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18:45

카우보이 비밥_SE01 연속극


아, 진짜 이거 욕먹기 십상인데... 이어지는 소신발언의 항연. 다들 재미없는 걸 넘어 싫어할 정도로 괴랄하게 본 듯 한데, 왜 난 또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이게 더 좋았지? 이쯤되면 내가 진짜 이상한 건가 싶어진다. 

작품의 호오를 떠나, 원작이 되는 오리지널 시리즈에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고독하게 혼자 앉아 싱글 몰트 위스키를 홀짝이는 듯한 분위기. 그에 비해 이번 넷플릭스 버전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의식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태도로, 비밥 호의 멤버들이 우당탕탕 하며 피나콜라다를 들이키는 느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게 좀 더 좋았다. 물론 이 실사판이 잘 만들어진 명작이란 소리는 결코 아니다. 전반적으로 액션은 엉성하다못해 허접하고, 오리지널 시리즈를 노골적으로 의식한 듯한 캐릭터들의 의상 디자인 등은 그나마 있던 호감마저도 휴지통으로 밀어넣는다. 그러니까 좀 더 분명히 말하자면, 내겐 오리지널 시리즈에 그닥 흥미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또 애정 역시 없었다. 객관적인 완성도로 보았을 때 이 작품이 더 낫다는 게 아니라, 고독함 폴폴 풍기던 원작의 어른스러운 느낌보다 왁자지껄 유사 가족 테마로 가는 이 리메이크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는 더 취향에 가까웠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멤버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좀 더 끈끈해진 느낌이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은 룸메이트 사이에 가까워보였다. 그저 여기 아니면 딱히 갈데가 없어 비밥 호에 눌러앉은 모양새. 그래서 외출과 귀가도 자유롭고, 자신의 인생이 걸린 큰 사건이 생겨도 서로에게 도움을 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독고다이로 혼자 부딪혔다. 물론 그게 원작의 분위기에는 더 잘 어울렸고, 또 어른스럽게 보여 취향에 따라선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애초 <스타워즈>부터도 밀레니엄 팔콘의 조그마한 콕핏 안에서 한 솔로와 레아, 루크, 츄바카, C3PO가 서로를 갈구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부분을 통해 재미를 느꼈던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지나치게 순수해보이기까지 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역시 좋아했던 거고. 애초부터 그렇게 생겨먹었던 나이기에, 원작의 그 어른스러운 태도는 어색하게만 느껴졌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넷플릭스 버전은 썩 유아스럽다. 키치하다. 그리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스파이크와 제트가 페이의 생일을 챙겨주고 축하해준다고? 원작의 팬들은 기겁할 소리지. 그렇지만 나는 그게 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았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서로 한데 모여 우주를 유랑하는 그 느낌, 나는 그 느낌 때문에 스페이스 오페라를 사랑하는 것 아니었던가. 물론 그 발랄한 분위기 내느라 원작이 갖고 있던 네오 느와르풍의 간지와 감성은 다 날아갔지만. 

맘에 든 부분들 위주로 먼저 이야기를 해서 오해를 살 수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것 뿐이지 전반적인 퀄리티 자체는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액션. 명색이 현상금 사냥꾼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시리즈면서 액션이 너무 허접하다. 해당 배우들이 직접 참여한 듯한 스턴트는 분명 의미있지만, 그 때문인지 다찌마리는 그 합과 동선의 설계도가 분명하게 노출된다. 진짜로 캐릭터들이 서로의 주먹을 기다려주고 있음. 

비셔스와 줄리아의 이야기는 몽땅 낭비된다. 일단 원작에서의 중2병 걸린 듯한 비셔스 역시 별로였지만, 이번 리메이크판 속 비셔스를 보면 그게 선녀처럼 다시 보임. 캐스팅을 떠나서 그냥 캐릭터 설정이 잘못된 듯 싶다. 스파이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서 그리려 했던 것 같긴 한데, 그냥 클리셰에 절여진 느낌... 줄리아는 원작의 촌철살인을 못 따라가는 듯 하고. 

어휴, 누가 보면 이거 되게 재밌게 본 줄 알겠네. 그런 건 아니라고... 그냥,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던 <드래곤볼> 실사판과 본토에서 만들었던 <강철의 연금술사> 실사판을 예상하고 봤다가 그 정도는 아닌 듯해서 다행이었던 것... 정도? 물론 그 일말의 호감마저 막판 에드 나왔을 때 다 휘발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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