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7 14:32

유체이탈자 극장전 (신작)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이른바 유체이탈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달리는 액션 영화. 소재부터 특이해 가산점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유체이탈자가 된 이유는? 12시간마다 기억은 유지된채로 몸이 바뀌는 이유는? 사실 어떻게 설정해도 상관 없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의 설득력만 있다면. 


스포이탈자!


그런데 영화는 내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어버리는 '이유'를 상정했다. 임사 체험에 가까운 효과를 지닌 신종 마약이 주인공에게 투여 됐다는 것...... 아니, 잠깐만. 이게 말이 돼? 마약으로 유체이탈자가 됐다고?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이 유체이탈에는 규칙이 있잖아. 12시간마다 실행된다는 것, 그리고 유체이탈자로서 얻은 몸의 주인이 모두 한 가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인공과 얽힌 모종의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여섯명의 몸을 차례대로 주인공이 거쳐가는 것이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주인공 제외 그 여섯명이 다 같이 마약 투약된 것도 아니잖아? 무슨 하이브 마인드도 아니고, 마약 투여 당한 한 사람이 그 근처에 있던 다른 여섯명만 골라 잠깐동안 몸을 빼앗는다? 그냥 주인공의 한이 그만큼 지독했다는 설정인 건가... 차라리 미친 과학자의 미친 실험에 의한 결과였다거나 신 또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아득한 능력을 지닌 상위존재가 부린 마법이었다고 하는 게 훨씬 더 설득력 있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 설정에 대한 이해를 집어치우고 보더라도 영화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영화는 유체이탈의 개념을 단 한 명의 주력 캐스팅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그러니까 가끔은 몸을 빼앗긴 해당 인물의 배우가 연기를 이어나가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는 영혼의 주인인 윤계상 얼굴로 진행된단 소리지. 이 부분은 일견 이해가 간다. 각기 다른 여섯명의 배우들로 한 인물을 연기하면 이 이야기에는 더 알맞았겠지만, 그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조금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각기 다른 여섯명의 배우가 바톤 터치하듯이 쭉 이어 한 인물을 연기했으면 확실히 이 이야기의 컨셉이 훨씬 더 잘 살았을 것 같다. 지금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모두 윤계상의 얼굴로 설명되다 보니 유체이탈이고 뭐고 그냥 한 사람만 나오는 듯한 느낌임. 한마디로 유체이탈이라는 컨셉이 잘 안 산다- 이 말이야. 

굳이 장르 구분을 하자면 미스테리 액션 스릴러쯤이 될 텐데, 하나씩 뜯어보자. 일단 유체이탈과 거시적인 음모에 관한 미스테리는 영화 초반에 확실한 동력이 되어준다. 하지만 정작 미스테리가 지지부진한 10분짜리 과거 회상으로 친절하게 설명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생각이 달라짐. 그 미스테리가 재미없었다는 거지... 그리고 액션. 액션은 그 물리적인 분량이 너무 부족하다. 기껏해야 돋보이는 건 결국 후반부 클라이막스 액션인데 그게 막 새롭거나 화려하지는 않아서. 그렇다면 스릴은? 이 영화에서의 스릴은 결국 추격의 쫄깃함일 텐데 그걸 잘 살렸는지도 의문. 그럼 미스테리, 액션, 스릴러 셋 중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는 거네...

꽤 신선한 컨셉을 잡았음에도 여러모로 그걸 살려내지 못한 영화. 농담이지만, 박지환이 연기한 노숙자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면 더 재밌었을 듯. 이 양반은 엄청난 이틀을 보낸 거잖아. 계속 새로운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아는 척하는 거 존나 혼란스러웠겠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