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성이 난무하는 무법지대보다, 오히려 목가적이고 평화로워서 심심하기 까지 한 시골의 풍경을 그리며 <퍼스트 카우>는 우리를 서부시대로 이끈다. 강렬하고 건조하게 내리쬐는 햇볕의 이미지 대신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의 이미지로 미 서부시대를 그리는 영화. 그리고 폭력과 정의 보다는 소박한 우정의 아름다움을 이미지로써 관철시켜내는 영화.
별 거 없는 이야기가 <퍼스트 카우>의 강점이다. <식객>이나 <리틀 포레스트> 수준으로 그 조리 과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퍼스트 카우>는 디저트를 만들고 그걸 또 파는 과정만으로 담담하게 전개된다. 때문에 영화에서 깊고 장대한 서사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지나치게 소박한 영화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요즘 세상이 또 어떤 세상인가. 여행 브이로그는 물론이고 공부 브이로그, 출근 브이로그 등등 ASMR처럼 가볍게 속삭이는 영상물들이 대세로 자리 잡은 세상 아닌가. 그 관점에서 보자면, <퍼스트 카우>는 그 소박함에 홀리게 되는 작품이다. 식사 후 한입 베어무는 디저트처럼 큰 부담이 없는 영화.
게다가 특유의 그 나이브한 태도 때문에 무척이나 귀엽게 까지 느껴진다. 작은 스케일의 영화라고는 했지만 어쨌거나 두 주인공은 후반부 들어서 쫓기고 또 쓰러진다. 총성이 울리고 집은 파괴된다. 하지만 거친 물살에 휩쓸리고 유일 했던 거처가 박살 나더라도 친구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그 순진무구한 태도. 아,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던져져도 뭐 어떻습니까~ 당신 옆에 함께 누워 흙 덮을 친구 하나만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성공한 인생 아닌가요~? 씨바, 영화가 너무 얼빠질 정도로 순진해서 귀엽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
영화의 오프닝이 참 재미있는데, 현대 시점의 한 여자가 그 두 주인공의 유골을 발견한다는 것. 이게 무슨 의미일까, 오래도록 생각해보았다. 단순한 버전으로는 그저 그 여자가 그 둘을 '발견했다' 정도일 수 있겠고, 좀 더 나아간 버전에서는 그 둘을 발견한 여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했다'가 될 수도 있겠다. 사연 붙이기라는 거지. 둘 중 무엇이든 그 주인공 둘의 이야기가 귀엽고 착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다만 전자는 그들이 귀엽고 착한 것이고, 후자라면 그런 상상력을 가진 저 여자가 귀엽고 착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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