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5 16:17

토탈 이클립스, 1995 대여점 (구작)


당대의 위대한 시인 베를렌느와, 가히 혁명적 천재였던 랭보의 만남을 그린 영화. 하지만 내게는 그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찬란했던 리즈 시절 영상 포트폴리오로만 보이는 이상한 영화.

그 어느 것 하나 이해 가는 게 없다. 이것은 <캐롤>처럼 과거를 배경으로한 퀴어 영화인가? 맞다. 그러나 그걸 잘 했는가? 아니, 잘 했냐고 묻기 보다는 애초 그것에 관심이나 있었는지를 되묻고 싶다. 좋아, 그럼 이건 실존 했던 두 문학인의 예술적 관점과 그들의 작가주의를 살펴보는 문학 영화인가? 씨팔, 그것도 모르겠다고. 그냥 영화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탐미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두고 있는 꼴. 

일단 랭보와 베를렌느의 사랑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 퀴어라서 이해 못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언이 아니다. 이건 둘이 스트레이트 이성애자로 각각 남녀 커플이었어도 이해하기가 어려움. 애초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 자체가 너무 올드하고 갑작스럽다. 새파랗게 어린 랭보가 베를렌느를 매혹시킬 정도로 그 앞에서 대단한 문학적 역량을 뽐낸 게 있나? 초반에 편지 보낸 거 말고는 없잖아. 베를렌느 만나러 파리 오고 부터는 작품 활동 하는 거 잘 안 보여주던데. 게다가 예의도 없지. 문단 사람들이 모인 고풍스런 자리에서 땡깡이나 부리고 말이다. 아, 그 모습에 빠진 거라고? 베를렌느가 돈 많은 처갓집에 얹혀 살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좋아, 둘이 사랑에 빠진 건 그렇다 치자. 사랑이란 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멜로 드라마로써 그 사랑의 과정과 끝은 제대로 상세히 살폈어야 하지 않나? 지금은 그냥 두 싸이코가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헤어지는 과정을 그저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둘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왜 둘이 또 틀어지게 되었는지는 모두 다 우발적으로만 묘사된다. 중간중간이 뭉텅 뭉텅 날아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멜로 드라마는 인물들 간의 관계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장르인데, 정작 영화는 갈등의 고점들만 남기고 그 이유가 되어주는 중간 과정들을 싸그리 생략해 버렸다. 그냥 '며칠 후' 따위의 자막으로 뭉뚱그리고 만다니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멜로적 요소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뭔가 많이 잘려나간 듯한 인상. 둘이 잘 지내고 있다가도 별다른 설명없이 랭보는 갑작스레 고향 시골로 돌아간다. 돌아갔다가 또 베를렌느에게 돌아옴. 이 새끼 뭐야... 아~ 실제 기록된 역사가 딱 그 정도 뿐이라 어떻게 보면 이건 사료를 제대로 반영한 영화적 형태라고? 개소리 집어쳐, 그럴 거면 남의 돈 끌어다가 왜 영화 만들었어. 그냥 그 역사적 사료만 읽어보면 되는 거지. 남의 돈으로 영화 만들고 또 그걸로 남들이 돈 지불하게끔 하려면 최소한의 정성은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

랭보라는 문학적 아이콘을 주인공으로 삼아두고도 문학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묘사를 안 한다. 그게 더욱 더 열 받는 점. 둘이 투닥 거리며 작품을 만든다거나, 작가주의적 관점에 입각해 그들의 삶이 그들의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따위의 탐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글 쓰는 중~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 게 다임. 

거의 2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 동안 그야말로 몸을 배배 꼬면서 보았는데, 그나마 들었던 생각은 딱 두개. 1, 정말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모는 쩔었다는 것. 2, 데이빗 듈리스가 연기한 베를렌느의 민머리 문질러 보고 싶었다는 것. 이 두개 빼고는 상영시간 내내 고통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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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킬 유어 달링, 2013 2021-07-15 16:52:53 #

    ... &lt;토탈 이클립스&gt;와 마찬가지로 문학적 에센스 보다는 멜로 드라마적 요소에 좀 더 집중한 영화. 그런데 차라리 이쪽이 훨씬 더 잘했음. 근데 그 파괴력으로도 &lt;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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