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1 13:45

돈 룩 업 극장전 (신작)


최근 들어 실제 있었던 사건과 실제 존재했던 사람들로 이야기를 꾸려 나갔던 아담 멕케이. 그럼에도 <빅 쇼트><바이스>는 대단히 솔직한 작품이었다. 실화에 실존 인물들 대놓고 언급하며 엄청 까댔잖아.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로 찾아왔다. 그러니 날개 돋힐 수 밖에. 이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구라잖아. 물론 현실 베이스이긴 해도, 어쨌거나 다 뻥이잖아. 이에, 아담 멕케이는 그야말로 활개를 쳐댄다. 개나 소나 다 까버리겠다는 단호하고 노골적인 태도로. 그리고 그게 존나 재밌다. 

사실 세련되고 우아한 맛은 없다. 돌려 돌려 은근히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돈 룩 업>의 풍자 강도는 그냥 대놓고 비난하는 수준에 더 가깝다. 근데 그래서 더 빛난다. 당장 세상이 무너져도 정부와 정치권은 지지율을 걱정하고, 미디어는 대책없이 발랄하며, SNS 속 유저들은 빵보다 부스러기에 더 관심을 둔다. 반 지성주의가 이 창백하고 푸른 행성을 휘감고, 소시오패스 CEO가 이끄는 거대 기업은 잇속 챙기기에 더 바쁘다. 여기에 외모 지상주의와 성 편견 & 성 차별, 인종주의와 국가주의 맥락 등까지. 블랙 코미디의 풍자로 비빔밥을 만든다면 <돈 룩 업>은 전주 비빔밥이다. 그것도 육회까지 가득 넣은. 

아담 멕케이 영화 치고도 더욱이 호화 캐스팅에 가까운 배우진은 제몫을 모두 다 해낸다. 누구 하나 특출 나게 튀어나오는 사람 없이, 그냥 모두가 제 역할을 잘 해낸다. 그리고 혜성에 충돌해 지구가 멸망할 경우, 우리가 잃게될 지구의 모든 것들을 담아낸 경이로운 쇼트들. 드넓은 땅과 바다, 활기찬 동식물들, 그리고 평범해서 특별한 우리네 일상까지. 이것들을 다 편집으로 엮어낸 편집감독에게 경배를. 아담 멕케이 영화라 이번에도 정신없겠구나 싶었는데 그게 맞았고, 그걸 또 지나치게 정신없게 까지는 안 만들어준 편집감독이 존나 유능했다.

그렇게 모두 까기 태세로 진행되던 영화가, 결말부에 들어서는 톤 다운 하는 자세를 취한다.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이라도, 각자의 소중한 이들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언제나 느끼고 또 말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불완전해서 아름다운 존재다. 당장 죽을 판국에도 남편과 딸과 가족들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람답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자기 아들까지 버리고 떠난 엄마는 사람도 아니고. 

<빅 쇼트>와 <바이스> 역시 좋은 영화였지만, <돈 룩 업>에 이르러 아담 멕케이는 좀 더 완성된 것 같다. 이런 페이스대로라면 다음 작품도 필시 좋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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