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0 13:18

파머 극장전 (신작)


지난 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남자가, 자신과는 별 관계도 없는 한 아이를 만나 벌어지는 구원의 스토리. 이미 우리는 이런 영화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 이야기는 변형되고 또 변형되다, 끝내 수퍼히어로 장르를 만나 <로건>이란 영화로 재탄생 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하여간에 뻔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 근데 그 뻔한 선배 영화들에게는 있었던 답답한 전개가 <파머>에는 별로 없다. 그 담백한 맛이야말로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살인 미수 전과가 있는데 초등학교에 수위로 취업을 해? 이런 이야기에서 이런 전개가 나오면, 누구나 그 후반을 이렇게 예측할 것이다. 아, 반성을 마친 남자는 착하고 일에도 진심이었지만 결국 학부모와 이사회의 열렬한 반대로 경질 되겠구나. 근데 그런 묘사 없음. 그냥 일 꾸준히 잘 한다. 그럼 이건? 주인공 소년을 괴롭히는 일진에게, 주인공 남자가 계속 괴롭히면 팔을 부러뜨리겠다고 협박하는 거. 아, 저 일진이 곧 자기 부모나 선생한테 이를 일러바쳐 주인공을 곤란하게 만들겠구나. 근데 그런 것도 없음. 하여간에 이런 전개가 많다. 거시적인 이야기는 뻔한데, 정작 미시적인 전개에 있어서는 과한 양념이 없다. 

그러다보니 <남자가 사랑할 때>가 떠올랐다. 그 영화에도 그런 맛이 있었잖아, 우직하고 성실한 호감형 주인공을 따라가는 맛. <파머>가 딱 그 짝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가수보다 이제 배우라는 칭호가 더 잘 어울릴 정도로 꿋꿋하게 잘 연기 해내고 있고, 또 남성의 분투기에 퀴어 정체성에 대한 언급을 집어넣은 것 역시 그와 잘 맞물려 조금이나마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 주노 템플은 또 이런 역할인가 싶어지고. 

되게 평범한 영화 맞는데, 그럼에도 후반부 주인공 에디의 결연하고 처연한 표정에서는 마음이 흔들렸다. 부서져버린 사람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쏟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담아낸 클로즈업 쇼트. 아, 나는 언제나 그런 쇼트들에서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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