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7 13:47

연애 빠진 로맨스 극장전 (신작)


모종의 사건으로 잘 다니던 직장까지 때려치우고 나온 함자영은 연애엔 젬병이지만 끊을 수 없는 섹스 욕구 때문에 데이트 어플을 켠다. 그리고 잡지사의 유일한 섹스 칼럼니스트 박우리는 어떻게든 칼럼 집필을 해오라는 상사의 부추김에 못이겨 데이트 어플을 켠다. 그렇게 만난 함자영과 박우리. 한 번 자고 빠구리 뜨자는, 좋게 말해 솔직한 이 커플의 이야기. 

극중 우리는 자영과의 관계를 토대로 '섹스 묘사 없는 섹스 칼럼'을 기고해 큰 인기를 끈다. 잡지사 편집장의 말을 빌리자면, 섹스 묘사를 하지 않아 오히려 독자들이 애끓고 감질나 한다는 거지. 그런데 이 설정은 이 영화 전체의 태도와도 비슷해 보인다. 물론, 섹스 코미디 장르 영화로써 <연애 빠진 로맨스>는 섹스 묘사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섹스 코미디라는 장르는 그 이름이 섹스 코미디인 것일 뿐, 근본적으로는 결국 로맨틱 코미디의 일환이어야 한다. 섹스로 비롯되거나 또는 섹스로 귀결될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사랑 이야기여야 한다는 거지. 바로 그 점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는 맹탕 같다. 진짜 없이 진짜를 다루려는 가짜 영화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영과 우리라는 두 남녀의 관계 묘사고, 또 그를 추동 시키는 감정의 변화에 대한 묘사다. <연애 빠진 로맨스>에는 제목 그대로 그것이 빠져있다. 우리가 '연애'라고 줄여 부르지만, 사실은 '사랑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그것. 자영과 우리 각각의 이야기. 가족 사이의 관계라든가 친구 관계, 직장 분위기 등은 나름대로 잘 묘사되어 있건만, 정작 자영과 우리라는 주인공 둘이 만나 무언가를 하는 묘사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이 서로에 대해 진솔하게 알아가는 장면은 떠올려봐야 한 장면 정도 뿐이다. 선술집에서 술에 취해 밤늦게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또 듣는 그 장면. 그 장면 외 다른 장면들은 모두 피상적이다. 

둘의 첫 데이트라 할 수 있을 평양냉면집 장면은 첫 만남 답게 기선 싸움 정도로만 여겨지고, 나중에 이어지는 놀이동산 데이트는 결국 둘의 관계를 잠시 부숴내기 위한 노골적 장면에 불과하다. 아, 자영의 전 남친 결혼식장에 가 깽판치는 장면이 더 있지 않느냐고? 심지어는 가장 중요하다 생각되는 그 장면조차 이 영화는 피상적으로만 묘사할 뿐이잖아. 진지하게 무언가를 교류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냥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는 거지. 심지어 별로 재미도 없었지만. 섹스 묘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명색이 섹스 코미디에 가까운데 그건 제대로 해줬겠지? 야하거나, 또는 감각적이거나. 하지만 대부분의 섹스 장면들조차 몽타주로 대충 넘어가고야 만다. 연애도 대충 하고, 섹스도 제대로 안 한다. 

전종서와 손석구는 주연 배우로서 제몫을 다 해낸다. 연기도 좋고, 그 태조차도 맘에 든다. 그리고 앞서 말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보는내내 시간은 꽤 잘 흘러가게 만드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보는동안 적어도 지루하진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된 감정 묘사 없이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 또는 로맨스 영화라는 점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는 큰 단점을 가진다. 또 구태여 하나 더 추가하자면, 자영의 주변 인물 캐릭터들이 너무 많고 또 재미없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 두 주연 배우의 캐스팅 소식과 시놉시스만 놓고 보았을 때는 참 재미있고 위트있는 영화 나오겠다 싶었었는데 그 두 개 빼면 이렇다할 장점 없는 영화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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