사물은 좋아하는 내 취향을. 악마에 빙의 되어 살인을 저지른 젊은이가 외로운 법정 싸움을 벌이는데 이를 워렌 부부가 구해내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법정 드라마의 이야기에 오컬트 호러가 흩뿌려지는 모양새인데, 어차피 영화는 법리 다툼에 관심 없음. 거기에 끼워넣은 게 바로 미스테리 추적 요소다. 1편과 2편의 악마들이 극중 인물들의 소환 아닌 소환에 의해 불러지는 존재들이었다면, 이번 3편은 누군가의 철저한 의도로 강림한다. 그게 일단 영화에 개연성을 더해준다. 막말로 2편 같은 경우에는 어린 두 소녀가 서양판 분신사바 놀이 하는 게 좀 생뚱 맞게 느껴졌었거든. 귀신을 불러내야 하는 각본의 필요에 의해 저지른 분신사바 같았단 소리. 허나 이번 3편은 아예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불러냈다는 점에서 악마의 존재가 훨씬 더 개연성을 갖는다. 

로레인 워렌의 대척점에 선 일종의 라이벌 기믹으로 이슬라라는 신 캐릭터가 설정된 점이 그래서 제일 좋다. 일본 만화에서도 많이 쓰이는 설정이지만, 나는 원래 이런 식의 전개 되게 좋아하거든. 주인공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상위호환 악당의 등장. 특히 이슬라의 시선에 영적으로 접속한 로레인의 상황이, 이슬라의 엇비슷한 능력으로 인해 반전되는 순간으로 변주되는 게 긴장감 돋고 재미있다. 나만 그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 역시 역으로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의 소름. 게다가 이슬라 캐스팅도 존나 잘했음. 분장의 힘 역시 컸겠지만 배우의 인상 자체가 너무 파워풀하다. 

최종 흑막으로는 악마가 상정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악행의 뒤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설정 역시 흥미롭다. 1편과 2편의 모든 사건들은 그저 악마의 탓으로만 치부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3편은 악마를 불러내고 그를 통해 다수의 인명을 살상 했던 존재로 인간을 배치 시킴으로써 결국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결론으로 귀결. 인간이 불러낸 대참사, 그리고 그 대참사의 희생자로서 존재하는 것도 또다른 인간이다. 그 사이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 역시 인간이고... 무조건 악마 탓이야-로 말 돌리는 전작들 보다는 이번 3편이 그래서 더 무서웠다. 

호러 장르 애호가로서 감독의 모습이 종종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초반부 악령 들린 집으로 찾아오는 신부님 모습은 노골적인 <엑소시스트> 오마주. 여기에 후반부 빙의 된 에드가 망치 들고 로레인 쫓는 장면에서는 또 <샤이닝> 떠오르고. 오마주가 잘 녹아들었는지, 적절했는지 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냥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 해당 장르 영화를 연출한 것 같아 나름의 보너스가 들어가게 되더라. 매일 말하는 거지만 장르 영화야말로 정말 그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거든. 

시리즈의 메인 테마인 '사랑' 역시 이번 3편에서 제일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이번 3편은 주인공인 워렌 부부의 이야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그 테마가 더 잘 살았던 것 같음. 특히 그 둘이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온전히 장식하니 그게 더 크게 느껴졌고. 

무섭기는 여전히 무서웠지만, 어쨌거나 구성적인 측면에서 시리즈의 최고작처럼 느껴지는 작품. 근데 다시 한 번 말해야 할 것이, 나는 애초 이 시리즈 안 좋아했다는 거. 호러 영화라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라는 거. 그러니까 장르 비 애호가가 내리는 이런 평가에 장르 애호가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호러 요소보다도 미스테리 추적극으로써의 부분들 때문에 시리즈 최고작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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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싸바 2021/06/21 04:22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호러 장르 팬의 입장에서 컨저링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혔네요. 블로그 곳곳에 읽을 거리가 넘칩니다. 종종 들를게요.
  • CINEKOON 2021/06/22 15:01 #

    잃을 거리가 넘치다니... 부디 싸바 님의 그런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드려야 할 텐데요. 여기는 질 보다 양이라서 정작 하나하나 제대로 읽기 시작하시면 마음 바뀌실 수도 있..
  • 로그온티어 2021/08/19 09:40 # 삭제 답글

    배달음식
    악마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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