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집쟁이 노인이 험한 꼴 그만 보고 싶다며 간절히 부탁하는 딸에 의해 나 혼자 사는 생활을 청산한다. 그렇게 들어온 딸네 가족이 사는 집. 할아버지 때문에 안락했던 방을 털리고 다락으로 쫓겨난 손자가 느닷없이 전쟁을 선포한다. 순순히 방을 내놓지 않으면 남은 건 오직 전쟁 뿐이라고 엄포를 놓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손자. 동방예의지국인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보면 이게 뭔 유교 근간 무너지는 소리인가 싶을 테지만 어린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뭐... 게다가 미국애들인데... 어쨌거나 백전노장 에드는 그렇게 손자 피터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말이 전쟁이지 귀여운 투닥거림이다. 서로가 방을 비운 사이 몰래 잠입해 각자의 가구를 개조해 둔다든지, 오레오 쿠키의 가운데에 치약을 발라둔다든지... 애초에 가족 영화이니 더 심한 건 할 수도 없었겠지. 그래, 그럼 결국 기대하게 되는 건 <나홀로 집에>식의 기상천외한 트릭이고 그 뒤에 이어질 가족애에 대한 감동이다. 아니, 못해도 드 니로를 캐스팅 해두었다면 관객으로서 이 정도는 잘해낼 거라 믿고 기대해도 괜찮잖아?
그런데 정말이지 더럽게 재미가 없다. 할아버지와 손자 각자의 함정은 아이디어가 모두 형편없이 뻔하고, 이 전투를 통해 세대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코미디를 만들겠단 방식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상투적이다. 심지어 그걸 잘 쓴 것도 아니다. 올드 스쿨 vs 뉴 스쿨 구도로 갈 거였다면 끝까지 가든지. 할아버지가 왜 갑자기 드론 잡고 카미카제 쓰는 건데? 손자 컴퓨터엔 어떻게 접속해서 걔 게임을 다 망친 건데? 이런 육실헐...
감동 좀 못 줘도 괜찮고 이야기 좀 뻔해도 괜찮다. 언제나 말했듯 장르 영화는 장르 영화로써 최우선 과제 그거 딱 하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공포 영화면 무서워야 하고, 액션 영화면 잘 싸워야한다는 것. 근데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못 웃기면 어쩔 거냐고... 보는내내 로버트 드 니로랑 크리스토퍼 월켄 노인 학대 당하는 것만 같아서 안쓰러웠다. 코미디 영화 보면서 내가 안쓰러워 하는 게 맞는 거냐고...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