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시즌 2를 제작하고 있는 <위쳐> 드라마 이후 넷플릭스에서 만든 또다른 동 세계관 작품. 다른 건 몰라도 시즌 1의 반응이 꽤 짭짤하기는 했나보다. 넷플릭스는 이제 이쪽 프랜차이즈에 진심인 것 같은데.
영화는 스핀오프 프리퀄이다. 바로 그 베스미어의 젊은 시절을 다룬다. 게임도 3편부터 시작한 내게 베스미어는 그냥 현명하고 또 용감한 노인네 정도의 인상이었는데, 대부분의 프리퀄 기획들이 다 그렇듯이 <위쳐 - 늑대의 악몽> 역시 현재 베스미어와 완전 딴판이었던 과거 베스미어를 묘사한다. 혈기 넘치고, 과격하고, 거만한 동시에 속물적인 모습도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또 그 안에 사랑과 분노를 품고 있는. 뭐,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와 너무 딴판이라 현재의 모습과 매칭이 안 되는 느낌은 좀 있었지만 이건 이거대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
프랜차이즈의 색에 맞게 여전히 존나 잔인하다. 그러면서도 어둡다. 단순히 화면의 조도가 어둡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방향 역시 그러하다는 이야기. 알고보니 우리 편이 나쁜 쪽이었다는 사실은 언제나 어둡게 느껴지지 않나. 베스미어 뿐만 아니라 위쳐라는 존재에 좀 더 깊이를 더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종종 TV 시리즈를 뛰어넘는 연출도 보여줘 박력도 넘치고.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속도감 덕택에 TV 시리즈보다 훨씬 더 재밌게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시리즈의 방향성에는 불만이 있다. 물론 이건 극히 개인적인 불만이고, 또 내가 기존 시리즈에 잘 융화되지 못했다는 것도 전제한다. 원작 소설까진 못 읽어봤지만 적어도 게임에서 역시 게롤트가 각종 정치 관련 이야기에 엮이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아직도 나는 이 시리즈가 마을 마을의 사소한 퀘스트들을 다룰 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게임을 할 때도 그랬다. 대륙을 아우르는 메인 퀘스트 보다 소규모의 서브 퀘스트들이 더 매력있었다. 그 세계 안에 살고 있는 실제 사람들을 좀 더 만나게 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튼 괴물 사냥꾼이니 괴물을 잡기 위해 준비하고 연구하는 모습, 이어지는 실제 괴물 소탕, 그리고 마을에서의 딥 다크한 마무리 등의 전개를 보고 싶었다. 괴물 하나하나에 설명을 더해주고 이야기를 심어줄 줄 알았어. 그런 개인적 기대에 비해<위쳐 - 늑대의 악몽> 역시 TV 시리즈의 길을 따라가기 바빠 보여 뭇내 아쉬웠다.
전체 세계에 깊이감을 더해내는 스핀오프로써는 나름 제몫을 해낸 영화라고 본다. 그냥 내 취향에 살짝 삐끗했을 뿐. 마크 해밀의 소원대로 그가 시즌 2의 베스미어로 캐스팅 됐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갑자기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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