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7 14:47

보스 베이비, 2017 대여점 (구작)


아이도 아니고 진짜 아기를 모험의 주체로 삼았다는 점이 특별하다. 보통 이런 종류의 애니메이션에서 나이 어린 주인공이라고 해봤자 최소한 걸음마 정도는 떼고 와야하는 게 맞는 거잖아. 굳이 아기가 나오더라도 모험의 주체로 나오지는 않지. 지켜야할 존재나 감초 정도로 소비되는 게 사실이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그런데 또 굳이 따지면, 생김새만 아기지 하는 짓은 그냥 아이 정도임. 아니, 아이 수준도 아니고 거의 어른에 가깝다. 세상에 어떤 아기가 탭댄스를 추며 지폐 다발을 뿌리겠는가. 

거기서 또 단점이 드러난다. '귀여움'이라는 어린 아기의 특성만을 뽑아내기 위해 쓴 각본이란 게 떡하니 보이거든. 아기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 정작 그 아기가 하는 짓은 죄다 어른 짓. 주인공이 아기라서 좋은 건 그냥 귀여운 것 뿐이다. 나머지는 뻔한 음모론에 더 뻔한 가족 드라마. 아기들이 만들어지는 그 어딘가의 공장도 그 비슷한 걸 이미 <아기 배달부 스토크>에서 다 봤기 때문에 그다지 새롭지 못했고. 

한마디로, 설계도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기획 영화. 두 주인공의 이합집산부터 시작해 주르르 이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들, 그리고 다시 화합하기 위해 그들을 굳이 찢어놓는 갈등의 클라이막스까지. 생각해보면 드림웍스는 풍자와 해학으로 지금의 유명세를 얻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아니었던가. 디즈니가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를 통해, 픽사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극한의 완성도로 밀어붙였던 자세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면 <슈렉>을 필두로한 드림웍스는 전형성을 비틀고 쥐어 짜냄으로써 팬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공주를 구하러 백마 탄 왕자가 벌이는 모험 이야기를 오우거와 당나귀 이야기로 패러디를 곁들여 꺾어냈고, 또 무협 장르의 감성을 가져다 뚱보 팬더에게 이식 하기도 했다. 비틀기와 패러디가 얕아졌을지언정, <드래곤 길들이기>는 정말이지 훌륭한 성장 드라마였지. 그런 선대 작품들에 비하면, <보스 베이비>의 속내는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영화 역사와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반짝 한철 장사 하겠다는 그 속셈. 돈 벌겠다는 마음가짐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 포스터에 <슈렉> 박아놨으면 관객으로서 그 이상이 될 거란 기대를 조금은 할 수 있었던 거잖아. <마다가스카>는?

물론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 역시 없진 않다. <보스 베이비>는 애니메이션이 무한으로 자유로운 캔버스를 가진 매체란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해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반복되는 다양한 순간들의 장면 전환, 아이들의 색다른 상상력을 서로 다른 화풍으로 묘사해내는 부분들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러니까 더 빡치는 거지, 이야기에 조금만 더 노력을 했더라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거 공포 영화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이 억지로 만든 애니메이션인가?-하는. 보통의 가족 관객 타겟 애니메이션들이 잘 하지 않는 표현들을 좀 많이 넣어놨더라고. 이상한 점프 스케어가 있다거나, 어린 아기들을 <파라노말 액티비티>식으로 표현해냈다거나... 물론 애니메이션이니 그것들이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었지만. 

핑백

  • DID U MISS ME ? : 보스 베이비 2 2021-07-27 15:09:47 #

    ... 1편은 나름대로 꼬리를 잘라낸 작품이었다. 각각 아이와 아기였던 두 주인공이 성인으로 다 큰 모습까지 보여주고 끝났던 게 지난 1편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막판에 팀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