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3 11:21

아미 오브 더 데드 - 도둑들 극장전 (신작)


난 이게 정말이지 이상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아미 오브 더 데드>가 스핀오프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시킬 만큼 매력적인 영화였나. 그래, 뭐. 그렇다치자고. 그럼 거기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던 데이브 바티스타의 전사를 프리퀄로 만든 것인가? 그건 또 아니잖아. 스핀오프가 주인공으로 삼은 건 본편의 그 오타쿠 금고털이범이다. 아니, 얘가 그토록 매력있는 캐릭터였던가? 과거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눈도장 찍은 녀석이었냐고. 내 기준 그건 또 아니었단 말이지... 하여튼 스핀오프란 타이틀에 주인공 조차도 납득이 안 가는데, 이 기획은 장르마저도 뒤틀어버린다. 좀비 장르 영화도 아니고, 갑자기 하이스트 장르로 급 발진. 이런 개연성에 통일성도 없는 기획을 보았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왜 만들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스핀오프다. 물론 하이스트 장르 영화로써 어느정도 기본기는 한다. 확실한 색깔의 캐릭터들이 있고, 이미 고착화 되어버린 장르적 컨벤션을 일종의 농담으로 희석해내 센스있게 펼치는 부분들도 존재 하거든. 별건 아니지만 대표적인 게, 도둑들이 모여 작당모의 하다 실제 범죄로 넘어가는 순간의 몽타주 편집을 장르 농담으로 퉁치고 넘어가는 지점. 그런 건 마음에 들더라. 적어도 영화를 아무 고민 없이 찍진 않았구나 싶어서. 

하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아미 오브 더 데드> 그 본편과 궤를 같이 한다. 상술했던 몇 부분들을 제외하면 영화는 대체적으로 전형적이고, 특이하되 많이 봐왔던 오타쿠 주인공 캐릭터는 김 빠짐. 무엇보다 인물들의 도둑질에 별로 마음이 가질 않는다. 주인공이야 빼도박도 못하는 오타쿠니까 그러려니 친다지만, 그웬돌린은 대체 왜 돈보다 그 금고에 집착하는 건데? 나름 자기 입으로 구구절절 설명해대기는 하는데, 그게 잘 납득이 안 감. 그냥 브래드 케이지 vs 그웬돌린 구도 만들려고 했을 뿐. 

더불어 하이스트 장르에서 긴장감의 장작을 때우는 매우 지대한 역할의 공권력. 그 공권력의 존재가 이 영화에서는 너무 뭉개져있다. 들라크루아는 주인공 보다 브래드 케이지 잡는 데에 더 혈안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무능력하다. 때문에 막판 전개에서 갑툭튀할 땐 이 새끼 축지법이라도 썼나 싶을 정도. 하이스트 장르에서 공권력이 무능한 거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인터폴은 너무한 것 같다. 

해외 여행이 반 금지된 코로나 19 시국에, 로케이션 촬영된 유럽 곳곳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기획 자체가 난맥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좀비 영화의 스핀오프면서 대체 왜 하이스트의 문법을 구사하고 있는 거냐고. 그래서 영화 곳곳에 나오는 좀비 언급들이 죄다 의무적인 무언가로만 느껴져서 더 별로였다. 뭐, 잘 만들기라도 했으면 내 그 생각도 진작에 뒤집어졌겠지. 그런데 그냥 무난하기만 하니까... 무난하기만 했던 영화의 무난하기만 한 스핀오프. 잭 스나이더 씨, 이 프로젝트. 진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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