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7 14:05

고스트버스터즈, 2016 대여점 (구작)


<고스트버스터즈>의 여성판 스핀오프이자 리부트. 개봉 당시 단순한 미러링과 과도한 페미니즘 등의 영화내외적 요소들로 인해 젠더 갈등을 부추겨 비평과 흥행 양단에서 모두 실패한 영화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판 <카우보이 비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덧붙였듯, 여기서도 '소신발언'이라는 네 글자를 부적처럼 붙이고 시작해야할 것 같다. 나는 이 2016년 버전의 <고스트버스터즈>가 못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존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들이 보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진짜 영화적 퀄리티로만 따졌을 때는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임. 종종 웃긴 순간들도 있고, 21세기 버전답게 CGI는 진일보 했으며, 무엇보다 배우들이 매력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로 2016년 버전의 <고스트버스터즈>는 못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저 예의 없는 영화였을 뿐.

기획 의도는 이해가 된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기존 시리즈의 매력있었지만 또 촌스럽기도 했던 기술적 요소들을 새롭게 매만지는 것. 그리고 거기에 여성주의적 태도를 첨가해 여성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꾸리는 것. 그러한 접근법들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이영화는 어쩔 수 없게도 팬 무비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 그렇다면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전개를 보여줬어야 하는 거지. 기존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른 평행우주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다-라고 퉁치고 넘어가더라도 원년 멤버들을 이렇게 다루면 안 됐던 거지. 사실, 자비를 좀 더 베풀면 그것조차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것은 또 아니다. 폴 페이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이를 하나의 세련된 유머 정도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기존 시리즈에서 유령 때려잡던 배우를 다시 캐스팅해 이번에는 유령을 전혀 믿지 않는 캐릭터로 변신 시킨다? 어떻게 보면 꽤 괜찮은 농담처럼 보이기도 하거든.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태도가 세심하지 못했다. 원년 멤버들은 낭비 되었고, 또 특유의 그 태도 때문에 영화가 기존 오리지널 시리즈의 유산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됐다. 

주연을 맡은 네 명의 배우들은 어느 정도 제몫을 해냈고, 여기에 감초 역할을 하는 크리스 햄스워스는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즐기는 듯한 표정으로 절륜한 댄스 실력을 선보인다. 배우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과도한 CGI가 없더라도, 그들은 스스로의 재능과 매력으로 나름대로 스펙터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건, 액션 세트 피스에서 아직도 멤버들끼리의 팀 플레이가 없다는 것. 심지어 이번에는 각자의 주 무기도 다르게 설정 되었는데, 그걸 좀 더 살려서 <어벤져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연계기 구성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팀 플레이 장면에 메인 테마까지 강렬하게 편곡해 들어갔으면 금상첨화였겠지. 지금은 홀츠만의 단독 쇼맨십 장면에서만 흘러나와서 너무 너무 아쉬움. 

영화적 퀄리티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영화인데, 스스로가 팬 무비라는 것을 너무 간과해버려 결과적으론 실패한 작품. 주인공들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트렌스젠더든 나는 솔직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그 당시엔 영웅 대접 받지 못했던 너드들 아니었던가. 그러니까 소수자거나 언더 독이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었다는 거지. 대신 평행우주 스핀오프 같은 느낌 주지 말고, 오리지널 캐스트가 원년 멤버 그대로 출연해 유령퇴치단으로서의 바톤을 넘겨주는 전개였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이다. 지금 버전은 생각없이 보기엔 괜찮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자그마치 27여년 만에 돌아온 작품이었을 테니 각별할 수 밖에 없었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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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21/12/07 17:36 # 답글

    페미고 뭐고 다 떠나서 코미디 자체가 너무 재미없었어요. 썰렁개그조차도 못되는 뻔한 소릴 개그랍시고 치고 자기들이 먼저 웃어버리니...차라리 아예 진지하게 갔으면 나았을텐데.
  • CINEKOON 2021/12/29 12:44 #

    그래도 전 몇몇 풉-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물론 2시간짜리 영화 전체에 두고 보면 매우 짧은 순간들의 모음이었지만...
  • 역사관심 2021/12/07 23:27 # 답글

    저는 혹평을 미리 보고 기대치를 낮춰서인지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 CINEKOON 2021/12/29 12:44 #

    저도 이것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 이선생 2021/12/08 11:00 # 답글

    전 그저 그랬어요. 잘 만든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엉망도 아닌....

    개그는 나름 재미있었는데 1절로 끝내면 될 개그를2절 3절까지 끌어서 좀 김이 빠졌고.
    악역이 그냥 나쁜놈이라 포스가 없었다는게 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엑션부분은 확실하게 업그레이드되서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CINEKOON 2021/12/29 12:44 #

    팀플레이가 부족하긴 하지만 원전이 워낙 고전이라 액션 쪽은 나은 편이죠, 이쪽이...
  • SAGA 2021/12/18 14:06 # 답글

    저는 초반부까진 재미있게 뵜다가 중반 이후부터 전개가 너무 산만해지고, 썰렁한 개그들만 나와서 보는 게 고역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원년 멤버들은 슬쩍 얼굴만 나오는 카메오 수준이어서 등장하는지도 몰랐을 정도였으니... 팬무비로서 낙제점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그와 별개로 크리스 헴스워스의 댄스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네요ㅎㅎ
  • CINEKOON 2021/12/29 12:45 #

    크리스 햄스워스 진짜 개찰지게 추던데요?
  • 잠본이 2022/01/03 12:20 # 답글

    저는 전작에 대해 별 추억이 없다보니 그냥저냥 재미나게 봤는데 감독에 주연까지 겹치다보니 유령사냥단보다는 '스파이'의 연장선상에서 보게 되더군요. 헴식이는 진짜 즐기는 태도가 역력했고.
    빌 머레이가 유령을 부정하는 교수로 나왔다가 괴물에게 내던져지는 장면 보면서 와 어지간히 나오기 싫었나보다라는 생각에 대폭소(...)
  • CINEKOON 2022/01/03 15:41 #

    그래놓고 왜 이번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에는 나왔을까... 싶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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