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 영화고, 한예종 학생들이 만든 학생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 보고나면 만든 사람들의 청춘이 물씬 느껴진다. 그 패기와 객기 까지도.
표면적으로는 액션 배우의 꿈을 키우는 대학생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우당탕탕 영화 촬영기로 보이지만, 좀만 더 깊숙이 파고들면 현대 젊은 대학생들이 느끼는 사회의 부조리들이 대한민국 버전으로 자세히 묘사되고 또 나열되어 있다. 교수 눈치 보는 게 일상인 대학교 학과 생활, 아르바이트와 사생활 사이 한류 스타 뺨치는 스케줄, 알바 중 만난 진상 손님과 해고 통보, 근데 또 그 진상 손님이 대학교 이사장의 조카라 어떻게 해보기는 커녕 무조건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진실, 밀린 월세, 공허하게 변하는 SNS 등등. 그야말로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현실.
그리고 여기에 종지부를 찍는 입시 비리. 영화과 교수가 저지르는 입시 비리는 이 작은 소동극을 이룩해내는 태풍의 눈으로, 이는 결국 젊은 학생들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왕년의 무협 영화와 홍콩 느와르들에 대한 헌사로 시작하는 메타 무비인가 싶더니 나중에는 그 모든 걸 기공포 마냥 모아 기성 세대의 부정에 대한 혁명으로 때려붓는 작품. 그런데 또 대단한 건 그 와중 영화의 액션 퀄리티가 또 나쁘지 않다는 것. 독립 영화, 학생 영화라는 한계 안에서 이 정도의 액션 뽑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모습에 알맞고, 젊은이 다운 패기도 있으며, 그 태도와 자세가 강직하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장점을 갖는다. 딱 그 정도의 소소한 영화. 근데 그 이사장의 진상 조카는 진짜 한 대 맞으면 바로 요단강 익스프레스 탈 수도 있을 것 같더라. 이게 영화라 그렇지, 실제 상황이었으면 그 진상이 막판에 모인 학생들 다 줘팼을 듯. 물론 현실에서는 고소까지 당하겠지만 말이다.
뱀발 - 입시 비리를 저지르는 영화과 교수로 나오는 김재화는 최근 <모가디슈>에서도 보았던 반가운 얼굴. 물론 거기서 많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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