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 14:50

언프리티 소셜 스타, 2017 대여점 (구작)


'Follow'란 단어는 참 재미있다. 직역하면 그저 '따르다'고 SNS 상에서도 '구독'과 비슷한 의미를 가질 뿐이지. 그러나 'Follow'의 사전적 정의에서는 '따르다' 외에도 다른 뜻들이 따른다. '좇다', '밟다', '뒤따라가다', '뒤에서 쫓아가다', '추종하다' 등등.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그 'Follow'의 무서움을 극대화한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Follow'가 일상이 된 시대. 바로 지금 현재의 공포. 어찌보면 시기적절하게 나온 싸이코 드라마 같단 생각도 드네. 


스포일러 소셜 스타!


20여년 전 토니 스콧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통해 말했다. CCTV 기록과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만 조회해도 정부가 일반 대중들의 삶을 염탐할 수 있다고. 그러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세태는 나아지긴 커녕 더 악화되었다. 이제 타인의 삶을 좇는데에 국가나 정부기관 따위는 필요치 않다. 값비싼 최첨단 장비 또한 무의미하다. 우리는 그저 남들 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딱 그거 하나만 갖고 있으면 된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손수 직접 자신들의 사생활을 일상과 소통이라는 미명 하에 저잣거리 좌판 마냥 내놓기 때문이다. 

잉그리드는 싸이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그리고 현실적인 SNS 중독자 캐릭터로서 제 몫을 다 해낸다. 자존감은 낮고, 외로움은 깊고. 그래서 자신보다는 타인을 통해 행복감을 얻고, 내실 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더 집착하는 그런 인물. 아, 싸이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이 정도는 그래도 덜 무서운 상황이라고? 아니,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노먼 베이츠보다 잉그리드가 더 무섭다. 잉그리드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유형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먼 베이츠는 베이츠 모텔만 안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잉그리드가 활동하는 SNS 세계는 전지구적인 불특정다수의 네트워크다.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가 날 디지털 스토킹 할 수도 있는 것. 그리고 거기서 더 무서운 건 그 스토킹의 창구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전환되는 순간일 거고. 

영화가 영리한 건 잉그리드 뿐만 아니라 그녀의 스토킹 대상이었다 할 수 있을 테일러 마저도 일종의 SNS 싸이코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넓지만 얕은 친분, 얼핏 다양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선적인 생활, 그리고 착하고 쿨해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무정하고 또 매정한 성격까지. 테일러는 잉그리드와 정반대 타입의 인물이되 어쨌거나 그를 위해 SNS를 활용한단 점에선 똑같아 보이는 여자다. 그래서 둘 다 싫고 그냥 무섭다. 

그리고 그 짜증과 공포의 절정은 바로 영화의 결말. 이젠 좀 마무리할 때도 되었건만, 영화는 잉그리드 그녀에게 최고의 결말을 선사함으로써 관객들에게는 숨이 턱 막히는 결말을 내놓는다. 이제 잉그리드는 꿈꾸던 테일러의 삶을 살게 될까? 근데 그게 더 무서움. SNS 시대에 한 번쯤은 해봄직한 싸이코 서사. 이거 보고 바로 인스타그램 켜던 내 모습이 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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