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30 16:01

메이드 인 루프탑 극장전 (신작)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들의 사랑을 다루는 퀴어 영화에서, '평범함'은 귀하디 귀한 행복일런지도 모른다. LGBTQ를 아직도 반기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통념상, 일반 이성애자 커플들처럼 밖에서 손을 잡은채 소소한 데이트를 한다는 게 어디 그들에게 쉬운 일이겠는가. 남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보이고, 이성애자들이 으레 그렇듯 데이트 신청의 순간에 순수한 떨림을 느끼고, 또 사회적 규범과 부모의 반대 따위 이유들로 맞게된 이별이 아니라 정말 관계 안에서 만의 이유로 맞게된 이별 등. 어쩌면 동성애자들에게 그 작은 평범함들은 남들의 큰 특별함들보다 훨씬 더 귀할 것이다. 

<메이드 인 루프탑>의 순수한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안 그런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개의 퀴어 영화들은 모두 편견의 최전선에 서서 혁명의 깃발을 뒤흔드는 태도를 지녔었다.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와 그 편견에 저항하며 목소리를 드높이는 작품들이 많았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갈등들 대부분은 그들이 동성애자기 때문에 전개됐다. 그러나 <메이드 인 루프탑>은 그렇지 않다. 물론 아들이 게이인 것을 모르는 부모들에 대한 언급이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만 빼면 나머지 요소들은 이성애자를 주인공으로한 로맨스 영화들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하늘이 연인인 정민과 헤어지게 된 이유도 그저 그들 사이의 쌓인 감정이 그리 되었기 때문이며, 또다른 주인공인 봉식이 새로운 사랑에 맞닿는 과정 역시 스트레이트와의 별다른 차이점 없이 표현된다. 남자 & 여자의 구도에서 그저 남자 & 남자의 구도로 바뀌기만 했을 뿐인 것.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메이드 인 루프탑>은 평범해서 더 귀한 퀴어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그렇게도, <메이드 인 루프탑>의 단점 역시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정말이지 평범하다는 것. 퀴어 영화로써는 그 평범함이 성취하기 어려운 고귀한 미덕처럼 느껴질 테지만, 로맨스 영화로써는 그 평범함이 그저 평범함으로만 남는다. 주인공 하늘과 그 연인, 봉식과 그 연인. 이렇게 총 네 명, 두 커플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영화인데 모든 사건과 갈등과 화면이 죄다 평범한 것이다. 데이트는 일반적으로 묘사되고, 이별의 과정은 지난하게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또 퀴어 영화의 전형적 갈등들을 그대로 가져오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게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 빼고는 로맨스 영화로써 별 색다른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지. 

젊고 활기찬, 요즘 말하는 소위 '힙'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그런 걸 다루려고 마음 먹은 순간 영화가 올드해진다.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기성세대들이 보통의 '젊음'을 규정할 때 곧바로 떠올릴 만한 요소들만 형식적으로 죄다 집어넣은 느낌. 옥탑방, 전동퀵보드, 인터넷 방송, 클럽, 욜로, 방구석 기타리스트 등등. 이런 거 보고 힙하다고 느끼며 젊음을 자위하기엔 이미 너무 촌스럽다. 

퀴어 영화로 놓고 보자면 게이들을 다루니 별로 색다를 게 없지. 근데 또 로맨스 영화로 놓고 보면 너무 일반적이고 심심한 연애물이라 재미 없고. 이러나 저러나,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어딘가 조금씩 어색하고 모자란 영화. 출연하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정은 배우를 보는 재미만이 거의 유일한 재미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덧글

  • rumic71 2021/06/30 18:37 # 답글

    게이들의 이상형을 그렸더니 평범하고 심심해지는 아이러니...
  • CINEKOON 2021/07/01 12:22 #

    아마 이성애자들의 이상형을 그렸어도 이렇게 재미없고 평범하게 그렸으면 아마 똑같았을 것 같습니다
  • rumic71 2021/07/01 14:56 #

    아, 게이들은 평소에 워낙 험하게 살다보니 이상형이 심심해진다는 거죠.
  • 로그온티어 2021/08/19 09:37 # 삭제 답글

    제 퀴어영화 최대로망은 퀴어액션영화가 나오는 겁니다. 버디무비인데 주인공들이 게이인 거죠. 여정내내 서로 간만 보다가 결말가서 서로 고백하고 커플이 되는 겁니다. 다른 점이라면, 버디무비는 뜨거운 석양 아래 두 남정네의 뜨거운 악수로 끝나지만 퀴어버디무비는 뜨거운 석양 아래 두 남정네의 뜨거운 야스로 끝난다는 게.. (야)

    뭐 대충 그거 이상의 퀴어영화는 제 사전에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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