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4 15:18

렌트, 2005 대여점 (구작)


원작이 되는 뮤지컬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신 그 유명세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 그 공연이 좀 유명 했어야 말이지... 그러던 중 넷플릭스를 통해 이번에 공개된 <틱, 틱... 붐!>이 이 <렌트>를 썼던 실존 인물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라고 하길래 일단 이거 먼저 보자는 마인드로 결국 이제서야 보게 됨. 근데 영화를 보는내내 계속 내가 이 영화의 변명을 대신 해주고 있더라. 그 변명들의 헤드라인은, '원작은 좋았겠다' 정도. 


스포일러는 조금. 


그러니까 영화판 <렌트>를 두고 가장 크게,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것이 그저 '촬영된 뮤지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모든 장면과 모든 쇼트 안에서 청사진이 되는 원작 뮤지컬 속 무대가 눈에 선하게 엿보인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영화가 너무 연극적이라는 것. 인물들의 등퇴장 타이밍과 뮤지컬 넘버들의 시작 타이밍 모두 다분히 연극적이다. 그래서 너무 가짜같다. 물론 실제 무대 매체에서 이는 용인되는 요소들이다. 무대에서는 지정된 타이밍에 짠-하고 인물들이 등장하는 거? 쌉가능이지. 또, 극중 긴 시간대를 짧은 시간 텀 안에 욱여넣는 거? 무대에서는 역시 쌉가능. 그리고 젊은 배우들이 늙은 인물들 연기하는 거? 그건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고 말고. 물론 이 영화에서 젊은이가 늙은이 연기하는 부분은 없지만... 하여튼 무대 매체에서만 용인되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영화판 <렌트>는 그러한 요소들을 별다른 고민이나 컨버팅 없이 그냥 곧이 곧대로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후반부, 로저가 뉴욕을 벗어나 뉴 멕시코로 떠나는 거? 근데 말이 떠나는 거지, 영화 속에서 불과 1~2분 만에 다시 뉴욕으로 돌아옴. 무대 위에서는 뮤지컬 넘버의 힘과 결부되어 용인 되었을지 몰라도, 영화 매체 안에서는 너무 얕은 갈등의 시간대다. 큰 결심하고 뉴욕 떠났는데 불과 2분만에 다시 돌아오는 주인공이라니... 

사실 그걸 제일 잘 보여주는 게 오프닝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든 작자들이 원작 뮤지컬을 프레임으로 옮겨오는 데에 별다른 고민이 1도 없었다는 것이 이 오프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의 메인 주인공들이 무대 위에 일렬로 도열해 그 유명한 'Seasons of love'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모습이 오프닝인데, 곡 자체의 완성도와 호오를 내려놓고 봤을 때 과연 이게 맞는 연출인가 의심이 든다. 이거 그냥 아무런 이야기 없이 인물들 쭉 세워두고 찍은 거잖아. 무대에서는 그게 포문을 열어젖히는 역할로 잘 먹혀들었을지 몰라도, 영화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거다. 주인공들의 전반적인 삶을 잘 대변하는 핵심 뮤지컬 넘버를 극중에서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프롤로그쯤으로 소비해버리다니. 이거야말로 '촬영된 뮤지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거잖아. 이럴 거면 뮤지컬 영화가 왜 필요하냐, 그냥 존나 좋은 뮤지컬 넘버 하나씩 골라 오프닝에 배우들 쭉 세워놓고 부르게 시키면 끝인 것을. 

극중 인물들의 존재감이나 그 이야기 전개가 다 중구난방이라는 점도 큰 약점. 이것 역시 무대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누누이 말하고 있듯이, 이건 영화잖나. 뮤지컬 넘버로 대표되는 음악적 파워 보다도 이야기의 전개에서 오는 여러 감정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콜린스와 엔젤은 난데없이 만나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가 또 급하게 죽음으로써 이별을 맞는다. 마크와 모린, 조앤느 사이의 삼각관계는 대체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어쨌다는 건지 의문이고... 그나마 멜로 드라마로써의 기승전결을 온전히 갖고 있는 건 로저와 미미 커플. 물론 그마저도 다른 커플들 이야기에 밀리고 채여 구멍 숭숭 뚫려있는 인상이긴 하지만. 

감독이 누군가 하고 봤더니 크리스 콜럼버스였다. 최근 이 양반의 <크리스마스 연대기 - 두번째 이야기>도 원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필모그래피를 한 번 쭉 봤지. 근데 이 <렌트>가 딱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직후 작품이더라고? 그리고 그 뒤로 줄줄이 이어지는게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픽셀>, <크리스마스 연대기 - 두번째 이야기>...... 그 순간 명확해지더라. <렌트>부터 조금씩 하락세구나, 이 양반. 대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촬영이 얼마나 힘들었던 거야...? 얼마나 힘들었길래 거기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이후 줄줄이 나락인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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