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1 15:20

모가디슈 극장전 (신작)


류승완 연출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인사들의 모가디슈 탈출극이라니. 그러니까 이 한 줄은, 내가 그것에 기대했던 포인트가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것의 증명이 된다. 생각해보자. <부당거래>와 <군함도> 등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었지만, 대개의 류승완 영화들은 모두 액션극이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폭주하던 고대의 미친놈을 막아서는 현대 영웅들의 이야기였고, <짝패>, <베테랑>은 썩을대로 썩은 현대 도시에 한 방을 날리는 전직 혹은 현직 경찰 출신들의 이야기였다. <베를린> 역시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코미디 톤이 더 강했던 <다찌마와 리>마저 철저히 액션 중심의 영화였다고. 그러니까, 류승완의 신작 <모가디슈>를 기대하며 내가 설레었던 포인트는 예컨대 다 그런 것들이었다. 영화 전체 런닝타임이 2시간이라고 치면, 적어도 1시간 30분 동안은 쫄깃한 탈출극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러나 막상 본편을 보니, 그러한 기대감들은 모조리 와장창.

암만 봐도 분배가 영 이상하다 이거다. 조금 뻔하고 촌스럽다 하더라도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은 남북한 사람들의 팀플레이? 이건 좋아. 그럴 수 있어. 심지어 실제 벌어졌던 이야기가 그러한데 뭐 어찌하리. 그러나 소말리아 내부에서 외교전을 펼치는 남북한 인사들의 모습이 과연 그렇게까지 필요했을까? 영화는 초반 30분 정도를 그거 하느라 허비한다. 북한 사람들이 정없고 무뚝뚝 한데다 자본주의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발한다는 묘사도 모조리 재방송. 솔직히 요즘 시대에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북한 사람들 묘사하는 데에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하냐? 그들이 소말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팔든 안 팔든 그딴 묘사 1도 필요 없다고.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이유가 있어서 못 믿어? 이유없이 그냥 못 믿는 거지. 체제와 이념으로 빚은 그 오랜 시간동안의 분단 때문에. 게다가 1990년대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는 거 아니냐? 그냥 남한 사람이랑 북한 사람 각각 던져둔 뒤 붙여놔도 별 설명 필요없을 것을, 영화는 초반을 다 써가면서까지 일일이 구구절절하게 붙여댄다. 

그러다보니 피해를 입는 건 액션이다. 류승완의 이름으로 홍보를 했다면, 그에 갖는 팬들의 기대감도 죄는 아니지 않은가? 자동차 추격과 대인 격투 모두를 포함해 액션이라고 할 만한 분량은 거의 후반 20분 정도에 몰려있다. 그마저도 대인 격투 액션은 어울리지 않게 들어가 있음. 사실 굳이 없어도 되는 장면인데 촬영하다가 류승완이 액션 찍고 싶어져서 억지로 막 붙여넣은 느낌. 솔직히 거기서 조인성이랑 구교환 둘이 맞다이 뜨는 장면 1도 필요 없잖아. 그럼 자동차 추격 액션은? 그 자체로 별 재미도 없는 데다 개연성도 탈난다. 특히 정만식이 연기한 캐릭터가 백기 들려다가 오해 사는 장면은 그 중 탑이고...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은 분명히 인상적이지만, 담는 그릇만 예쁘면 무얼하겠나. 일단 음식이 맛있어야지.

캐릭터들 남발도 심함. 솔직히, 이렇게나 많은 인물들을 넣어놨으면 어떻게든 요리 했어야지. 10명에 달하는 주요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그들은 모두 각각 남한과 북한의 덩어리로서만 존재한다. 막말로, 김윤석과 허준호의 캐릭터만 있으면 다 풀리는 이야기였다. 리더만 강조하면 뭘 하냐고, 밑에 국민들과 인민들도 서로에게 감화되는 장면이 있었어야지. 아, 깻잎 반찬 젓가락으로 잡아주지 않았냐고? 씨팔, 분단된지가 어언 45년이었는데 그거 하나로 되겠냐? 북한 캐릭터들까지 사실 갈 것도 없다. 남한측 인물들은 여섯 밖에 안 되는데도 하나같이 다 제대로 쓰질 못함. 정만식 캐릭터는 인슐린 설정 하나 때문에 넣은 것 같고... 아, 실화가 이랬는데 뭐 어쩌라는 거냐고? 그니까 인물을 줄이란 소리가 아니라 인물에게 역할을 부여 했어야 된단 소리.

솔직히 말해 나쁜 영화인 것은 아니다. 여름철 텐트폴 영화로써 충분한 매력이 있고, 소재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무려 100억대 예산의 류승완 영화가 아닌가? 류승완으로서 더 할 수 있지 않았나? 차라리 앞에 설명 다 빼고 자동차 추격전 하나만 40분 정도 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변주할 구석도 충분히 많았잖아. 이슬람 교도들이 기도하는 순간을 노려 탈출하는 묘사, 그거 좀 더 길게 가져갔어도 충분히 차별성 있게 나왔을 것 같은데. 하여튼 간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함량이 너무 딸렸던 영화. 원래는 김용화 감독이 연출 하려다 하차한 프로젝트였다고 하던데, 차라리 김용화였다면 더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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