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에서 그림체는 극 전체의 분위기를 정립하고 또 캐릭터들의 성격과 성향을 언급하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렇다면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의 그림체는? 뭐랄까... 굳이 콕 찝어 말한다면 날림체라고 할까? 대충 그렸다는 소리가 아니라, 영화가 담고 있는 여름의 시원함과 낭만이 그 날림체에 담겨있는 것 같다는 소리.
하이쿠에 푹 빠진 소년과 인터넷 방송에 푹 빠진 소녀의 만남.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소년은 과거의 유물에, 소녀는 최신의 유행에 빠져있지 않은가. 이뿐만이 아니다. 소년은 글로 표현하고 소녀는 말로 표현한다. 소년은 소극적이고 소녀는 그에 비하면 나름 적극적이다. 아기자기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에 뻔하다면 뻔하면서도 또 그렇기에 강력한 단순함 가득 설정.
과거를 탐미하던 소년은 그 과거에 붙잡혀 있는 할아버지를 본다. 결국 그 할아버지의 옛 사랑이 부른 노래를 찾아냄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어쩌면 그로인해 소년은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가 지나 너무 빨리 현재가 도래해버리기 이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한다는 걸 소년도 알았을 테니까. 그렇게 소년은 또다시 과거가 되어버릴 뻔했던 인연을 연인으로 돌려세우는데에 성공한다. 아니, 돌려세우는데에 성공하는 건 아니고 돌려세우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것에 성공한 것이긴 하지. 그러나 옛 어른들이 말하지 않았는가, 시작이 반이라고. 어찌되었건 고민 끝에 시작을 지르기는 했으니 남은 건 절반 뿐이라 해야겠지.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를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인 만큼, 그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나도 실력은 딸리지만 이 영화의 감상을 하이쿠 적어내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 귀결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활력 넘치는,
여름 한 계절의,
시원한 날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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