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5 16:10

투모로우 워 극장전 (신작)


영화의 현재 시점으로부터 약 30년 후, 인류는 갑작스레 등장한 외계종족에 의해 궤멸 직전 단계까지 이른다. 현역 군인들 뿐만 아니라 몇 만명 빼곤 인류가 싹 다 몰살 당한 상황. 더 이상 입대시킬 사람이 없네... 나는 30년 후의 미래라면 T-1000까진 아니더라도 T-800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기계 군대로 외계종족에 대항할 줄 알았는데... 정작 30년 후의 미래인들이 개발한 건 뜬금 없게도 시간여행 기술이었다. 아! 그럼 <터미네이터> 마냥 기계 군대를 과거로 보내 외계종족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자는 계획인가?! 어림도 없지, 30년 전의 부모 세대에게 가서 우리를 위해 재입대 해달라고 말하는 게 30년 후 인류가 가진 최후의 계획이었음. 본격 군대 다시 끌려가는 영화 이거 공포 영화 아냐?

영화의 시간여행 설정에 대해 여러 의문점들이 붙는다. 그러나 시간여행 소재 영화들을 다룰 때마다 이야기했듯, 시간여행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기술이다. 적어도 2021년 현재까지는. 어쨌거나 그렇기 때문에, 각 영화들이 시간여행의 규칙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세웠는지에 대해서만 우리는 알면 된다. 그리고 <투모로우 워>의 설정은 이렇다. 30년 전의 시점과 30년 후의 시점, 이 두 시점의 시간은 똑같이 순류하고 있다. 어쩌다 간신히 열린 시간여행의 웜홀은 재수없게도 그 두 지점만을 오갈 수 있게 설계 되었고, 바로 그 때문에 미래인들은 외계종족이 나타나기 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으로 미래인들은 과거인들을 미래로 징집해가는 것. 물론 일주일 동안 미래에서 살아남으면 과거로 다시 전역 시켜주기는 함. 

설정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더불어 여러 주제들도 응축해 담을 수 있는 설정이라는 점에서도 <투모로우 워>는 강점을 지닌다. 환경 보호 캠페인 등을 할 때, 우리는 항상 '후손에게 빌려쓰고 있는 지구' 등의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곤 하지 않나. 이 영화가 딱 그 꼴이다. 결국 외계종족들이 깨어난 데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있었던 것이거든. 물론 그 이슈를 아주 깊숙하게 다루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런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우리 세대가 저지른 일들을 우리의 다음 세대가 책임지고 있다는 바로 그 설정 때문에. 

더불어 다음 세대는 언제나 '희망'을 상징한다. <칠드런 오브 맨>이 보여주었던 침착한 지옥도처럼, 우리에게 다음 세대가 없다면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걸을 것이다. 후손이 없다면, 다음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면. 우리가 이토록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희망이 없어지게 되는데? 나보다, 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순간이 올 거라는 믿음. 다음이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또 살아가게 만든다. 근데 그 다음이 사라진다고? 차라리 100년 후의 이야기였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가 상정하고 있는 위기는 불과 30년 후에 벌어진다. 30년 후!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만큼 자랐을 때의 이야기. 아, 이렇게 생각해보니 미래인들이 시간여행 도착지는 참 잘 잡았네. 100년 전으로 돌아갔다면 과연 100년의 과거인들이 미래인들의 이야기에 그토록 귀를 기울여주었을까? 100년 후면 거의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텐데. 30년 전의 과거였기 때문에, 그 과거인들이 모두 자녀들에 대한 걱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여튼 영화는 여러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가지고 달려 나간다. 물론 그 가능성들을 모두 면밀히 탐구 하지는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킬링타임 액션 영화로써 아주 훌륭하고 신선한 액션 디테일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역시 아니긴 하다. 그러나 <투모로우 워>는 못해도 중간은 해주는 영화다. 미래 세계에서의 전투와 현재 세계에서의 전투를 모두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고, 좀 뻔하고 상투적이기는 해도 가족 간의 관계와 그에 따른 감정들 역시도 사뭇 진지하게 잘 그려내고 있거든. 더불어 물량공세 머릿수로 들이미는 외계종족 화이트 스파이크의 이미지도 나쁘지 않고. 사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속 외계종족과 아주 유사해보이는 놈들이긴 하다. 클래스 구분이 따로 되어있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인 생김새 역시 양키 센스 가득 들어간 그런 느낌이라. 특히 이미지가 아주 유사한데 하얗고 입 주위가 빨간 것, 그리고 이빨이 수두룩 빽빽 하다는 점에서는 페니와이즈도 떠오르더라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서 외계종족의 위치를 찾아내는 전개는 좀 과하게 억지스럽지 않나 싶었음. 제아무리 영특한 신동이라고 퉁쳐도 어쨌거나 고등학생 말만 듣고 출동 했다는 건데. 가벼운 오락 영화인 건 알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개연성을 좀 더 보강해주었으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본 편. 담고 있었던 무궁무진한 가능성들에 대해 좀 더 탐구하는 영화였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앞서 말했듯 결국엔 오락 영화인 건데 거기까지 기대하는 게 좀 욕심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헌트>에서 베티 길핀이 너무 멋지게 나와 이번 영화에서도 기대했는데, 주인공의 현재 시점 아내로 나와 그리 많이 등장하지는 않더라고. 그게 좀 아쉬움.

덧글

  • dj898 2021/07/06 10:22 # 답글

    본격적으로 군대 다시 끌려가는 영화, 당근 공포 영화 맞습니다. ㄷㄷㄷ
  • CINEKOON 2021/08/27 13:33 #

    이거 보고 군대 다시 끌려가는 꿈을 꿨습니다. 농담 말고 진짜로.
  • 라비안로즈 2021/07/06 15:44 # 답글

    군대 끌려가는것도 미래에 가서 끌려가다니.. 공포영화네요.
    근데 과거 사람이 미래로 가서 미래에서 죽으면 그 과거 사람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았다면.. 그 자녀가 미래시점에 있었을텐데.. 과거의 사람이 죽으면 미래의 사람도 같이 죽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라서 안되는건가요 ㅎㅎ

    신랑이랑 같이 봐야겠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은 과거의 사람이 군대로 끌려가는거 보면 식은땀 흘릴지도 모르겠습니다. ^^;;;
  • CINEKOON 2021/08/27 13:33 #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이라면 그 공포 아마 다들 잘 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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