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 16:33

브라이트 - 무사의 혼 극장전 (신작)


데이비드 에이어 연출, 윌 스미스와 조엘 에저튼 주연으로 2017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되었던 <브라이트>의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허나 <브라이트> 재밌게 본 것도 아니었고 관심조차 없었음. 그럼 이 영화를 왜 봤냐... 나도 잘 모르겠다. 일본을 배경으로한 사무라이 영화라서? 그러기엔 평소 재패니메이션 특유의 감성 잘 안 좋아하는 걸. 최근 꽤 괜찮게 봤던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의 감독 신작이라서? 또 그러기엔 그 영화 엄청 재밌게 봤던 것도 아님. 짧은 시간동안 유추해본 결과,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신작으로써 넷플릭스 홈페이지 상단에 걸려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간은 때워야 하고, 또 그렇다고 너무 긴 영화는 보기 싫고. 런닝타임이 90분 좀 넘어가는 애니메이션이니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고, 게다가 예전에 이미 본 영화의 스핀오프라면 더더욱 소화가 빠르겠지-라는 계산 하에서 관람한 것 같음. 첫 문단부터 혀가 왜 이리 기냐고? 본문에선 별로 할 이야기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거임.

<브라이트>가 가진 그나마의 장점은 그런 거였다. 엘프와 오크 등, <반지의 제왕> 같은 중세 느낌 배경의 하이 판타지 장르 영화에서나 존재했던 가상의 존재들을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현재 21세기의 LA를 배경삼아 등장 시켰다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조금 뻔하긴 해도, 현대 사회에 만연해있는 계급과 인종 갈등에 대해 직설적인 코멘트를 시도했다는 것. 그게 그 영화의 장점이자 강점이었지. 딱 거기까지였던 게 흠이지만. 그런데 스핀오프인 이 영화는 그 장점을 초장부터 갉아 먹고야 만다. 메이지유신 시절의 일본을 배경으로 삼아버린 것. 물론 대부분의 판타지 게임들이 근간으로 삼고 있는 유럽풍 중세 시대완 거리가 있지. 그러나 시대적인 선 긋기만 딱 그러할 뿐, 오크와 엘프들이 칼과 활을 들고 싸운다는 것은 기존 이미지의 답습처럼 느껴진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일상화 된 시기를 배경으로한 <브라이트>와는 다르게 기존 판타지 작품들과의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 

여기에 메시지도 그냥 그대로 갖다 썼다. 뭐, 메시지가 중요하거나 크게 드러나있는 작품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오크를 흑인 또는 히스패닉에 빗대어 현대 사회의 인종 갈등을 풍자했던 <브라이트>의 그것이 <브라이트 - 무사의 혼>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그게 재밌기나 하면 또 몰라. 그냥 동어반복에 뻔한 소리 가득. 결국엔 모두의 혐오를 받는 오크와 엘프가 인간 주인공과 힘을 합쳐 세상의 평화를 되찾아온다-는 간결한 스토리인데, 그 안에서 인물들이 겪는 개인적 갈등이 하나도 드러나지를 않는다. 오크인 라이덴은 그냥 힘 좋고 사람 좋은 아저씨로만 묘사되고, 엘프인 소냐는 그냥 질질 짜대는 어린애인데다 구출되어야 하는 전형적 공주님 역할. 그럼 인간 주인공인 이조는? 이 새끼도 후까시만 겁나 잡지 뭐 별다른 건 없음. 계속 숨기고 있는 과거에 뭔가 대단한 미스터리나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딴 거 설명 1도 없고 그냥 가오만 잡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 받았던 게, 촬영이 너무 오두방정이란 거다. 감독의 전작 또한 비슷한 기세였으나 이 정도로 까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브라이트 - 무사의 혼>은 거의 모든 쇼트들이 다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라도 걸렸는지 전후좌우로 마구 까불어댄다. 보는 동안 '굳이 이렇게 어지러이 잡을 필요가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음. 

악당의 동기나 목적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주인공들은 그 속내와 이야기를 쉬이 꺼내주지 않고. 그나마 액션이라도 화려하고 좋으면 몰라, 그것마저 뭔가 어정쩡 하기만 하다. 대체 이 뜬금없는 기획은 무엇이란 말인가. 4년 전에 만든 미국 영화의 하이 컨셉만 홀랑 벗겨다가 일본 배경의 애니메이션으로 개작 해버린 이 사연은 대체 무얼까. 데이비드 에이어가 이거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넷플릭스 본사에 찾아가 땡깡이라도 부렸던 것일까. 매번 느끼지만 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여튼 영화는 존나 재미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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