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햄릿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은 햄릿 이야기. <오필리아>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을 수 있었다. 햄릿을 사랑했던 여자이자, 그 모든 비극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던 인물로 꾸려 간 오래된 새 이야기. 근데 어째 다 보고나니 주인공인 오필리아가 뭐 하고 싶은대로 한 게 있기는 한가 싶어진다.
일단 가장 먼저 든 생각. 이 고전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쓰여지기는 앞으로도 어렵겠다는 것. 아예 장르를 SF나 판타지 등으로 바꾸거나 그도 아니면 시대를 현대로 당겨오면 모를까, 햄릿 외의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해서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이 존재한다. 어떻게 될지 다 아는 이야기니까 일단 뻔한 감이 있는 거지. 하지만 영화는 그 포커스를 햄릿 옆의 오필리아에게로 옮겼잖아? 그렇담 당대를 살았던 여성으로서 그 비극에 색다른 관점을 더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과론적으로는 그게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단 오필리아가 햄릿과 비교해 그다지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 아니란 점이 주효하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다르지. 햄릿에 비해 훨씬 더 침착한 면도 있고, 지혜로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당대를 살았던 여성으로서 어쩔 수 없이 부여받은 페널티도 존재함. 여기에 무엇보다, 당대의 남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명예에 그다지 목숨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 방점. 이러한 여러 특이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오필리아는 햄릿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인공으로서의 뻔한 기시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어떤 특이점이랄 게 없고, 그냥 딱 순리대로 흘러가는 역할인 것.
그 점에서, 차라리 거트루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편인 동시에 또한 자신의 그러한 면모를 일종의 죄책감으로 여기는 인물이다. 남편이 죽자 그 동생과 결혼한 인물. 쌍둥이 언니를 구렁텅이로 빠뜨린 동시에 또 그녀의 도움을 갈구하는 인물. 게다가 그 얼굴이 나오미 왓츠야. 그럼 오필리아랑 데이지 리들리가 수선 떨어봤자 흥미도로는 지지. 오필리아가 갑자기 광선검 두 개 들고 클로디어스랑 맞다이 까는 게 아니고서야.
또, 어쨌거나 이 이야기의 비극성은 햄릿에게로 몰려있는데 정작 주인공은 오필리아라 그 처절함 역시 잘 안 와닿음. 여러모로 그냥 평범한 영화일 뿐이었다는 거. 세심히 뜯어보면 캐스팅은 무척이나 좋은 영화다. 데이지 리들리와 조지 멕케이도 그렇고, 여기에 나오미 왓츠는 쌍둥이라 두 배로 나옴. 그리고 클라이브 오웬까지... 클라이브 오웬은 나오는지도 몰랐는데. 아, 오필리아의 오빠로 우리들의 영원한 말포이 톰 펠튼도 나온다. 캐스팅은 보면 볼수록 담백하고 좋네. 정작 영화가 별로라 금방 잊혀질 듯 싶지만.
덧글
잠본이 2021/08/05 18:51 # 답글
CINEKOON 2021/08/09 13:21 #
SAGA 2021/08/08 18:28 # 답글
CINEKOON 2021/08/09 13:22 #
잠본이 2021/08/09 1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