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 16:32

프렌치 디스패치 극장전 (신작)


프레임을 100% 장악하는 웨스 앤더슨의 솜씨는 여전하다. 가히 장인이라 할 수 있을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프랑스의 작은 소도시 앙뉘는 시청각적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그리고 우디 앨런이 그랬듯, 프랑스 바깥 사람이 프랑스 안쪽을 탐구하는 이야기로써도 흥미롭다. 물론 당사자인 프랑스인들은 이를 어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가 아닌 미국의 영화감독이 엿본 프랑스의 이미지가 나로서도 썩 공감된다.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영어권 인사들의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를 소개하는 큰 액자 역할의 이야기가 있고, 또 그 이야기는 네 개의 각기 다른 서사들을 묶고 엮어낸다. 말그대로 여러 기사와 칼럼들을 담아낸 잡지의 형식인 것. 동시에 영화적으로는 네 편의 단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붙인 형식인 것. 그러다보니 각기 다른 네 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오웬 윌슨이 이끌어가는 앙뉘 소개, 베네치오 델 토로의 범죄 예술가 이야기, 프랜시스 맥도먼드 관점에서 본 청년 혁명,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프리 라이트가 화자인 경찰서장 아들 납치극. 

앞서 미국인 감독이 요약하고 상징화 해낸 프랑스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었는데, 에피소드 곳곳에 그러한 여러 관점들이 썩 잘 묻어있다. 프랑스 소도시 사람들의 낙천적이면서도 불만 가득한 생활, 낭만적인 동시에 더러운 거리, 예술과 범죄, 혁명, 시위, 청년 활동, 글쓰기에 대한 동경, 자유분방한 섹스 생활, 요리 등등. 우리가 프랑스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곧바로 떠오르는 몇몇 요소들이 <프렌치 디스패치>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프레임 곳곳 모든 부분에 직접 손을 댄듯한 웨스 앤더슨의 미적 센스에는 감탄할 만하다. 하지만 예쁜 그림책일 뿐, 좋은 이야기라고는 못하겠다. 전달해야할 정보량은 많은데 여기에 대사의 속도와 편집 역시 지나치게 빠르다. 그러면서도 진득하니 하나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여러 이야기로의 태세 전환을 계속해 이어나간다. 이제 좀 집중될라 치면 곧바로 다음 이야기, 또 좀 집중될라 치면 다시금 다음 이야기.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약점이 된 게 바로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티모시 샬라메의 세번째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는 일단 이전의 두 개와 다음의 하나에 비하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별 재미가 없다.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풋사과 같은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부딪히는 이야기, 이게 원숙미가 돋보이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캐릭터 관점으로 인해 더 강조된다. 그 점 하나만은 좋지만, 다른 나머지에는 집중하기가 썩 어렵다. 이 세번째 에피소드가 브릿지로써 실패함으로 인해, 그 손해는 이어지는 네번째 에피소드가 덩달아 진다.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아마 많을 것. 그로인해 몽롱한 상태이거나 실제로 졸거나 하는 등으로 네번째 에피소드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 물론 그와는 별개로 네번째 에피소드는 썩 볼만하다. 애니메이션으로 추격전이 이어지는 센스도 좋고. 

미적으로 충만한 영화이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이라 볼 수 있을 '이야기'적 측면에서는 과하거나 번잡스럽다. 잘 만든 소설에 예쁜 삽화가 담겨있는 방식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프렌치 디스패치>는 차라리 삽화만으로 가득찬 삽화집에 더 가까워 보인다. 테크닉적으로 공들여 잘 만든 영화라는 점에 있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지만, 그 자체로는 좀 지루하고 산만한 작품. 한 발 더 나아가 냉정히 말해보자면, 스크린 위에 투사될 때보다 관련 굿즈들을 통해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을 때가 더 아름다울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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