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8 15:40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극장전 (신작)


재밌게 본 건 팩트다. 근데 아껴야 될 때는 안 아끼고, 정작 안 아껴야 될 때는 아낀 팬 무비. 


스포일러 라이즈!


오리지널 시리즈의 감독이자 2016년 리부트 버전의 제작자이기도 했던 이반 라이트만. 이번에도 그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영화외적으로 정말 멋진 지점은, 그의 친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만이 이번작의 감독을 맡았다는 것. 어떻게 보아도 참 낭만적인 계승 아닌가? 아버지가 이룩해둔 유산을 아들이 이어받아 가꿔나간다는 전개라니. 다행히 제이슨 라이트만의 기존 필모그래피 역시 훌륭한 편이었으니, 여러모로 꽤 적절하고 멋진 감독 선임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보면 자식이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아니겠어?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일테니. 인터뷰 보면 제이슨 라이트만이 그 부분 관련해서 유머러스하게 받아친 부분도 있더라. 직장 출근 했는데 부모가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라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고... 갑자기 존나 이해되기도 하고. 

영화는 2016년의 리부트 버전에 가해졌던 여러 비판들을 성실히 반영 해낸다. 2016년 버전에서 뒷방 노인네 취급 받았던 원년 멤버들은 모두가 함께 돌아왔고, 여기에 이미 타계한 해롤드 래미스의 그림자까지 멋지게 재현. 특히 빌 머레이와 유령이 된 해롤드 래미스의 조우는 이야기외적으로 감동이다. 둘은 각각 <사랑의 블랙홀>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서 의견 대립에 의해 갈라선 이력이 있고, 해롤드 래미스의 딸에 의하면 그가 타계하기 직전 빌 머레이가 직접 찾아와 뒤늦은 화해를 했다고... 그러한 맥락을 알고 관람하면 영화 속 그 둘의 조우가 꽤 짠하게 다가올는지도 모른다. 뭐,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해 말할 건 말해야 하겠지. 일단 안 아껴서 문제인 것. 그게 바로 후반부다. 스스로를 팬 무비로써 자각하고 있는 태도도 좋고, 원년 멤버들을 다시금 불러와 은퇴식 겸 계승식을 해준 점도 좋다 이거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의 연출들이 너무 과했다고 본다. 극의 개연성은 조금 부족해졌을 지라도, 해롤드 래미스의 이곤 스펭글러를 제외한 원년 멤버 3인은 마지막까지 아끼고 아껴뒀다가 진정한 구원투수처럼 멋지게 등장 하는 게 더 임팩트 있었을 거라 본다. 그러니까 중후반부 피비와 레이의 전화통화는 없애거나 간단히 그 뉘앙스만 좀 살리지... 

더불어 그 원년 멤버들이 등장한 장면 자체로만 놓고 봐도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 못해도 <인피니티 워>에서의 토르 강림 장면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 거 아냐? 지금은 그냥 할아버지 셋이 명절날 시골집 찾아와 마당 들어서는 느낌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온다. 여기서 촬영이랑 음악이 존나 날뛰었어야지. 이 전설적인 세 명을 그냥 터벅터벅 걸어들어오게 하면 어떡해... 이후 활약도 약간 설렁설렁이다. 물론 원년 멤버 배우들이 나이가 있으니 그거보다 더 격한 액션을 할 수는 없겄겠지만, 프로톤 팩을 좀 더 활용해서라도 뭔가 파워풀한 느낌을 전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 다음은 너무 아낀 것. 바로 음악이다. 나는 액션 장면에서 테마 곡이 무조건 한 번쯤 나왔어야 했다 생각한다. 강렬하게 편곡해서 한 번 그럴듯하게 쏴주면 그거 자체만으로도 이미 게임 끝이었을 것이다. 제일 좋았을 타이밍은 엑토1의 극중 첫 출격 장면. 피비와 팟캐스트, 트레버가 먹깨비를 쫓아 비공식적으로는 처음 고스트버스터즈 데뷔했을 때 바로 그 음악이 나왔어야 했다. 아니면 못해도 마지막 클라이막스에는 나와줬어야... 지금은 그냥 엔딩에 인사치레 느낌으로 한 번 나오더라. 막말로 욕 많이 먹었던 2016년 <고스트버스터즈>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액션 시퀀스에서의 테마 곡 활용이었는데 이번 영화는 그것도 못했음. 안 한 건지 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보긴 했다.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다 보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거 어디선가 느껴봤던 맛이었어.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그 영화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어쨌든 <새로운 희망> 리패키지 제품이었잖아.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역시 마찬가지다. 원년 멤버들의 복귀도 그렇고, 메인 악역도 그렇고. 다 오리지널 시리즈, 특히 1편의 리패키지 내지는 리팩 느낌. 이거 잘 되서 속편 나오면, 그건 그거대로 좀 더 강렬하게 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고저랑 주울에서 벗어나 좀 더 다키스트한 유령들 많이 나왔으면 더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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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GA 2021/12/18 14:04 # 답글

    원년 멤버들이 위기 상황에서 등장할 때 너무 썰렁했다는 말에 공감입니다. 그 뒤에 나온 장면들은 나름 감동이었지만, 원년 멤버들의 등장은 임팩트 있게 해줬어야지... 말씀대로 인피니티 워의 천둥신 등장 정도는 해주던가, 그게 아니면 어둠 속에서 간지 나게 등장한 미국대장 정도로만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더군요.
  • CINEKOON 2021/12/29 12:43 #

    너무 터덜터덜이었어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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