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9 10:59

아빠가 되는 중 극장전 (신작)


그동안 육아의 기쁜 과정을 발랄하고 활기찬 톤으로 밝게 그린 영화들이 충분히 많았다. 그리고 바로 그 반대편에서, 육아의 지난한 과정을 현실적이고 처절한 톤으로 무겁게 그린 영화들 역시 충분히 많았지. 그러나 그 톤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 육아의 과정은 영화내에서 곧 성장으로 연결되어 왔다. 그건 아기와 아이의 성장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어른인 부모들의 성장이기도 했지. 돌봄받는 쪽과 돌보는 쪽 모두 한뼘 더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 바로 육아인 것이다. 

<아빠가 되는 중>은 바로 그 부분에서 애매하다. 육아를 다루는 영화 내에서 성장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육아'를 통해 비롯 되어야만 한다. 특히 부모가 주인공인 영화라면 자신의 아이를 돌보고 키우며 그를통해 성장하는 게 맞지. 그게 아니면 차라리 <툴리>처럼 부모인 주인공의 내면에 더 깊숙하게 다가가든가. <아빠가 되는 중>은 제목에서 쉽게 눈치챌 수 있듯 아빠가 된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그 남자의 내면적 성장이 자신의 아이로부터 비롯되지 않는단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또는 그 아이를 지켜보며 내면성 성장을 이룩해야하는데 정작 아이와의 관계는 두루뭉술하게 다루고만 있다는 인상. 

그렇다면 영화 내에서 벌어질 대부분의 갈등과 그 요소들은 다 아이와의 대화나 상황을 통해 전개되어야 한다. 근데 지금의 주인공은 아내가 죽은 후 육아를 병행하며 직장 생활하기, 새로운 연인 만나기, 장모와 말싸움 하기 등등 다른 데에 신경 쓰느라 바쁘다. 그러니까 육아를 핵심 요소로 둔 영화인 것이 아니라, 육아로 시작된 갖가지 갈등들을 더 다루는 영화인 것. 육아를 보여주기 보다, 육아에 대한 언급을 간접적으로 더 하는 영화인 것. 이러한 접근은 결국 주인공의 딸 캐릭터가 가진 물리적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빠와 딸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냥 그 딸을 아빠가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대하는지 이게 더 메인이란 소리. 그래서 그 둘 사이에 이렇다할 갈등이 없다. 둘이 정신적으로 딱히 멀어지지도 않았거니와, 물리적으로 멀어질 뻔 했던 것도 그냥 아빠의 출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갈등이 봉합되는 것도 딸의 액션에 대한 아빠의 리액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빠의 뜬금없는 자기반성과 깨달음 때문. 

결론. 명색이 육아 스토리면서 정작 딸아이를 악세사리처럼 다루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이후부터 폴 웨이츠는 내리 나락이더니 어째 한결 같네.

핑백

  • DID U MISS ME ? : 2021년 영화 결산 2022-01-02 17:11:53 #

    ... 디스, 아이다 / 컨저링3 - 악마가 시켰다 / 새콤달콤 / 아야와 마녀 / 캐시 트럭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 루카 / 워 위드 그랜파 / 위시 드래곤 / 아빠가 되는 중 / 킬러의 보디가드 2 / 발신제한 / 메이드 인 루프탑 / 아메리카 - 영화 같은 이야기 / 인 더 하이츠 / 제 8일의 밤 / 투모로우 워 / 블랙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