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스트버스터즈>, 이 제목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영화는 안 봤고 또 잘 모르더라도, <고스트버스터즈>라는 제목만큼은 웬만해서 다 알겠지. 그러니까, 그 정도로 <고스트버스터즈>는 큰 사건이었다. 근데 사실 지금 기준에서 돌이켜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신드롬이기도 하다. 8,90년대는 물론 2020년대인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타워즈>? 그거 스핀오프 빼고 세어도 편수가 벌써 아홉편이다. 20세기의 아이콘 <007> 시리즈와 21세기 최대 흥행작인 MCU 시리즈? 걔들 둘 다 정규 시리즈 다 합치면 스무편 훌쩍 넘어감. 그에 비해 <고스트버스터즈>는 21세기 이전 시리즈라고 해봐야 딱 두편에 불과했다. 그렇게 영화는 단 두편 뿐이었지만, <고스트버스터즈>가 전세계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은 가히 핵돌풍급의 그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미친 가성비가 잘 이해 안 될만도 하지. 지금 기준에서야 촌스럽지만 당대엔 대단했을 CGI와 특수효과? 동시기 <스타워즈>에 비하면 잽도 안 되잖아. 특유의 거대한 세계관과 스펙터클? 기껏해야 뉴욕 한 도시에서만 뺑뺑이 치는 영화들인데 <다이하드>에 비빌 수 있냐?
그 비꼬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나는 거기에 "<고스트버스터즈>에는 특유의 능청스럽고 귀여운 분위기가 있어"라 말하고 싶다. 아닌 게 아니라 <고스트버스터즈>는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포스터만 봐도 답 나오지 않나. 말이 GHOST고 유령이지, 메인 악당인 고저 정도만 제외하면 다 그냥 귀여운 강아지들이랑 포켓몬 급의 몬스터들임. 그리고 그걸 잡는 방식도 정말이지 귀엽다. 말이 프로톤 팩이지, 그냥 진공 청소기 등에 매고 귀신 빨아들이는 모양새잖아. 그러니까, 80년대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이만큼 코스프레하기 쉬운 주인공들도 없었을 것이다. 츄바카 코스프레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제임스 본드 코스프레 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집안에서 뚝딱뚝딱 역할놀이 하기 좋았던 영화. 그 당시 영화를 본 아이들은 누구나 다 그랬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였고.
주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던 이른바 '너드'들이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는 이야기 역시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명색이 유령처치단의 멤버면 열혈물 주인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의기양양한 게 맞는 거잖아? 그런데 여기 멤버들은 죄다... 피터는 담당 배우인 빌 머레이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식받아 특유의 무기력함과 능청스러움을 장착한 장난꾸러기로 등장하고, 여기에 나머지 셋 다 열정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얼빠진 모양새. 그 괴상한 갭이 이상하게 재미있다. 그저 돈 벌려고 왔다가 거대 마쉬멜로 맨이랑 싸우게 되는 윈스톤도 존나 웃기고.
사실상 주요멤버인 넷이 귀신 잡으러 다닐 때보다 지들끼리 우당탕탕 할 때가 더 귀엽고 재미난 작품. 고저고 나발이고 뭔 상관이야, 그냥 고스트버스터즈 네 명이 브이로그만 찍고 있어도 중간 이상은 하겠다.
덧글
잠본이 2021/12/07 12:11 # 답글
rumic71 2021/12/07 13:27 #
CINEKOON 2021/12/29 12: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