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9 12:59

나홀로 즐거운 집에 극장전 (신작)


오랜만에 만든 직계 후속편이라 그런지, 영화는 이야기를 꽤 꼬아놨다. 도둑 vs 꼬마라는 단순함의 미덕을 버리고, 어쩔 수 없었던 불행한 사람들 vs 악랄한 꼬마라는 약자 vs 약자 구도 성립. 전자의 구도였던 전편들은 그저 꼬마를 응원하기만 하면 됐지. 물론 나중에 나이 먹고 성인이 되어서는 케빈의 순수한 폭력성 때문에 범죄자들임에도 그 두 도둑을 응원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하긴, 그렇게 따지면 그건 고길동도 마찬가지니까 하여튼. 그런데 이번엔 첫 관람임에도 집을 지켜야하는 꼬마보다 그 집을 털어야하는 두 도둑에게 더 마음이 간다. 연민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이후로 이어지는 유혈사태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질 수 밖에.

물론 그 두 어른이 잘못을 한 것은 맞다. 일단 꼬마를 오해했고, 이후 이어지는 조치들도 썩 어른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부 그게 단순 오해에 불과했다는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까지는, 어쨌거나 관객 된 입장에서 그 두 도둑을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악랄한 꼬마가 값비싼 골동품 인형을 지맘대로 훔쳤어! 게다가 찾아간 그 집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 싹퉁머리 없고 정신머리도 같이 없어. 씨바, 그러면 그 집 털 수도 있지. 안 그래? 내가 그 집 들어가서 도둑맞은 내 물건 좀 챙겨 나오겠다는데 그게 안 돼?

여기서 부터 존나 열 뻗치는 거다. 두 어른은 불쌍하고 꼬마는 싸가지 없다. 그들 서로 간에 오해를 만드는 방식도 굉장히 유치하고, 또 도둑이 된 부부가 결국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에서도 각본상의 허접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만든 영화였다는 걸 스스로가 굳이 부인하지 않는 꼴. 

이어, 그렇다면 이 시리즈 특유의 함정들이 재미있는가. 그저 단순하기만 하고 재미없다. 그리고 이미 두 도둑들에게 감정이입한 터라 존나 불편하고. 아니, 무엇보다 이 함정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 15분을 안 넘는다! 90여분짜리 영화에서 단 15분 동안만 공성전이 진행되는 <나홀로 집에> 시리즈! 와! <나홀로 집에> 만들기 참 쉽다!

원 대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디즈니 플러스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자막으로만 따지면, 극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완전 쓰레기잖아. 왜 노상 고전을 리메이크하는지 모르겠네. 원작보다 잘 만들지도 못하면서."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극중 인물이 저 대사를 한다니까? 최근 <매트릭스 - 리저렉션>도 그렇고, 오랜만에 돌아온 옛 영화의 후속작들 만드는 사람들 요즘 정신상태가 다 왜 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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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t;나홀로 즐거운 집에&gt;</a> (댄 메이저) 이 오랜만에 돌아온 시리즈를 설명하는 데에는 극중 인물이 실제로 내뱉은 대사 한 줄이면 족하다."완전 쓰레기잖아. 왜 노상 고전을 리메이크하는지 모르겠네. 원작보다 잘 만들지도 못하면서." 04. &lt;파이프라인&gt; (유하) 한국에서 만들어진 하이스트 영화로써도 최악이지만, 유하라는 한때 명감독이었던 연출자의 현재가 처량한 것만 같아 더욱 쓸쓸. 영화적 재미도 없고 ... more

덧글

  • 잠본이 2021/12/29 16:10 # 답글

    '우린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거지' 마인드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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