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17:54

위시 드래곤 극장전 (신작)


어느날 신이 당신에게 나타나 말한다. "위에서 지켜보니 너가 비교적 착하고 순수하게 살았더구나. 그러므로 내 너에게 상을 주마." 그렇게 건네받은 알쏭달쏭 요상한 차주전자. 그리고 거기서 갑툭튀하는 매혹적인 분홍색의 용.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그 용이 대뜸 세가지 소원을 들어줄 터이니 어서 말하라고 하지 않는가. 이거 정말 놀랄 노자로구만?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네. 주전자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소원 세가지를 들어준다고? 이게 놀라운 아이디어라고? 디즈니에서 <알라딘>을 낸게 1992년이니 그 놀라운 아이디어도 벌써 30살이 됐다. 그외에는 바뀐 게 별로 없음. <알라딘>과 마찬가지로 <위시 드래곤> 역시 한 소년이 주인공이고, 좋아하는 이성과 계급적 격차가 있으며, 그를 좁히기 위해 마법의 소원을 쓴다는 것 역시 모두 동일하다. 그나마 다른 게 현대의 중국이라는 시공간적 배경 그거 하나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걸 잘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세상의 모든 영화들이 강한 국적성을 띄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어로 제작된 세계 배급용 영화에서 중국이라는 비영어권 국가를 배경으로 삼았으면 그만의 매력을 위해 뭔가를 해볼 수도 있었던 거잖아. <알라딘>이 화려한 왕궁의 모습과 패션 등으로 어필했던 것처럼 말야. 아... 진짜 이거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말하는 건데 그렇다고 과도하게 중뽕 넣으라는 것 역시 아니다. 그냥 중국만의 뭔가를 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걸 안해 아쉬웠다는 말. 차라리 <쿵푸 팬더>가 이런 건 더 잘했던 것 같음. 

이야기는 그 원형에 가깝게 뻔해, 그렇다고 중국이라는 특별한 배경을 잘 살린 것도 아냐. 이런 투 스트라이크의 중대한 순간에 결국 남은 건 영화의 순수 재미다. 그런데 그것 포함해도 결국 삼진아웃. 제아무리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매력없이 답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게 말하면 나이브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멍청한 거. 그래, 첫번째 소원으로 쿵푸 마스터가 된 것까지는 이해를 해. 상황도 다급했거니와 무릇 사내라면 절대 무공에 대해 욕심 내보기 마련이니까. 근데 두번째 소원으로 뭐? 딱 24시간 동안만 부자가 되고 싶다고? 이게 뭔 개소리야... 부자가 될 거면 그냥 영원히 되든가, 그게 아니고 재물에 전혀 관심없는 순수남이면 아예 그런 소원 빌지를 말든가... 딱 24시간만 부자 되고 싶단 건 대체 뭔 소원이야. 지금 네 엄마가 너 먹여 살리려고 밤 10시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거 안 보이냐? 이런 불효자식을 봤나... 그냥 내가 너무 어른이 된 건가...

훌쩍 지나가버린 몇 세기 때문에 용이 적응하기 어려워한다는 묘사는 <알라딘>의 지니와 비교해 분명 다른 점이다. 근데 그게 잘 재밌게 버무려지지도 않았고, 애초 그렇게 재밌어질 만한 소재도 아니었고... 주인공 소년과 그가 꿈꾸던 소녀 사이의 로맨스가 반짝이는 것도 아니고... 액션은 기묘해서 오히려 이상하고... 돈과 진정한 사랑 사이를 저울질 하다가 끝내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게된다-라는 주제도 100여년은 된 것 같고... 그냥 소원 들어주는 용 디자인, 그거 딱 하나가 좋았다. 매끄러운 분홍색도 예쁘고 무엇보다 뭔가 풍성하게 느껴지는 털빨이 맘에 듦. 근데 인간형일 때는 영 내 취향 아니더라.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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