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2 16:39

더 라스트 머시너리 극장전 (신작)


범죄라고 해봤자 대마초 조금 피운 게 다인 청년. 그런 그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아버지가 알고보니 세계 정상급 용병이었다는 것. 그런 아버지의 과거 때문에 청년은 대소동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의 친아버지와 친구들을 위시로 팀을 짜 반격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 근데 이거 지금 내가 진짜 요약에 요약에 요약한 거다. 실제 내용은 훨씬 더 복잡함. 내용이 복잡할 필요 하나 없는 넷플릭스용 한탕 영화에 이 정도로 얽힌 스토리가 필요했다니... 사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그 청년의 친아버지가 장 끌로드 반담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것 하나 아닌가? 

괜히 한탕 영화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는 활동이 다소 뜸해진 왕년의 액션 스타를 불러다가 가족 코미디의 한 구성원으로서 알차게 한 번 써보겠다는 결심. 그와중 그 스타가 왕년에 곧잘 써먹었던 필살기도 종종 보여주고. 그러니까, 순전히 장 끌로드 반담을 그리워했던 영화 팬들을 상대로 한철 장사 해보겠다는 속셈인 거잖아. 막말로 장 끌로드 반담 잘 모르는 요즘의 어린 친구들이 굳이 보겠다 이 영화 고르겠냐고. 제작진도 이미 그걸 알고 있었고, 딱 그에 맞춰서만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미 알고 있었으면 더 노력해도 되잖아? 전형적인 왕년의 스타 복귀 기획 영화. 눈물의 똥꼬 쑈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복잡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리암 니슨 자리에 장 끌로드 반담만 데려다놓은 <테이큰>식 영화였어도 뻔하다고 욕은 좀 했을지언정 잘 만들기만 했더라면 그냥 봤을 거라고. 또 장 끌로드 반담은 그런 게 어울리잖아. 발차기 한 방으로 한 때 모두를 털어먹던 무소불위의 액션 스타인데. 그런 액션 스타를 데려다 놨으면 액션을 해야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 하지만 영화는 장 끌로드 반담의 왕년 모습까지 추하게 끌어내리는 선택을 함으로써 그 기대감에 배신을 때려박는다. 현실적으로 교묘하게 한 것도 아니고, 코미디 장르에 맞춰 허술하고 실소 나올 수준의 변장으로 장 끌로드 반담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괴상한 가짜 수염과 촌스러운 안경테는 예사고, 후반에 들어서면 심지어 여장까지 시켜버린다. 근데 또 그게 존나 뻔뻔함. 가슴 보정물을 넣는다거나 짙은 화장을 시키는 등 따위도 안 했음. 그냥 장 끌로드 반담에게 긴 헤어스타일 가발만 하나 씌워두고 그 뒷모습 실루엣만으로 여성 변장을 끝낸다. 아, 그리고 진짜 이 이야기는 하기 싫은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친아들에게 펠라치오 해주는 묘사까지 해버림. 물론 진짜로 한 건 아니고 그냥 흉내만 낸 거지만, 여기서 이미 장 끌로드 반담의 카리스마는 완전히 끝장난 것이다. 왕년의 스타 귀하게 모셔다가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추하게...

펠라치오 흉내를 통해 더 의문이 생긴 부분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 진짜 존나 유치 하거든. 장 끌로드 반담을 데려와서는 청불 액션 남발해도 모자랄 판에 유치한 가족 코미디물에 던져놨다고. 그래, 그럼 이거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우당탕탕 소동극인 거지? 근데 여기에 펠라치오로 종지부. 대체 이 영화의 제작진은 예상 관객층을 누구로 본 것일까? 80년대의 장 끌로드 반담을 좋아했던 팬들? 그렇다하기엔 장 끌로드 반담이 너무 괴상하고 안쓰럽게 나오는데? 그럼 액션을 좋아하는 액션 매니아들? 너무 유치하고 액션의 질이 떨어지잖아. 아, 그럼 주말 밤을 맞이해 TV 앞에 둘러앉은 핵가족의 일원들? 씨발, 근데 펠라치오가 웬말이야. 

등장인물을 늘림으로써 일종의 하이스트 영화적 속성을 추구하려고 했던 것도 알긴 알겠다. 그런데 장 끌로드 반담의 메인 캐릭터를 포함해 총 다섯명이나 팀에 합류 시켜둔 것 치고는 그 묘사와 설명에 비해 각각의 인물들에게 별다른 활약을 안 챙겨줬음. 공무원 캐릭터는 막판에 봉춤 어택 한 번 시켜보려고 넣은 것만 같고, 주인공 친구 캐릭터는 내내 운전만 함. 이미 장 끌로드 반담 원탑 영화로도 망했는데 팀플레이 영화로써도 폭망이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다. 내내 말했지만 바로 장 끌로드 반담.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른 거 다 떠나서도 장 끌로드 반담 캐릭터 하나만큼은 잘 챙겨줬어야지. 시원시원한 전매특허 발차기 콤보를 좀 더 낭낭하게 챙겨줬어야지. 아마 잘 쉬고 있던 장 끌로드 반담이 결과물을 보곤 리얼 은퇴를 결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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