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처음 보고 한동안 열광 했다가 학교 생활과 사회 생활에 치어 오래도록 묵혀두었던 시리즈. 성인이 된뒤 다시 보았을 때, 1편의 클라이막스에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역시 미국이구나. 미국 정도 되니까, 대의를 위해 뉴욕의 고층 빌딩 박살나는 것 정도는 쿨하게 이해해주는 구나. 하여튼 영웅 대접 하나는 제대로 하는 나라라니까. 대한민국이었으면 어림도 없지.' 하지만 2편에 이르면, 미국도 한국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슬픈 진실이 불쑥 끼어들어온다. 목숨을 걸고 전 세계를 구했으면 뭘해, 이미 고스트버스터들의 현생은 좆망 상태다. 너네가 쫓은 귀신 그거 다 사기 아니었냐는 거지. 그러니까 너네가 부숴먹은 빌딩 등 시설 값 물어내라는 거지. 세상을 구한 유령퇴치단은 그렇게 유령보다 무서운 현실 앞에서 각자도생 각개전투에 돌입한다.
나는 거기서 이 영화의 요소 요소들들 사이 부정교합이 시작되었다 본다. 이야기는 크게 세갈래로 구성된다. 도시의 여론과 공권력에 맞서 재부흥 기회를 노리는 고스트버스터즈, 초상화를 찢고 나와 부활을 꿈꾸는 악당 마법사 비고의 이야기, 그리고 피터와 다나의 멜로 드라마까지. 그런데 이런 구성이면 메인 악역을 맡고 있는 캐릭터에게 영화의 주제에 걸맞는 메타포를 넣어주는 게 아귀 맞고 좋잖아. 하지만 2편의 악당 비고는 그냥 미친 독재자고, 자신의 영혼을 새로 담을 몸만 탐하는 귀신 마법사다. 인정받지 못하고 홀대 받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대비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솔직히 왜 비고의 키 이미지로 굳이 초상화를 골랐는지도 의문이고...
1편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는 작품인 것은 맞다. 액션 세트 피스에서 고스트버스터즈 네 명의 멤버들 사이 팀플레이가 없다는 점은 아직도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 그래도 그냥 2편까지는 귀여운 맛에 용인이 되었음. 근데 3편도 귀엽기만 하면 그건 그거대로 낭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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