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들의 사랑을 다루는 퀴어 영화에서, '평범함'은 귀하디 귀한 행복일런지도 모른다. LGBTQ를 아직도 반기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통념상, 일반 이성애자 커플들처럼 밖에서 손을 잡은채 소소한 데이트를 한다는 게 어디 그들에게 쉬운 일이겠는가. 남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보이고, 이성애자들이 으레 그렇듯 데이트 신청의 순간에 순수한 떨림을 느끼고, 또 사회적 규범과 부모의 반대 따위 이유들로 맞게된 이별이 아니라 정말 관계 안에서 만의 이유로 맞게된 이별 등. 어쩌면 동성애자들에게 그 작은 평범함들은 남들의 큰 특별함들보다 훨씬 더 귀할 것이다.
<메이드 인 루프탑>의 순수한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안 그런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개의 퀴어 영화들은 모두 편견의 최전선에 서서 혁명의 깃발을 뒤흔드는 태도를 지녔었다.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와 그 편견에 저항하며 목소리를 드높이는 작품들이 많았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갈등들 대부분은 그들이 동성애자기 때문에 전개됐다. 그러나 <메이드 인 루프탑>은 그렇지 않다. 물론 아들이 게이인 것을 모르는 부모들에 대한 언급이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만 빼면 나머지 요소들은 이성애자를 주인공으로한 로맨스 영화들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하늘이 연인인 정민과 헤어지게 된 이유도 그저 그들 사이의 쌓인 감정이 그리 되었기 때문이며, 또다른 주인공인 봉식이 새로운 사랑에 맞닿는 과정 역시 스트레이트와의 별다른 차이점 없이 표현된다. 남자 & 여자의 구도에서 그저 남자 & 남자의 구도로 바뀌기만 했을 뿐인 것.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메이드 인 루프탑>은 평범해서 더 귀한 퀴어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그렇게도, <메이드 인 루프탑>의 단점 역시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정말이지 평범하다는 것. 퀴어 영화로써는 그 평범함이 성취하기 어려운 고귀한 미덕처럼 느껴질 테지만, 로맨스 영화로써는 그 평범함이 그저 평범함으로만 남는다. 주인공 하늘과 그 연인, 봉식과 그 연인. 이렇게 총 네 명, 두 커플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영화인데 모든 사건과 갈등과 화면이 죄다 평범한 것이다. 데이트는 일반적으로 묘사되고, 이별의 과정은 지난하게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또 퀴어 영화의 전형적 갈등들을 그대로 가져오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게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 빼고는 로맨스 영화로써 별 색다른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지.
젊고 활기찬, 요즘 말하는 소위 '힙'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그런 걸 다루려고 마음 먹은 순간 영화가 올드해진다.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기성세대들이 보통의 '젊음'을 규정할 때 곧바로 떠올릴 만한 요소들만 형식적으로 죄다 집어넣은 느낌. 옥탑방, 전동퀵보드, 인터넷 방송, 클럽, 욜로, 방구석 기타리스트 등등. 이런 거 보고 힙하다고 느끼며 젊음을 자위하기엔 이미 너무 촌스럽다.
퀴어 영화로 놓고 보자면 게이들을 다루니 별로 색다를 게 없지. 근데 또 로맨스 영화로 놓고 보면 너무 일반적이고 심심한 연애물이라 재미 없고. 이러나 저러나,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어딘가 조금씩 어색하고 모자란 영화. 출연하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정은 배우를 보는 재미만이 거의 유일한 재미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덧글
rumic71 2021/06/30 18:37 # 답글
CINEKOON 2021/07/01 12:22 #
rumic71 2021/07/01 14:56 #
로그온티어 2021/08/19 09:37 # 삭제 답글
뭐 대충 그거 이상의 퀴어영화는 제 사전에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