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3 14:01

가을의 전설, 1994 대여점 (구작)


미국사를 관통하며 가을처럼 찬찬히 흐르는 한 가족의 일대기.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막장의 본고장인 대한민국 기준으로도 꽤 막장이다. 세 형제 중 막내인 사무엘의 약혼녀로 소개되는 수잔나, 그러나 그녀는 곧 둘째인 트리스탄과 감정을 나누게 된다. 이후 1차 세계 대전에 참전 했던 사무엘이 전사하자 수잔나는 트리스탄과 본격적인 사랑에 빠지고... 근데 또 트리스탄 이 놈이 워낙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인지라, 게다가 또 막냇동생의 죽음을 직관한 트라우마에도 빠져있던 지라 이 사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그렇게 떠난 트리스탄의 빈자리를 꿰차는 것은 세 형제 중 첫째인 알프레드. 요약 정리하면, 세 형제 모두와 통한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분히 막장스러운 내용이지만, <가을의 전설>은 흘러가는 그들의 세월로 천천히 관객들을 물들여감으로써 그 거부감을 중화 해낸다. 이야기의 귀결만 두고보면 '이게 뭐지' 싶어지는 전개인데, 그걸 수잔나의 입장으로 부드럽게 납득시켜버리니 할 말이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남들은 "저 여자가 세 형제 모두와 정분이 났대!" 정도로 호들갑 떨 일이겠지만, 영화가 제시하고 있는 수잔나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어느 정도 그 모든 것들이 다 이해되는 것이다. 역시 사람 일은 깊게 보기 전엔 모르는 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잔나가 세 형제를 돌아가며 사랑했단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영화의 쓸쓸한 정서가 좋다. 화목하고 짐짓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집안이 반쯤 풍비박산 나서 몰락한 이미지도 슬퍼서 아련하고 또 아련해서 슬프다. 그 어디에도 채 정착하지 못한채 이리저리 떠돌던 트리스탄의 앳된 시절과 노년 모두 역시 안쓰럽기 그지없고.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에 더한 서정성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브래드 피트의 젊다못해 어린 얼굴이다. 금발에 장발까지 탑재한 청춘의 브래드 피트라니. 예전 이 영화를 처음 볼 땐 몰랐었는데, 거의 20여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 그의 얼굴은 정말... 형언할 수가 없겠더라고. 그 정도의 얼굴이면 내가 수잔나였어도 존버테크 탔을 거.

아버지에 세 형제, 트리스탄의 스승인 인디언, 집을 돌봐주던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아이까지. 한 집안을 사람사는 냄새로 물들이던 그들이 하나둘씩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콧날이 시큰하고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한 장발남이 말을 타고 대자연을 가로지르기 까지 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영화를 다 보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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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플립, 2010 2022-01-17 14:57:35 #

    ... 립&gt;이 가진 강점 되시겠다. 풋풋하고 설레면서도, 각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잘 들어주는 성장 영화랄까. 줄리 아빠로 나오는 에이단 퀸. 최근 &lt;가을의 전설&gt; 다시 보며 그의 젊은 시절 누릴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렇게 나이 든 모습으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아, 무적의 10월생 동생을 두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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