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4 15:41

에반게리온 - 파, 2009 대여점 (구작)


이 새 극장판 시리즈의 간판이 '리빌드'였지 않은가. <에반게리온 - 파>는 그를 공고히 하는 영화다. 재건축을 위한 대대적 철거. 온고지신의 자세로 기존 TV 시리즈를 받드는 것처럼 보였던 <에반게리온 - 서>와는 완전 다른 스탠스를 취하는 속편. 기존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바꾸다 못해 과격하게 박살내버린 전개. 한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단 점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 밖에.

나중에 어쩌려고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개가 쾌속 물살을 탄다. 사도가 지오프론트를 뚫고 들어와 제레 사령실의 미사토와 직접 눈빛 교환까지 했다고 하면 말 다 한 거지. 개봉당시 극장에서 보며 정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지. '어쩐지 다음 시리즈부터는 사도 타도가 중요하지 않게 될지도?' <에반게리온 - Q>까지 본 지금 시점에서야 반쯤은 맞는 말이 됐음. 

신지의 갈등과 각성은 논리적이고, 그와 엮인 레이 & 아스카의 삼각관계도 매력있다. 존나 어두운 분위기와 존나 밝은 분위기가 교차되는 거 적응 안 되고 싫다 했었는데, 그새 내 감정이 <서>에서 적응을 끝내버린 모양이다. 신지 주려고 도시락 싸는 아스카 모습 너무 귀여움. 하지만 결국 <파>의 하이라이트는 액션 연출에 있다. 그러니까, 특유의 박력으로 그냥 관객들을 몰아붙이는 작품이라 할 만한 것.

하늘에서 내려오는 제 8 사도를 해치우기 위해 에바 초호기와 0호기, 2호기가 합심하는 액션 시퀀스의 박력이 정말로 엄청나다. 특히 에바 초호기가 음속 주파하는 장면에서의 작화와 연출이 최상위급. 기존 TV 시리즈에서도 이 정도로 액션 연출이 좋았던 장면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 전체 미디어믹스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액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그 박력이 좋음. 

어쨌거나 신 극장판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했듯 이 프랜차이즈 자체가 이미 나랑 너무 멀어져버린 느낌이다. 비단 이 작품 뿐만 아니라 그냥 재패니메이션과 좀 거리감이 생겼다고 해야 더 정확할까? 때문에 특유의 박력은 좋았지만 그외 나머지 세부사항들에서 무한한 소격효과를 느낌. 이 정도면 이제 탈덕 인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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