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1 19:17

러브 하드 극장전 (신작)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한철 장사 한 번 해보겠다는 심보? 이해한다. 자유 시장에서 뭘 못해. 여기에 요즘 할리우드 주류의 새 정책 기조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정치적 올바름의 물결도 한 번 끼얹어보겠다는 투지? 아-,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동양인 관객으로서 이해 못해줄 게 뭐가 있겠어. 고로 이 영화에 대해 이해 못 해줄 것은 단 하나 뿐이다. 더럽게 재미가 없다는 것, 딱 그거 하나.

영화는 2020년대 현재를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지금까지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백인과 흑인 주인공들은 이미 많이 만나봤잖아? 그래서 이번엔 동양인 주인공을 준비해봤어!-라는 느낌부터, 데이트 어플을 통한 짧고 굵은 만남의 썰들, SNS와 페이스 타임, 본편 바깥의 취향들을 메타적으로 끌어와 유머로 사용하는 방식 등. 촌스럽지 않아 보이기 위해 만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내용의 영화는 결코 이어지지 못할 것 같던 두 남녀 주인공의 연애 성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걸 웬만해서는 바꾸기도 쉽지 않잖아. 그러니까 그 대신 영화가 새롭게 바꿔냈어야 했던 건 그 중간 과정이다. 두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서로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지, 그 둘의 데이트는 어떠한지, 남자 주인공의 가족들은 여자 주인공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등. 

하지만 그러기에 <러브 하드>는 너무나도 뻔한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다. 전개에서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게 거의 전무하다. 거기다 어쨌든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속인 일종의 로맨스 스캠 사기꾼이잖아. 뭐, 다행히 돈을 갈취한 것까진 아니지만... 하여튼 간에 사기꾼이라고. 그럼 그걸 영화가 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용 로맨틱 코미디이니 그걸 아주 딥하게는 못 다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성숙하고 진지한 접근법은 필요했을 것. 

교훈과 메시지 자체는 너무나도 유익하며 너무나도 알맞다. 외모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이라는 것. 얼굴만 보며 살 수 있는 건 순간이니, 당신 스스로를 알아주고 잘 이해해주는 상대를 만날 것.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존나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 교훈을 얻기 위해 굳이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필요는 없다. 솔직히 말해, 예고편은 커녕 포스터만 놓고 봐도 마지막에 저런 교훈 나올 거란 게 다 빤히 보임. 하다못해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지미 O 양의 개그라도 좀 살려보지 그랬어, 스탠딩 코미디는 잘하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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