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15:53

위쳐 SE02 연속극


시즌 1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괴물 잡는 의뢰 위주로 보여주는 게 거시적인 국제 분쟁 이야기보다 훨씬 더 재밌었을 거라고. 물론, 그렇다고해서 그 거시적인 국제 분쟁 이야기가 마냥 재미없는 건 또 아니었다는 말도 했다. 그냥 팔 괴고 보게 되는 정도였다 했지. 그리고 시즌 2 다 보고 느낀 것 역시 그 시즌 1의 감상과 똑같다. 다만 이번엔 팔 괴고 보게 되는 정도가 아니었음. 괴고 있던 팔로 베개 만들 정도의 수준. 한마디로 더럽게 재미없었다. 

말이 괴물 사냥꾼 위쳐지,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현상금 사냥꾼과 진배없다. 고로 장르와 분위기는 딴판이지만 디즈니 플러스의 <만달로리안> 같은 구성으로 갔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 본다. <만달로리안>도 에피소드 별로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론 만도와 그로구의 드라마인 거잖아. 그와 아주 똑같지는 않더라도, <위쳐> 역시 유사하게 갈 수 있었고 그게 훨씬 더 재밌었을 것이다. 각 에피소드 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갖고 등장해 게롤트에게 의뢰를 던져주고, 또 그 의뢰 안에서 게롤트는 시리나 예니퍼 등과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는 전개. 그게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싶은 거다. 왜 이런 소리까지 하냐면, 시즌 2 내내 나오는 정치 드라마가 진짜 오질라게 재미없걸랑. 

시즌 1의 <덩케르크>적 자세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 2 역시 이곳 저곳을 쉴새없이 왔다 갔다 하는 전개로 일관한다. 그나마 게롤트와 시리의 이야기는 일정 부분 볼만하다. 하지만 그외 교차편집되는 나머지 부분들은? 진짜 진심으로 죄다 재미없음. 북부 왕국과 닐프가드의 대립은 실체없이 그냥 구닥다리 같은 느낌이고, 갑자기 튀어나온 엘프들은 존나 너무 느닷없어서 뭐라 말할 건덕지도 얺다. 

다행히 많은 등장인물 수에 비해 나름 정리는 잘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닐프가드 진영 내의 사람들과 엘프들, 르다니아 내의 정치 공작, 케어 모헨에 거주하고 있는 베스미어 & 위쳐들까지. 하지만 구획 정리만 잘 해두면 뭘해, 가장 큰 문제는... 게롤트 외 인물들 이야기가 다 재미없는 거라니까? 거의 순수 재미가 0에 수렴하는 정도임. 물론 이건 내 잘못일 수도 있다. 원작 소설 읽어본 적도 없고, 관련 콘텐츠라고 해봤자 CD 프로젝트 레드가 만든 게임 3편 뿐이니.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나, 알고 본다고 이게 달라지냐? 그냥 전개가 존나 재미없는 건데. 

갑툭튀한 엘프들은 진짜 열 받는다. 물론 난민 이슈나 인종적 갈등 등, 현재 우리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은유로써 그들을 활용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하지만 그들이 받은 그 더러운 차별들을 차치하고라도, 엘프들의 리더 하는 짓거리가 너무 역겨움. 한창 임신 중일 때는 인간들과의 결속 운운하더니, 아이를 낳자마자 마음이 바뀌어? 의무 없는 권리만 존나 주장한다. 이건 이 드라마를 보는 내가 인간이 아닌 엘프였어도 인정했을 부분. 

더불어 판타지 드라마로써도 문제가 있는데, 이 대륙의 양감이 너무나도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중간계처럼 거대하다는 느낌이 없다. 심지어 에픽 하이 판타지라 부르긴 애매했던 <해리 포터> 세계의 영국이나 심지어는 호그와트 보다도 더 작게 느껴짐. 스켈리게 같은 타 지역은 그저 대사로만 간접 언급될 뿐이고, 그외 나머지는 엄청 조그맣게 묘사되는 듯하다. 옆 제국으로 건너가는데도 배 타고 반나절이면 되고, 교역로 그냥 지나다니다 보면 우연히 아는 사람 엄청 만남. 아니면 그냥 게롤트가 핵인싸라 지나가는 사람 다 알고 있는 건가? 하여튼 7화에서 게롤트와 야스키에르가 드워프 친구들 만나는 장면에서 뻘하게 터짐.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 시험 보러 가는 루트 같은 건가? 다 거기서 만나게? 

대충 퉁신 동선 묘사도 꽤 많다. 예니퍼와 시리는 신트라 외곽에서 언쟁을 벌인다. 그리고 그 결과로 땅이 갈라지고 신트라의 성벽이 쪼개지지. 근데 쪼개지자마자 신트라는 병사들을 그쪽으로 보낸지 한참 후처럼 묘사된다. 그럼 그동안 예니퍼와 시리는 그냥 거기 계속 멀뚱하게 서 있었던 거임? 아니면 신트라 경비대의 반응과 일처리 속도가 5G급인 건가. 

<위쳐> 이야기의 본령은 회색지대에 있다. 선한 선택도, 악한 선택도 없는. 애매모호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그런 선택의 과정들을 에피소드 마다 각기 다른 컨셉으로 쪼개 보여줬더라면 다른 건 몰라도 순수 재미는 더 높지 않았을까. 근데 드라마에서 순수 재미 빼면 대체 뭐가 남냐, 주제? 그래봤자 '차별말고 우리 함께 잘 살자'라는 존나 구태의연한 주제 밖에 캐치 안 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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