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11:09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1996 대여점 (구작)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두 도시,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이어낸 우디 앨런의 영화. 여기에 짧긴 하지만 베니스도 추가요. 

그렇다고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배경이 되는 도시의 지역색을 아예 영화의 핵심 주제로 끌고들어온 영화까지는 아니다. 물론 뉴욕과 파리, 베니스의 풍광 모두 아름답게 그려지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에 비하면 그저 배경일 뿐. 영화는 결국 또다른 우디 앨런식 부드러운 막장 드라마이고 귀여운 소동극이며, 물결치듯 쏟아져내려오는 수다 한마당이다. 

캐릭터 야바위를 하겠단 포부가 초반부터 명백하게 드러난다. 내레이션을 통해 주요인물로 소개되는 인물만 해도 벌써 열명이 넘어가는데, 그들 간의 관계 역시 대단히 복잡하거든. 단순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로 끝나는 가족이 아니다. 골디 혼이 연기한 여성 캐릭터 기준, 우디 앨런은 전 남편이고 알란 알다는 현 남편. 근데 셋이 또 친구고 여전히 살갑게 잘 만남. 진정한 할리우드 스타일. 여기에 전 남편인 우디 앨런과 낳은 아이가 있고 현 남편 알란 알다가 데려온 아이들도 있음. 누구의 피를 물려 받았는가를 떠나 그냥 머릿수로만 세어도 애들이 무려 다섯인데 얘네가 또 각자의 사연이 다 있어. 자매는 다른 남자 아이와 삼각 관계를 이루고 아들은 열렬한 보수 공화당 신봉자이며, 딸은 자유로운 연애주의자다. 그래서 이 딸과 엮이는 남자만 해도 영화 상에서 벌써 넷 이상. 또다른 딸은 에드워드 노튼의 얼굴을 한 멀쑥한 남자와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팀 로스의 나쁜 남자 스타일에 끌려 파혼. 여기에 줄리아 로버츠 캐릭터와 그 남편까지 살짝 끼어드니 보면 볼수록 이게 야바위가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악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관객에게 던져주며 마구 야바위를 해대긴 하지만, 이를 헷갈려하는 관객의 모습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영화는 아니라는 뜻. 오히려 영화는 관객들에게 헷갈려도 아무 상관없는 미친 이야기들이니 그냥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할리우드 고전 스타일의 뮤지컬 영화라 부담없이 음악만 들으며 쭉 따라가도 자연스럽게 결말까지 달리게 됨. 이렇게 부드러운 전개는 확실히 우디 앨런의 장점이다. 

영화가 재밌는 건, 모든 이들의 양가적인 면을 들춰낸다는 것이다. 장녀 스카이라는 홀덴의 자상하고 안정적인 면에 반한 듯 하지만 결국 페리의 범죄적 매력에 홀려 그를 등한시한다. 스테피는 민주당 지지자고 여러 자선 활동들을 벌이며 심지어 가석방 상태의 범죄자 페리를 가족 식사 자리에 초대하기 까지 하지만, 자신의 딸인 스카이라가 페리와 연애하겠다들자 정작 언제 그랬냐는 듯 그는 범죄자이니 안 된다며 못 박는다. 소위 말하는 깨시민 코스프레하다가 내로남불 역풍 맞고 분노조절장애 된 격. 아, 그러면서도 보수당 역시 돌려깐다. 극강경 보수주의에 물들어 있던 스테피의 장남은 병원에 입원해 머릿속의 고장을 고쳐내자마자 다시 좌파로 돌아선다. 이걸 농담으로 가볍게 쳐서 그렇지, 사실 워딩 존나 센 거지. 공화당 지지자들은 머리에 다 문제 있다는 건데. 보수와 진보 나눌 것 없이 그냥 죄다 수다의 밑밥으로 삼아버리는 우디 앨런의 패기. 이 양반은 한 대 때리면 바로 요단강 건널 것처럼 유약하게 생겼는데 정작 이럴 땐 또 세다. 

젊은 줄리아 로버츠도 예쁘고, 젊다못해 어린 나탈리 포트만의 한 때도 기가 막힌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이 영화에 빌리 크루덥이 나왔다는 사실... 그것도 매우 잠깐... 심지어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저거 빌리 크루덥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그였음. 지금이나 예전이나 은근히 똑같이 생겼었구나, 이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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