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6 14:51

스위트 걸 극장전 (신작)


제이슨 모모아가 은근 귀여운 상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액션 영화의 제목이 '스위트 걸'이라고 하면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그토록 달콤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아, <레옹>이나 <아저씨> 마냥 제이슨 모모아가 소중히 여기는 딸을 구하는 내용일테니 상관없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봤는데...... 뭐야, 진짜 주인공이 그 스위트 걸이었잖아?


스포일러 걸!


추격극으로 일반적인 재미는 있는 편이다. 물론 그 추격이 시작된 계기가 존나 황당하긴 함. 그래도 일단 시동 걸렸으니 어디까지 가는지는 봐야겠지. 뻔해도 냉혹해서 멋진 악역이 있고, 중간 중간 나쁘지 만은 않은 장면들 역시 가끔 출몰한다. 아니,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 아버지라는 작자가 어른으로서 존나 빵점인 거다. 자기 아내가 병에 걸려 죽었으니 슬픈 것도 알겠고, 또 그 아내를 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약이 제약회사의 음모로 출시 직전 신기루처럼 사라져서 빡친 것도 알겠다 이거야. 그렇지만 아무리 슬프고 아무리 화가 나도 어엿한 딸이 옆에 있으니 사람 죽이겠단 각오로 그 제약회사 대표를 막무가내로 찾아가면 안 되는 거지. 쳐죽이고 싶은 맘은 이해하는데, 그리고 고소해서 법원 판결이나 여론 심판 기대한다고 해봤자 그게 잘 될리가 없는 것도 알겠는데 그래도 그럼 안 되지. 딸은 잘 키워서 대학도 보내고 사람 답게 살게끔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도 이 아버지라는 작자는 굳이 굳이 그 제약회사 대표를 찾아가 죽여버린다. 우발적이라고는 해도 이게 상식적으로 어른이 할 짓이냐? 아버지가 할 짓이야? 그래놓고 집으로 튀어와서는 딸한테 짐 싸라고 함. 이제부터는 도망 다니며 살아야 한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을 때, 나였다면 딸을 어디 안전한 곳에 두고 떠나왔을 것이다. 정치적 음모로 청부살인업자가 나를 쫓아다니는 판국인데 꼭 딸과 같이 다녀야겠는가? 친척 집 아니면 하다못해 임시 보호소에라도 애를 두고 나왔어야지. 그런데 이 양반은 끝까지 딸 데리고 다닌다. 딸이 고집 피워서 어쩔 수 없었다고? 씨바, 웃기고 있네. 책임감과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제이슨 모모아 덩치에 그 어린 딸 하나 뿌리치지 못했을까? 하여튼 보는내내 다른 의미로 말이 안 되는 영화였다. 세상에 저토록 무책임한 어른이 있나-하고. 그렇게 넋 놓고 보던 사이 영화는 중후반부에 큰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제이슨 모모아는 진작에 죽었고, 우리가 보고 있던 제이슨 모모아는 그의 딸이 가진 또다른 정체성이었단 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제약회사 대표를 찾아간 것부터 영화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보고 있던 제이슨 모모아는 모습만 제이슨 모모아였을 뿐 결국 그 딸이었던 것. 이 반전에 이르자 앞선 불만들이 다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쩐지 어른이 무책임 하다 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애였네... 이렇게 앞선 의구심들이 하나둘씩 다 해소됨. 문제는 해소 되기만 했으면 좋았을 게, 또다른 의구심과 문제점들이 새롭게 고개를 들었다는 데에 있다. 

다른 문제점들이 튀어나온다. 거의 다 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성인이 못된 어린 소녀인데, 얘가 그동안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죽였다고? 심지어 그중에는 훈련받은 전문 보디가드들과 전문 킬러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 소녀가 그 사람들을 다 죽였대... 죽여서 문제인 게 아니라 어떻게 죽였냐고... 부모 둘 다 잃고 분노한 것도 알겠고, 그 분노를 근간 삼아 격투기 훈련 빡세게 해왔던 것도 알겠어. 그런데 격투기 실력 좀 있다고 총 든 남정네들을 그렇게 다 패고 다닌다고? ...... 이건 다른 의미로 영화가 무책임한 거 아니냐?

생각해보면 반전 자체가 그냥 괴상하게 느껴진다. 굳이 필요없는 반전이었던 것 같은데... 반전이 드러나면서의 충격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효과적인 반전이었냐고 묻는다면 글쎄. 주제와 내용 모두에 적절한 설정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제이슨 모모아 원툴 영화로 갔으면 뻔하고 지루했을지언정 이상한 영화 같진 않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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