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 영화 무지렁이인 나조차도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던 직전의 작품. 그것에 이어 돌아온 <할로윈 킬즈>는, 2018년 버전의 <할로윈> 바로 직후 시작되는 이야기다. 때문에 그런 생각도 들더라. 해든필드의 2018년 할로윈 밤은 정말로 길었구나...
스포일러 킬즈!
페미니즘과 여성 연대의 메시지를 담았던 전작의 주제의식은 다소 옅어진 편이다. 일단 시리즈의 기둥이라 할 수 있을 제이미 리 커티스의 로리가 병상에 누워 리타이어한 상태인지라, 전편의 그 연대는 어려워진 것. 그리고 그 주제의식의 빈 자리를, <할로윈 킬즈>는 집단 히스테리와 그로부터 비롯된 광기로 채워넣는다.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절대 악의 존재에 맞서다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해든필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흡사 <미스트>의 마트를 떠올리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마이클 마이어스의 존재를 쓰나미나 화산 폭발 정도의 자연재해로 치환해도 영화의 전체적인 텍스트는 유지될 것 같다. 슬래셔 장르의 태 보다는 재난 장르의 태에 가까워보임.
문제는 이게 이 장르, 이 영화와 어울렸는가-를 생각해보았을 때 '그다지...'라는 답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해든필드 마을 사람들의 집단 광기는 편의적으로 대충 묘사된다. 절대무적의 미친 살인마가 죽지도 않고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상황이니 공포에 빠진 건 이해하겠다. 하지만 그들이 왜 마녀사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마이클 마이어스 얼굴 생김새도 알고, 무엇보다 지금 어떤 옷 입고 활보하고 있는지 역시 다 알잖아? 마스크 없이는 반쯤 무력해진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데, 병원으로 도와달라며 찾아온 한 남자를 굳이 마이클 마이어스로 점찍어 선동하고 마녀사냥 한다? 현실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을 뿐더러 지금 이 장르와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그냥 그 장면은 전체가 다 생뚱맞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 장면 속 주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사 모두가 비호감이라는 점 역시 치명타. 로리는 잘 확인해보지도 않은채 무고한 남자를 마이클 마이어스로 몰고가는 집단 광기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캐런은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공허한 약속만 남긴채 문 잠근 게 다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토미. 이 새끼는 일단 마녀사냥의 활시위를 당긴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그로인해 무고한 남자가 죽자 "정말 아냐?"라는 말과 함께 진짜 마이클 마이어스를 죽이는 것으로 자신의 그러한 죗값을 치르겠다 말한다. ......그냥 미친 새끼 아냐, 이거.
재밌어질 구석은 분명 있었다. 해든필드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이클 마이어스 레이드를 뛰기 위해 파티를 결성하는 설정은 좋았다. 슬래셔 장르의 문법상 그들 중 태반이 다 뒤질 것은 분명 했으나, 그래도 그 안에서 무언가 막가파스러운 유희정신을 뿌려댈 줄 알았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파티를 결성한 것 자체는 일견 신선해보이나 결국 그 이후 전개와 구성은 전형적이다. 여러명이서 함께 수색하면 뭘해, 어차피 마이클 마이어스 만나는 순간 다 각개전투인데. 막말로 해든필드 마을 사람들은 다 죽어도 싸다. 집단 광기에 휘말려 무고한 사람을 마녀사냥을 죽였기 때문에? 아니, 그냥 지능이 딸린다. 마이클 마이어스가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은 2층짜리 주택 앞까지 갔으면 지원을 기다리는 게 상식 아니냐? 자기 아들은 살리려고 혼자 나선 것까진 이해해. 대신 이왕 파티 맺은 거,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거잖아. 그런데 이 아저씨는 캐런의 딸인 앨리슨에 비하면 양반임. 앨리슨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그 주택에 들어서는데, 친구가 마이클 마이어스에게 밥을 주러 가는 순간까지도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있다. 친했던 사람 시체 앞도 아니였고, 그 앞에 가서 뭔 염불을 외워주는 것도 아니었음. 그냥 시체에 꽂힌 식칼을 뽑아주고 있다니까! 이 멍청아, 이미 죽은 사람인데 그 칼 너가 뽑아주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하냐? 너 지금 미친 살인마랑 한 집안에 있는 상황이란 건 기억하고 있는 거지? 이런 빡대가리를 봤나.
그냥 영화 전체가 마이클 마이어스의 골목 식당 같았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져 그 앞까지 자동으로 배달되는 초밥 뷔페의 초밥 접시들처럼, 죽어도 싼 해든필드 마을 사람들은 룰루랄라 하며 마이클 마이어스에게 바쳐진다. 그리고 그런 마이클 마이어스의 조언과 솔루션 덕분에 해든필드 메모리얼 병원은 방문객들로 문전성시...... 뉴스에 따르면 3편까지 기획중이라 하던데, 이게 그토록 재미있는 기획이란 말인가. 이쯤되면 그냥 시리즈가 노망난 걸로 밖에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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