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4 16:05

에반게리온 - Q, 2013 대여점 (구작)


<서><파>에서 뿌려댄 떡밥들에 대해 A를 제공해야 했던 3편인데, 정작 더 많은 Q만 마구 흘려두고 꽁무니 뺀 영화.

<에반게리온 - 파> 이후로부터 14년의 갭이 생겼다. 이는 기존 TV 시리즈에도 존재하지 않던 설정. 직전 에피소드인 <파>가 재건축을 위해 대대적 철거를 감행했던 작품이었으니, 시리즈의 3편쯤 되면 이제 기존 TV 시리즈가 걸었던 길에서 조금 벗어나도 무리는 없다. 오히려 기존 팬들에게도 새롭게 다가갈 여지가 생긴 거지. 다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것. 

잠들어있던 14년 동안 신지를 제외하고 모든 게 다 변해버렸다. 네르프는 반쯤 붕괴되어 뷜레의 견제를 받고 있고, 네르프에 충성하던 미사토와 사령부 일행은 이제 뷜레라는 이름으로 네르프를 파괴하려 한다. 아스카는 한쪽 눈을 잃었고 레이는 복제품으로 남았으며, 에바 초호기는 분더의 모터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 모두가 신지를 기피하고 증오한다는 것.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사토가 신지를 매몰차게 대하는 것부터 충격적이다. 

그런 신지의 입장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다고 본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그 비어버린 14년에 대해 별다르게 설명하질 않거든. 그러다보니 신지와 더불어 관객들도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복장 터질 노릇. 그러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이 세계의 어른들은 막무가내라는 것. <서>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14살짜리 소년 데려다가 가스라이팅 오지게 하고 전선으로 몰아붙이더니, <Q>에 이르자 간략한 설명이라도 해주지 않은채 존나 왕따만 시킴. 니어 서드 임팩트 때문에 다들 신지에 대한 감정 안 좋은 거 이해하겠는데, 애초에 그러면 왜 그 꼬마를 굳이 굳이 사령실에까지 데려오게 한 거냐고. 사령실 와서 살아있는 거 확인하고는 더 해준 게 없잖아? 에바에도 안 태워, 상황 설명도 안 해줘, 근데 그 사령실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신지를 미워해. 아니, 그럼 대체 왜 신지를 사령실로 부른 거냐고. 미사토 당신이 신지 있는 곳으로 찾아가든가 그냥 보고만 받았어도 되는 거잖아. 

어쨌거나 저쨌거나. <파>를 보며 했던 생각대로, 이제 이 신 극장판은 사도 릴레이 타도의 길에서 벗어난다. 이제 사도들이 천천히 지오프런트를 향해 들어오는 이미지가 더 이상 없다. 분더를 위시로 한 공중전과 뷜레 대 네르프 구도가 더 강해졌을 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여전히 설명이 너무 없음. 일단 TV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15여년 전쯤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 상황이었는데, 기존 설정에 대한 공부 없으면 진짜 이해하기 어려운 에피소드가 되어 버렸다. 카오루 이 새끼는 느닷없이 나타나 피아노 치며 BL물로써 양념을 존나 치고, 두 개의 창 때문에 생긴 마지막 사건은... 씨발 생각났다, 난 원래도 사도를 격파하는 에바들의 모습만 좋아했던 사람이었단 거. 이 시리즈는 기독교적 색채와 메시지 싹 다 빼버리고 인류보완계획이고 나발이고 그런 것도 싹 없애버리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생각. 대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음. 

결과론적으론 신 극장판 시리즈 중 최악이란 생각만 들었다. 화면은 막 지나가는데, 정작 그걸 보는 나는 딴 생각만 계속 하게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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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2021-08-14 16:31:10 #

    ... 보여서 욱여넣은 설정들이란 게 이해된다고. 고로 이해할 필요가 없음이 이해된다. 씨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lt;파&gt;에서부터 시작되어 &lt;Q&gt;를 통해 더욱 복잡해졌던 아스카와 신지의 관계는 어영부영 종료된다. 아스카의 캐릭터 자체가 그냥 소비된 느낌이 강한 것. 신지와의 로맨스는 커녕 클라이막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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