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은 나름대로 꼬리를 잘라낸 작품이었다. 각각 아이와 아기였던 두 주인공이 성인으로 다 큰 모습까지 보여주고 끝났던 게 지난 1편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막판에 팀의 둘째 딸이 또다른 보스 베이비로 등극한 듯한 힌트를 살짝 흘리긴 했었으니 굳이 속편을 만들겠다면 어떻게든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1편의 두 주인공을 다시 복귀 시키긴 어려워 보였지. 세대교체를 한다면 모를까. 허나, 이는 할리우드를 얕본 나의 실수였다. 다시 생각해봐라, 1편에는 이미 다 큰 어른을 다시 어린 아기로 돌려내는 아이템이 젖병에 든 분유 형태로 존재했으니...
스포 베이비!
2편은 세대교체를 하려는 듯 하다가 태극권 마냥 그 아이디어에 반격을 가한다. 굳이 그럴 거 없이 그냥 이미 성인이 된 전편의 두 주인공을 다시 어린 시절로 돌려놓자는 것. 결국 베이비 주식회사에서 만든 마법의 분유가 팀의 둘째 딸인 티나의 손에 의해 주인공들에게 전달된다. 그렇게 다시 아이와 아기가 되어버린 팀과 테드. 그런데 이 둘은 성인이 되어가며 이미 서로에 대한 몇 십년 동안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 아닌가. 다시 아이와 아기가 되어버렸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생긴 둘 사이 감정의 골은 영화 내내 그들을 괴롭힌다.
새로운 캐릭터로 팀의 딸들인 타비사와 티나가 등장함에 따라, 2편의 주제에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추가된다. 거기서 끝일 줄 알았는데, 팀과 테드 역시 또 어린 시절로 회귀해버리잖아. 또 그 둘은 지난 몇 년간 서로 잘 만나지도 못했고. 그러다보니 결국은 1편의 주제 역시 그대로 계승된다. 일보다 오래 남는 가족의 가치, 그리고 형제애. 그런데 이게 또 동어반복 느낌이라 영 흥이 안 남. 그 자체로 이미 뻔한 주제인데 심지어 1편에서 다 해놓고 또 하고 있으니... 물론 가족 소중하고 형제 소중한 거 다 알지. 그 가치를 짓밟는 게 아니다. 이미 다 아는 소리이기 때문에 지겹다는 것.
고로 그냥 형제애는 살짝 밀어두고 온전히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로만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그쪽도 뻔한 이야기인 거 맞지만, 그래도 전편에서 못했던 이야기잖아. 그냥 팀과 테드의 손발 안 맞는 콤비 플레이는 개그 요소로 양념으로써만 쓴 뒤에 팀과 타비사 사이 부녀 관계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음. 왜냐면 테드는 일단 웃기거든. 굳이 진지한 쪽으로 빼지 않아도 충분히 제몫을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냥 개그 캐릭터로만 쓰는 게 더 나았을 거다.
악당 캐릭터는 나름 발전했다. 솔직히 1편의 악당 누가 기억하냐. 그 목소리가 스티브 부세미의 것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지, 그 캐릭터성이나 활약 등 어느 것 하나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것에 비해 이번 2편에서 제프 골드브럼이 연기한 악당 암스트롱은 여러모로 인상적. 엉덩이 씰룩 거리며 돌아다니는 거 진짜 열 받는데 그와중 <맨 인 블랙> 마냥 분리 합체 쑈하는 반전 나오니 더 놀라움. 존나 웃기게 생겼고 또 존나 안 무서운데 존나 악당인 척 하는 게 진짜 괴상한 챠밍 포인트. 다른 건 모르겠고 의외로 제프 골드브럼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 더 짜증나고 좋았다. 뭔 소리야 이게
1편 리뷰에서도 이미 했던 이야기인데, 왕년의 드림웍스를 추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너무 아쉽기만한 시리즈다. 그 어떤 영화적 야심도 없고, 그냥 한철 장사 시원하게 해보겠단 마인드가 아직도 너무 보여서. 그 때도 이야기했듯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한 때 <슈렉>과 <쿵푸 팬더>를 만들었던 스튜디오 치고는 요즘 너무 다 헛방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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