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7 14:22

레드 노티스 극장전 (신작)


참으로 이상한 기어 변속이다. 80년대의 할리우드를 지배하고 있던 전형적인 액션 장르 영화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90년대풍 버디 무비로 급 전환, 이에 이어 00년대풍 하이스트 장르 살짝 훑었다가 나중에는 또 <인디아나 존스>풍의 모험 영화로 드리프트. 단 한 순간도 보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기가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여러 장르를 다 해보고 싶었던 건가. 하나라도 잘 하든가. 지금은 건드리는 족족 다 실패에 산만하기 까지 하다. 근데 이 왔다리 갔다리 자동차의 핸들을 잡은 게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웃긴 건, 셋 다 스스로를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드웨인 존슨은 드웨인 존슨을, 라이언 레이놀즈는 라이언 레이놀즈를, 그리고 갤 가돗은 갤 가돗을 연기하고 있는 솔직하고 재미없는 영화. 


스포일러 노티스!


영화가 너무 넘친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 액션에 버디에 하이스트에 어드벤쳐까지 난무하는데 보는 이들 중 그 누구도 관심없어 하는 지역명까지 큰 자막으로 마구 박아 인지시켜 준다. 아니...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차피 곧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 건데 굳이 그 사이 발리는 왜 가는 건데... 놀런의 안전가옥이 왜 꼭 거기있어야만 하는 설정인데... 그냥 이탈리아 모처에서 잡았다해도 전혀 상관 없는 거였잖아. 뭐, 하여튼 그건 그거고. 이야기도 진짜 뻔하게 꼬아놨다. 그래, 솔직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드웨인 존슨의 하틀리와 갤 가돗의 비숍 사이 연인 관계는 전혀 예측 못했음. 하지만 그 구체적인 관계만 몰랐다 뿐이지 영화 보는내내 드웨인 존슨이 너무 떡밥들을 많이 흘려서 그 양반이 어쩌면 진짜 FBI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은 했다. 그리고 뭔놈의 FBI가 그렇게 쉽게 털리겠어... 이건 해도 너무 하잖아...

영화의 그 다음 약점은 캐스팅이다. 세 배우는 정말이지 놀랍도록 그 스스로들을 연기하고 있다. 그나마 굳이 꼽자면, 드웨인 존슨이 가장 낫다. 이 사람이야 그동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에서 오래도록 반복되어온 전형적 영웅 캐릭터의 화신이니 그냥 괜찮음. 한식 상차림의 흰 밥 같은 존재라 이 말이다. 하지만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제 이 사람은 연기가 그냥 다 똑같다. 아니, 연기가 똑같은 게 아니라 캐릭터가 다 똑같다. 막말로 <데드풀><킬러의 보디가드><홉스 & 쇼><R.I.P.D.><6 언더그라운드><명탐정 피카츄> 속 캐릭터와 그냥 동일인 같다. 한 인물이 그 영화들에 다 출연한 것 같다. 끊임없는 말장난과 섹드립으로, 때로는 억울한 상황조차 위트있게 넘어가는 것 역시 다 반복이다. 이와중 갤 가돗은 그냥 연기를 못하고...

도둑질도, 사기도, 탈옥도, 도망도 모두 쉽게 느껴진다. 세상에 마상에 얼굴 인식 장치를 딥 페이크 기술 하나로 뚫어버리는 하이스트 영화라니. 이걸 포함해 그냥 모든 게 다 쉽게 해결된다. 아니, 그리고 이 셋을 쫓는 다스 요원의 존재감은 대체 어디로 간 건데? 그리고 얘는 뭐 이렇게 추적을 잘하는 거고? 애초 영화의 분위기 부터가 가볍기는 해도 탈옥 역시 일종의 장난처럼 묘사된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쏘는 총에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음. 이건 영화의 심의 등급을 맞추고 또 주인공들에게 비호감 이미지 심어줄 요소를 아예 원천 차단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여 안쓰럽고...

라이언 레이놀즈는 연기도 뻔하지만 각본가들의 변명 원툴로만 사용된 것 같아 그 죄질이 더 나쁘다. 후반부에는 본격 어드벤쳐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클레오파트라의 알'이라는 아티펙트는 그 존재감과 개성이 부족함. 그리고 각본가들은 그걸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을 빌려 "맥거핀이라고 쓰여진 상자를 찾아봐"라는 말로 퉁친다. 아, 다스 요원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 셋을 추적 해낸 건지 궁금하다고? 이것도 그냥 라이언 레이놀즈 입을 통해 변명하면 됨. "자꾸 이렇게 튀어나오면 반칙이지!" 이건 제 4의 벽을 깬 정도가 아니라 그 벽 너머 제작진들과 적극적으로 내통한 수준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토록 공들여 노력해 결국 찾아 모아낸 클레오파트라의 알? 나름 두 시간동안 영화를 끌어온 동기인데, 영화는 그걸 또 농담으로 퉁치고 넘어가려든다. 기껏 찾아내 대부호의 딸 결혼식에 진상했는데 정작 그 새신부 딸은 알보다 에드 시런에 뻑간다? 에라이, 이건 그냥 농담으로 넘어가기에 너무 무책임 하잖아. 영화 스스로도 본인의 설정에 자신감이 없는데, 지금. 게다가 에드 시런 카메오는...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카메오 연기였음.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더라. 

하여튼 2억불을 들여 그냥 저냥 수준으로 만들어진 가성비 꽝 오락 영화. 그런데 세 주연배우의 캐스팅 비용으로 그 절반인 1억불을 썼다지? 그럼 정작 영화에 든 비용은 1억불 안팎이겠네. 그것마저 멋대가리 없다. 


뱀발 - 그 당시 CG 기술이 전무 했거나 부족했던 이유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왜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고전 모험 영화들이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 했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 영화이기도 했다. 촬영 스케줄이나 비용 문제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드웨인 존슨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기차 화물칸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 뒤의 그린 스크린이 매직아이로 보이는 것 같아 좀 많이 깼다. 이후 아마존 장면도 마찬가지고... 굳이 <아라비아의 로렌스>까지 갈 것도 없이 <듄> 선에서 정리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덧글

  • 엑스트라 2021/11/18 02:12 # 답글

    데드풀과 스콜피온킹이 원더우먼한테 그냥 털린다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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